반려동물도 노노(老老)케어 시대, “나 떠나면 강아지는?”

입력 2025-07-24 13:23 수정 2025-07-24 13:29

신간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개를 지키는 책’의 저자 토미타 소노코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개를 지키는 책’의 저자 토미타 소노코.(작가 제공)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개를 지키는 책’의 저자 토미타 소노코.(작가 제공)

지난 18일 일본 서점가에 출간된 신간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개를 지키는 책’의 저자 토미타 소노코(富田園子) 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고양이 잡지의 편집장을 지냈고, 일본동물과학연구소 회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작가로서 활발하게 고양이와 개에 관한 서적의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자신을 “고양이 열 마리와 함께 사는 사람”이라 소개했다. 2023년 그의 저서 ‘교양으로서의 고양이 - 무심코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고양이 지식 151’의 저자 소개에는 ‘고양이 일곱 마리와 함께 사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으니, 몇 년간 3마리가 늘었나보다.


고양이 열 마리와 살아가는 사람

최근 일본 사회 곳곳에서 그의 책이 인용되고 그의 문제의식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그가 신간에 앞서 세상에 내놓은 책 중 하나는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고양이를 지키는 책’이었다. 자녀 없이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그에게 ‘내가 죽고 나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은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는 고민했고, 찾았고, 하나씩 기록했다. 그리고 고양이를 위한 유언장 쓰는 법, 위탁 보호처를 찾는 방법, 고양이의 특성을 남기는 기록지 등 구체적인 실천 지침으로 책을 채워갔다.

그 다음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개를 위한 책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고, 그는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개를 지키는 책’을 집필했다. ‘교양으로서의 고양이’를 발간한 후에도 ‘교양으로서의 강아지’편을 출간한 바 있다.

고양이와 개의 삶은 다르다. 훈련도, 시설도, 반응도, 인간과의 관계성도 다르다. 그래서 그는 따로 써야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번 책은 보다 강하게, 보다 명확하게 '책임'이라는 두 글자를 물고 늘어졌다.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개를 지키는 책(작가 제공)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개를 지키는 책(작가 제공)

초고령사회가 만들어낸 새로운 문제

이 책이 탄생한 배경에는 일본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변화가 있다. 2007년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3년 기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9%에 달한다. 고령자 중 상당수는 1인 가구다.

그러자 ‘보호자 사망 후 버려지는 반려동물’, ‘고령자와 반려동물 간의 노노케어’, ‘가족의 거부로 보건소에 보내지는 동물들’ 같은 일이 더 이상 예외적 사례가 아니게 되었다.

토미타 씨는 “보호자가 사고를 당하거나 병원에 입원하고,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 채 개가 며칠을 굶은 상태로 발견되는 일”이 빈번하다고 했다. 심지어는 “고독사 이후 개까지 함께 사망한 채 발견되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건 단지 노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병이 있는 사람, 혼자 사는 젊은이, 심지어 건강한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래서 건강할 때,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사진은 본문과 무관함.(어도비 스톡)
▲사진은 본문과 무관함.(어도비 스톡)

자신을 지키는 일이 곧 반려동물을 지키는 일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개를 지키는 책’은 반려동물 보호를 위한 구체적 방법들을 제시한다. 유언장 작성, 펫 신탁(Pet Trust), 노령견 보호소 이용법, 위탁 보호인 선정 요령, 엔딩노트와 긴급 연락 카드 작성법까지, 하나의 안내서이자 설계서다. 그러나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에요. 그것이 시작입니다.”

그는 반려동물 보호 단체들이 운영 중단으로 해체되거나, 내부 문제로 신뢰를 잃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해왔다. 그래서 책에는 ‘좋은 단체를 선별하는 기준’도 담았다.

그는 한국에서 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 집 개 노트’의 제작을 추천했다. 개가 좋아하는 사료, 평소의 버릇, 사회화 여부, 좋아하는 장난감, 병력 등은 물론, 주인이 희망하는 치료방식까지 노트 한 권에 잘 기록해 놓는 것이다. 누가 반려동물을 맡더라도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는 배려다.

“동물이 중증 질환을 앓을 때 연명 치료를 원하는지, 통증 관리만 원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할지에 대한 주인의 생각을 미리 남겨두면, 나중에 맡은 사람이 혼란스러워하지 않아도 되죠.”

그는 반려동물을 위한 준비가 결국 고령자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보통은 스스로에게 인색한 법이죠. 자신을 위해서는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노력을 하잖아요? 또 반려동물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지켜야 하는 것을 보호자들은 알아요. 그래야 지킬 수 있으니까요”

그는 고령자와 반려동물 간의 정서적 연결에 대해서도 깊이 이야기했다. “고령자에게 반려동물은 최고의 친구예요. 저도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무너졌을 거예요.”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개를 지키는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인 셈이다.

▲사진은 본문과 무관함.(어도비 스톡)
▲사진은 본문과 무관함.(어도비 스톡)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고립

토미타 씨가 실제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연결되지 않은 삶’이다. 누구에게도 나의 사정을 말하지 않고, 내가 쓰러졌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조차 없다면, 반려동물은 함께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그는 ‘긴급연락카드’를 제안한다.

“간단하게라도 ‘우리 집에는 개가 있어요’라는 내용을 써두는 것만으로도, 병원이나 소방서, 이웃이 대응할 수 있어요. 누구나 당장 할 수 있는 준비입니다.”

모든 부분을 개인이 노력해서 감당해야 할까? 그는 일본의 관련 제도는 아직 충분치 않다고 평가한다. 일본에서는 반려동물이 ‘소유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보호자의 동의 없이 구조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사람의 아이는 긴급 보호가 가능하지만, 개는 주인의 재산이기 때문에 누가 건드릴 수 없어요. 그냥 두면 죽는 걸 알아도 말이죠.”

그래서 그는 정치권과 동물보호단체가 함께 ‘반려동물 긴급 일시 보호 제도’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에 참여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독자들도 자신들의 반려동물을 위해 반드시 준비에 동참해주길 바랐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반려동물과의 삶은 가장 큰 행복이에요. 하지만 고령자의 입원이나 사망으로 인해 반려동물이 방치되거나 보건소에 보내지는 일도 생깁니다. 사랑하는 개를 위해, 작은 준비라도 지금 시작해주세요.”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책은 단지 정보를 모은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끝까지 지키고 싶은 보호자의 마음을 담은 도구입니다. 그 마음이 있는 한, 우리는 조금 더 잘 헤어질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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