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지금도 이순신 장군을 만나러 갈 때면 소년 시절 소풍 전날처럼 마음이 설렌다. 오랜 도시 생활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 같은 홀가분함을 미리 만끽한다. 특히 통영에서 배를 타고 20여 분 달려가서 한산도 동백꽃을 구경할 생각을 하면 안달이 날 정도다. 이순신 장군의 영당인 충무사가 바라보이는 홍살문을 지날 때부터 어떤 웅혼한 기상을 느낄 수 있다. 고즈넉한 곳, 영정 앞에 향불을 피우고 소망을 기도하고 사당을 한 바퀴 돌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도심의 찌든 삶의 때를 푸른
1050일 후 저는 수십 년 몸담았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자연인이 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36년의 교직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가슴이 뭉클해지고 벅차오릅니다. 평교사로 시작해 지금의 교육장이 되기까지 수많은 사연이 있었습니다. 특히 두 번의 해외 파견은 교직에 갇혀 있던 저에게 넓은 세상을 향한 시야를 열어주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힘들고 고단했던 날들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즐겁고 행복했으며 보람도 많이 느꼈습니다. 이제 몇 년 후면 오롯이 ‘사람 김선경’이라는 타이틀로 인생 2막을 맞이하게 됩니다. 약간은 낯설지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인기가 심상치 않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전시의 영향으로 굿즈 수요가 폭발하며, ‘오픈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박물관 굿즈샵 앞에는 연령대와 관계없이 다양한 세대가 오픈런 대열에 합류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예약 판매 차수마다 품절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한정판 굿즈의 경우 1인당 구매 수량 제한이 있을 정도로 구매 경쟁이 치열하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 굿즈는 ‘K-기념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해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프리미엄 가격에 재판매되기도 한다. 국립
필자가 독일에서 피부과학 전문의 과정을 밟을 무렵인 1960년대, 이른바 노년학(老年學, Gerontology)이 새로운 학문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독일 피부과학계의 거목인 쉬른 교수(Prof. C. G. Schirren, 1922~1968)의 부름을 받아 문하생이 되기로 확정했던 때입니다. 당시 새롭게 대두한 노년학에 대한 학문적 토양을 더 일찍, 더 깊이 알았더라면 저는 아마 노년학을 전공한 의료인이 됐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말은 지금도 노년학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뜻
소설가 주수자가 훈민정음 해례본의 추적과 보존을 둘러싼 역사적 서사를 그린 장편소설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로 제14회 황순원문학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황순원기념사업회는 “주수자 작가의 작품이 문학의 본질과 민족 언어의 정체성을 치열하게 되묻는 서사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5일 밝혔다. 황순원작가상을 수상한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는 실존 국문학자 김태준이 해례본의 실체를 쫓는 여정을 바탕으로, 글자와 말의 역사, 문자에 담긴 민족성과 보편성을 다층적으로 구성했다. 이중 나선구조로 얽힌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