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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기업·지자체 ‘손주 휴가’ 앞다퉈 도입 “정년 늦춰 인력 확보해야”
- 최근 정년이 연장되면서 재직 중에 손주 육아를 맡게 되는 고령 직원이 늘어나자 일본의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손주 휴가’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주목받고 있다. 2014년 후생노동성은 ‘근로자의 일과 가정 양립 지원 지침’에서 고령 직원에게 손주 출생 휴가를 주는 제도를 만들라고 장려했다. 이에 2015년 후쿠이현, 오카야마현 등의 지자체는 손주 돌봄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한 기업에 장려금을 주기도 했다. 같은 해 후쿠시마의 도호은행은 손주가 있는 고령 직원을 대상으로 휴직 신청을 받았고, 최대 4개월의 휴가를 제공했다. 일본의 손주 휴가는 10년 전부터 장려되던 제도지만, 최근 2~3년 새 이를 도입하는 기업과 지자체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손주 탄생 축하하는 휴가 “저와 딸 그리고 손주까지 3세대가 함께 보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가마가 유키코(額賀ゆき子, 61) 씨가 도쿄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손주 휴가를 사용한 소감을 전했다. 유키코 씨는 다이이치생명보험에서 일한다. 여성 사원의 비중이 90%에 달하는 다이이치생명보험은 50~60대 직원이 많아지자 2006년 일본에서 최초로 ‘손주 탄생 휴가’를 신설했다. 2022년에는 1500명 넘는 직원들이 손주 휴가를 이용했다. ‘손주 휴가’는 조부모가 손주의 육아를 목적으로 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가 아니라 도입하는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휴가 일수, 기간, 유급・무급 등의 조건이 다르다. 정미기기 회사 ‘사타케’는 손주가 태어나고 10일 이내에 3일 동안 쉴 수 있는 ‘이쿠지이・이쿠바아 휴가’(イクじい・イクばあ休暇) 제도를 운영한다. 고치시의 후쿠야건설에는 ‘GG・BB 휴가’가 있다. GG는 일본어로 할아버지(じいじ)를, BB는 일본어로 할머니(ばあば)를 뜻한다. 필요에 따라 시간 단위로 손주 휴가를 내거나,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다. 남성 직원도 이 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됐으며,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키나와 파이낸셜 그룹은 2023년 4월부터 ‘응마가(んまが) 휴가’라는 손주 휴가를 도입했다. 응마가는 손주를 뜻하는 오키나와 방언이다. 손주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1명이면 5일, 2명이면 10일을 사용할 수 있다. 공무원 정년 연장, 손주 휴가로 이어져 기업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손주 휴가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60세까지인 공무원의 정년 시기를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하면서, 손주가 있는 직원이 늘어난 상황을 반영했다. 조부모가 손주 육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젊은 부모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의 출생 동향 기본조사에 따르면, 손주가 3세가 될 때까지 할머니의 도움을 받은 부부 비율이 약 60%,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부부 비율이 약 32% 수준이다. 그만큼 많은 부모가 조부모에게 육아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년이 늦춰지면서 재직 중인 조부모도 많아져 조부모의 일과 손주 육아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이 큰 화두가 됐다. 손주 휴가라는 제도가 최근 더 적극적으로 도입된 계기라고 볼 수 있다. 미야기현은 2023년 지자체 중에서 처음으로 손주 휴가를 도입했다. 손주 출산 예정일의 8주 전부터 1세가 될 때까지 5일간 특별 휴가를 인정한다.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는 같은 해 육아휴직 제도 적용 대상을 넓혔다. 남성의 출산보조 휴가 3일과 남성의 육아 참가 휴가 5일이라는 기존 제도를 손주가 있는 조부모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그 결과 지난해 2월부터 1년 동안 약 45명이 이 제도를 이용했다. 2023년 12월에는 규슈전력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전국 주요 전력회사 10개사 중 첫 도입이다. 전체 사원의 약 40%가 50대 이상인데 손주 육아에 주로 참여하는 연령대라고 판단해, 현역으로 일하면서 손주도 돌볼 수 있도록 한 것. 초등학교 3학년까지 손주 1명에 대해 5일, 2명이면 10일을 쓸 수 있고, 시간 단위로도 사용 가능하다. 미에현 구와나시는 2024년부터 초등학생 이하 손주 간호를 위한 5일 휴가를 도입했다. 가나가와현도 올해 4월부터 손주 탄생 시 3일, 1세까지 5일의 휴가를 제공한다. 오카야마현 오카야마시는 같은 달 네 종류의 손주 휴가 제도를 신설했다. 출산 전후 임산부 서포트 3일, 손주 일상 서포트 5일(1세까지), 손주 병간호 5일(6세까지), 멀리 사는 손주 돌봄 등 일정 기간 육아 서포트 6개월(3세까지)이다. 마지막 6개월의 장기 휴가는 무급이지만 나머지 세 종류는 유급 휴가다. 손주 휴가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원은 가정과 일의 균형을 잡으며 결과적으로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고, 이는 곧 직원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져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도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 2024-09-2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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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듦 향한 대화의 길…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다
- 우리나라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의 선구자, 홍명신 대표. 그는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에서 케어, 엔드리스 커뮤니케이션으로 연구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인간 발달 8단계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 믿으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의 시작 홍명신 대표는 대학원 재학 시절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왜 하필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이었을까. “제가 대학원 다닐 때는 젊은 사람들도 PC통신을 안 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던 시절이에요. 그런데 PC통신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 놀랐어요. 바로 이분들의 커뮤니티를 찾아서 만나봤더니 정말 70~80대인 거예요. 신선한 충격이었죠. 그때부터 고령자의 인터넷 이용, 인터넷을 통한 고령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하지만 지도교수를 포함한 모든 주변인이 반대했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뚝심 있게 밀어붙였고, 그렇게 시작한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이 벌써 22년째다. 모두가 반대하며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그는 웃으며 대답한다. “남들이 한 것을 따라가면 편하긴 할 거예요. 하지만 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들면서 나가는 게 좋아요. 겁은 없고 호기심은 많은 데다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아무도 안 한 것을 내가 해낼 때 성취감이 있잖아요.” 길의 끝을 예상할 수 없어 느끼는 두려움보다 길을 만들면서 느끼는 짜릿함이 더 크다는 의미일 터. 그렇다면 그가 길을 찾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원천은 무엇일까. “내가 특별해서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고요. 힘든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 길을 걸어갈 후배들이 편하게 걸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처음 모델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가는 거죠.” 그는 타고난 개척자인 셈이다. 이렇게 시작된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이하 에커센터)는 개인, 가족, 기업이 어떻게 나이 든 세대와 소통해야 하는지, 질병과 세월을 넘어 어떻게 소통하는 즐거움을 누릴지 연구하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에릭 에릭슨의 인간 발달 8단계를 보면 노년기는 60세부터 죽을 때까지를 뜻해요. 그때 얻을 수 있는 것을 자아통합이라 정의하는데요. 자아통합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삶의 회고입니다. 노년기 이전에는 계속 앞만 보고 달리잖아요. 노년기가 되었을 때 딱 한 번 뒤를 돌아보는 거예요. 미워한 사람, 나에게 상처 준 사람도 용서하면서 지혜롭게 자아를 통합해야 해요. 그래야 삶이 행복해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 든 사람과 다른 세대의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론테크놀로지 같은 비언어적 소통의 비중도 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홍명신 대표. 나이 듦이 ‘그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일’인 것처럼,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아통합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으로 에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치매 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학위를 받은 뒤, 개론서를 집필하고,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시작했다. 이렇듯 활발히 활동하는데도 사람들은 그를 볼 때마다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며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은 나이 든 사람, 노화와 관련된 모든 커뮤니케이션 제반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 또는 미디어 이용자가 노인이거나, 대화의 메시지가 노인・노화일 수도 있고요. 연령 증가에 따라 나타나는 커뮤니케이션의 특성과 변화를 다루는 경우까지 모두 에이징 커뮤니케이션 범주에 속해요.” 수년째 에이징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진행하던 그는 혈관성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모든 것을 중단했다. 오로지 아버지 치매 케어에만 집중했다. 치매는 기억 및 언어 장애를 겪게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소통의 장벽이 드리워진다. 결국 비언어적 소통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케어 커뮤니케이션을 탄생시켰다. 그는 아버지 덕분에 자신의 전문 분야를 케어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고 회상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치매 관리의 핵심은 케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케어 커뮤니케이션은 노화와 질병, 장애 등으로 인해 돌봄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하는데요. 치매는 물론 질병이 있는 노인들은 인지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소통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려워요. ‘노년기의 절반이 유병기’라고 하는데, 유병기 내내 소통이 안 되면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인정해주는 올바른 케어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엔드리스(Endless) 커뮤니케이션 그렇게 케어 커뮤니케이션을 9년간 연구하던 중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죽음이 홍 대표의 연구 영역을 넓히는 데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바로 엔딩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활발히 연구가 이루어지는 분야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죽음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어요. 사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를 준비하던 중 엔딩라이프지원협회(구 엔딩코디네이터협회)의 제안으로 엔딩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걸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홍 대표는 소중한 이와 이별했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엔딩 커뮤니케이션인데, 끝을 의미하는 엔딩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박사 논문을 쓰던 2002년 당시 지도교수님께서 갑자기 암으로 작고하셨어요. 그때 교수님을 기리기 위해 추모 서적 ‘정치 커뮤니케이션 개론서’를 발간한 경험이 있는데요.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이들이 이 책을 아직까지 읽는 걸 보고 엔딩이 아니라 영원히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어떠한 형태로든 채널이 있다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 엔딩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엔드리스 커뮤니케이션으로 완성하게 되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기부와 기록이 동시에, 레거시 프로젝트 홍명신 대표는 올해 1월부터 준비한 첫 번째 레거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레거시 프로젝트란 기억에만 치중한 기존의 회고록이나 자서전 작업과 달리, 기록과 기부를 동시에 진행해 개인의 삶을 사회적 유산으로 기억되게 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홍 대표는 삶과 죽음을 넘어서 영원한 소통을 이루며 삶의 새로운 도약이라는 관점에서 또 다른 새로운 길을 개척한 셈이다. 첫 번째 레거시 프로젝트는 청산리 전투의 영웅 홍충희 지사 가족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담은 ‘나는 홍충희 지사의 딸입니다(글. 홍기옥)’라는 책이다. 그는 “광복절을 맞아 공개되어 좀 더 뜻깊은 프로젝트가 된 것 같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전쟁기념관에 유물 25점을 기증했고, 도서 판매 수익금으로 독립유공자 및 저소득층을 위해 기부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처음 강의할 당시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고령화사회로 접어들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할 때예요. 그래서 에이징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개설하기도 엄청 힘들었죠.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업의 한 챕터로 진행하기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오죽하면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지도교수님 말 들을 걸’ 후회도 했다니까요.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연구하며 굳세게 버티지 못했더라면 우리는 레거시 프로젝트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은 그의 뚝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올 연말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증 규모가 첫 번째보다 훨씬 방대하다. 7개 민간단체에서 소장품 90박스를 기증했고, 서적・서류・예술품 등을 분류해 677점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쟁기념관, 대통령기록원,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외교원 도서관 등에 영구 기증했다. 게다가 영문판으로도 제작될 예정이라 해외로 뻗어나가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며 홍 대표는 활짝 웃어 보인다. 이어서 세 번째 프로젝트도 곧 예정이다. “두 번째, 세 번째 레거시 프로젝트는 물론, 에커센터의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SNS 홍보도 할 생각이에요. 앞으로 우리 사회의 나이 듦과 소통 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 2024-09-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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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키부츠' 영광의 10주년…풍성한 9월 문화소식
- ●Exhibition ◇서울의 지하철 일정 11월 3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서울 지하철이 개통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동안 서울 지하철은 800억 명의 승객을 실었고, 지구 5만 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달렸다.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역사박물관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특별전은 지하철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1부 ‘땅속을 달리는 열차’는 한국 지하철 탄생에 얽힌 일화부터 기술과 구동 원리를 보여준다. 지하철 건설은 1960년대 급속한 인구 증가와 지상 교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됐으나, ‘나라가 망한다’며 각계의 반대가 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1974년 8월 15일, 지하철 1호선 ‘종로선’이 개통됐다. 2부 ‘레일 위의 서울’은 지하철로 인한 서울 교통 체계의 변화와 달라진 생활문화를 조명했다. 정시 도착을 보장하는 지하철의 등장으로 ‘코리안 타임’이 사라졌고, 올림픽에 대비해 이뤄진 ‘선하차 후승차’, ‘역 및 차내 금연’ 캠페인은 공공질서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3부 ‘나는 오늘도 지하철을 탑니다’는 지하철을 움직이는 사람들과 시민들의 일상 이야기를 담았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전시가 축제의 장이자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기록, Map of You 일정 11월 3일까지 장소 국립청주박물관 ‘기록, Map of You’는 기록을 남긴 ‘사람’과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 주목한 전시로,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이야기를 조망한다. 전시에서는 한반도 기록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구석기시대 ‘눈금이 새겨진 돌’부터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태실과 관련된 의궤·태항아리·태지석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전시는 관람객 참여형으로 흥미를 자극한다. 관람객은 전시실 입구에서 ‘Map of You’ 노트를 받고, 전시실 내 마련된 다감각 체험 공간 8곳에서 나를 돌아보고 기록을 남길 수 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사전조사를 실시해 관람객이 원하는 참여 공간을 마련했다. ●Book ◇나는 포기를 모른다(아놀드 슈워제네거·현대지성) 영화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아놀드 슈워제너거는 ‘아메리칸 드림’의 현대적 상징으로 통한다. 오스트리아 이민자 출신인 그는 세계 보디빌딩 챔피언, 할리우드 액션 히어로를 거쳐 캘리포니아 제38대 주지사까지 역임하며 스포츠, 연예계, 정치, 자선 활동 등 다방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책에서 아놀드는 78년 인생의 빛나는 업적을 나열하기보다,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비범한 삶을 살았는지 진솔하게 고백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경험에서 찾은 성공 원칙을 ‘인생을 바꾸는 7가지 무기’(Seven Tools for Life)로 소개한다. 이는 ‘비전의 힘을 믿어라’, ‘스스로 정한 경계를 과감히 허물어라’, ‘완벽을 추구하라’, ‘당신의 꿈을 세상에 보여줘라’, ‘인생의 기어를 과감히 바꿔라’, ‘영원한 학생이 되어라’, ‘당신의 쓸모가 세상을 빛나게 하라’다. 아놀드는 “이 7가지는 내가 60년간 개발하고 인생의 3막에 걸쳐 성공적으로 활용해온 무기들이다. 사실 혁명적이진 않지만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언제나 효과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이르렀을 때 거기에 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팀장의 원칙(로렌 벨커 외·비즈니스북스) 40년간 매니지먼트 고전으로 통한 책의 개정판이다. 팀원과 커뮤니케이션 방법, 협업과 업무 위임 등 유능한 리더로서 필요한 43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우리 집은 날마다 조금씩 행복해진다(이경자·미다스북스) ‘쇼그렌 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질환을 앓는 저자는 가족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40~50대 중년이라면 공감할 감정이 곳곳에 녹아 있다. ◇에이트 베어스(글로리아 디키·알레) 대왕판다부터 북극곰까지, 곰 8종에 관한 과학서다. 지구 곳곳을 다니며 곰을 탐험한 저자는 멸종 위기에 처한 곰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한다. ●Stage ◇킹키부츠 일정 9월 7일 ~ 11월 10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제리 미첼 출연 김호영, 이석훈, 김성규, 신재범, 박은태, 최재림, 강홍석, 서경수 등 뮤지컬 ‘킹키부츠’가 기념비적인 10주년을 맞았다.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경영악화로 폐업하던 시기, 아주 특별한 부츠를 제작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구두 공장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각색한 작품이다. 국내에서 2014년 초연됐으며, 긍정의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와 흥겨운 음악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2022년 다섯 번째 시즌은 12만 명이 넘는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10주년 공연에는 역사를 함께 만든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구두 공장을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보 사장 ‘찰리’ 역에는 김호영, 이석훈, 김성규, 신재범이 캐스팅됐다. 편견과 억압에 당당히 맞서는 ‘롤라’ 역의 라인업도 역대급이다. 박은태, 최재림, 강홍석, 서경수가 출연한다. ◇트랩 일정 9월 27일 ~ 10월 20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출 하수민 출연 김명기, 남명렬, 강신구, 김신기, 손성호, 이승우 서울시극단의 하반기 첫 작품이다. 스위스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 ‘사고’를 원작으로 하는 블랙코미디다. 주인공 트랍스는 우연히 시골 마을에 묵게 되면서 모의 법정 놀이에 피고로 참여하는데, 신문 과정에서 그의 숨겨진 과거 행적이 드러난다. 하수민 연출가는 “작품의 제목이 뜻하는 ‘사고’처럼 평범한 일상에서의 우연한 ‘사고’들을 다루지만 그 속에는 인간에 대한 다양한 관찰과 관점, 삶에 대한 진지한 철학을 담고 있다”며 “관객이 배심원이 되어 모의재판에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나와 할아버지 일정 9월 24일 ~ 11월 24일 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 연출 민준호 출연 김승욱, 오용, 양경원, 차용학, 표지훈, 신현수 등 공연배달 서비스 간다의 20주년 퍼레이드 네 번째 작품이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민준호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극 중 ‘할아버지’는 전쟁통에 헤어진 옛사랑을 찾아나서는 인물이다. 그동안 할아버지 역을 연기한 김승욱, 오용, 양경원이 이번에도 함께한다. ‘준희’는 멜로드라마를 쓰고 싶은 혈기 왕성한 공연 대본 작가로, 할아버지와 동행하면서 삶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차용학, 표지훈, 신현수가 연기한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9-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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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세 시대 행복 찾는 日 ‘100년 생활자 연구소’
- 도쿄에는 시니어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실버 거리가 있다. ‘100년 생활자 연구소’가 전통 있는 상점가에서 지난해부터 운영하는 이색적인 카페 ‘100년 생활 카페’를 찾아가 봤다. 스가모역에 내리면 모든 것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도로 턱도 없고 가격표도 크게 쓰여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스가모역 바로 앞에서 시작해 780m에 이르는 상점가에는 시니어들을 위한 옷, 건강식품, 가방, 신발, 보조 보행기구 등을 파는 상점 200여 개가 즐비하다. 에도 중기(약 1600년)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상점가다. 100년 넘게 이어진 가게들인 만큼 노인이 접객하니 무엇을 물어봐도 친절하게 잘 가르쳐준다. 다른 곳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다.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하고 평일에도 손님이 북적이지만 길거리는 깨끗해서 쇼핑하기에 쾌적하다. 시니어를 위한 온천 여관, 시니어 취향의 음식점, 시니어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라쿠고(落語) 공연 카페, 질병 치유의 파워 스폿, 생전 영정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관도 있다. 10대부터 90대까지 즐기는 카페 ‘100년 생활 카페’의 간판은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세련된 검은색 건물 입구에 놓여 있었다. 3층에 위치한 카페는 평일인 목요일 오후에도 손님이 가득했다. 오타카 가요(大高香世) 100년 생활자 연구소장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주었다. 그녀는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유명 광고회사 하쿠호도(博報堂)에 1990년 마케터로 입사해 전략 수립, 신상품 개발, 신규 사업 론칭을 담당했다. 2023년 하쿠호도에서 ‘100년 생활자 연구소’를 설립했고, 오타카 씨가 초대 소장을 맡았다. 연구소는 100세 시대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장소라는 콘셉트로 ‘100년 생활 카페’를 오픈했다. 카페에는 시니어만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다. 오타카 씨가 설명했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레트로 붐이 일어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의 영향이 크다고 보는데요. 옛날 간판이나 광고 디자인과 색상이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스가모 상점가 거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어요. 100년 생활 카페 고객은 고등학생부터 90대까지 다양해요. 단골 고객은 70~80대가 많지만요.” 다시 한번 카페를 둘러보니 활기찬 젊은 직원들이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카페 내부는 짙은 갈색과 주황색을 바탕으로 한 현대식 인테리어여서 밖에서 본 스가모 상점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100세까지 살고 싶지 않다고요? 100년 생활자 연구소는 왜 스가모 상점가에 이 카페를 만들었을까? 연구소에서는 20~80대 2800명을 대상으로 ‘당신은 100세까지 살고 싶은가요?’라는 조사를 했다. 그런데 72.2%가 ‘100세까지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100세까지 살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일본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 조사 결과에 대해 오타카 소장은 “충격적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연구소는 100세 가까이 살아온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기로 했고, 역사 깊은 스가모 상점가에 100년 생활 카페를 열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100세까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인생 100세 시대에 행복한 사람을 많이 만들자는 거죠. 카페에서 함께 커피 마시면서 행복에 대한 답을 찾고,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여러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내고, 그 결과에 대해 연구소에서 발표도 하며 여러 제안도 하려고 합니다.”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카페 오타카 소장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어떻게 하면 100세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소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노후가 40년 가까이 늘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100세 생활 카페는 앞으로 어떤 카페가 되고자 하는 걸까? 오타카 소장은 이 카페가 “이야기 나누는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우리는 주로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연구원들은 사전에 인터뷰어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된다. 연구원들은 현장에서 고객들과 대화하며 어떤 것을 발견했을까? “무엇보다 큰 소득은 서로 대화하면서 고객도 연구원도 ‘듣고 보니 내가 자신 있는 분야,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이런 거였구나!’ 깨닫는다는 거예요. 자기 통찰이 이루어지는 거죠. 삶의 인사이트를 얻는 거고요. 그게 이 카페를 오픈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발견이에요.” “고객들 맞은편에는 우리 연구원들이 앉아 있어요. 연구원은 40명 정도인데요. 평소 무언가를 조사하고 컴퓨터 앞에서 자료를 분석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요. 연구소에서 벗어나 이렇게 카페에 오는 고객들을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저는 70~80대 시니어들이 카페에 오기 위해 멋을 부리는 것도, 이곳에서 타인과 이야기 나누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100년 행복하게 사는 마을 만들기 100년 생활 카페에서는 커피와 음식을 판매한다. 커피는 300엔(약 2500원), 스파게티는 700엔(약 6000원) 정도다. 주변 카페에 비해 무척 저렴한 가격이다. 그래서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그럼에도 100년 생활 카페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들르는 장소’, ‘생각나면 수다 떨다 가는 장소’라는 콘셉트에 충실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익을 추구하는 카페가 아니라, 리빙 랩(Living Lab)으로서 일상의 실험실을 추구한다는 새로운 발상으로 운영하는 카페인 셈이다. “스가모를 기반으로 앞으로 전국에 이런 카페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오타카 소장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100년 생활자 연구소는 두 가지 도전 목표가 있어요. 하나는 카페에 들르는 시니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SNS 활용 방법을 가르쳐드리는 거예요. 스마트폰을 잘 이용할수록 ‘인생 100세 시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서, 디지털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마을과 사회를 위한 모델을 만드는 거예요. 스가모 동네 전체를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한 장소로 생각하고, 지역 주민들과 상점가를 지키는 분들과 함께 100년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마을 만들기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오타카 소장의 온화한 웃음 뒤에는 행복을 추구하는 연구소장으로서 야심찬 의지가 엿보였다. 취재를 마치고 스가모 상점가를 걷다 가게를 지키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자, 모두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창업한 지 394년 된 일본 과자점, 120년 된 녹차 전문점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찰 마당에 놓여 있는 향의 연기를 아픈 부위에 쐬면 통증이 사라진다고 해서 유명한 절 ‘고간지’(高岩寺)도 100년이 넘었다. 시니어 천국이라 불리는 스가모 거리에 이런 카페가 우뚝 존재한다는 사실이 무척 도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일본인은 100세까지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마을을 만들고자 기획된 ‘이야기를 들어주는 카페’라니. 대화를 통해 행복의 씨앗을 찾고자 하는 ‘100년 생활 카페’를 뒤로하면서, 나이 들수록 행복지수가 떨어지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연구소와 카페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한국의 시니어가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 함께 질문하고 고민하면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 돌아가는 길에 필자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 2024-08-2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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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따라 입고 싶은 노부부 시밀러룩
-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mylifemag)님의 공유 게시물 남부 캘리포니아의 70대 커플, 아키&코이치입니다. 개성 강한 할머니와 미니멀한 할아버지의 데일리 룩.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 38년 전 무술을 배우기 위해 LA로 향한 코이치 할아버지. 사범님을 통해 아키 할머니 만남 • 1974년 첫 인연을 맺은 두 사람. 결혼 전 12년 동안 친구로 지냄 • 계정(@akiandkoichi)을 만든 사람은 딸 유리 씨. 촬영, 편집, 캡션까지 유리 씨 작품 • 아키 할머니는 자신을 트렌드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함. 코이치 할아버지는 소재를 중요시하신다고! “노년 세대가 저희 영상을 보고 인생은 아름답고,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격려 받길 바랍니다. 그리고 모든 세대, 모든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격려하고 싶어요." (피플지 인터뷰 중) 에디터 조형애 출처 akiandkoichi 디자인 유영현
- 2024-07-3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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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세상에서 제일 옷 잘 입는 할아버지
- 영국의 헤리티지 워크웨어를 이끄는 브랜드 나이젤 카본의 창립자, 나이젤 카본(Nigel Cabourn)입니다. • 확고한 지지층을 가진 1949년생 현역 디자이너 • 딸 권유로 인스타그램(@nigel_cabourn) 시작. 현재 팔로워 30.2만 • 일흔이 넘은 그의 목표는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것 “제 계획은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것입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젊어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하면 오래 살 수 있어요. 은퇴는 없습니다!” (나이젤 카본 공식 홈페이지 중) 에디터 조형애 출처 나이젤 카본 디자인 이은숙
- 2024-07-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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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고령층 지역 아동 교육 봉사 인기… “삶의 기쁨 찾아”
- “제 월급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보는 거예요. 나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죠.”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베어크릭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B 할머니’로 불리는 바바라 버넷(81) 씨가 플로리다 지역방송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녀는 위탁 조부모 프로그램(Foster Grandparents Program)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다양한 정책들로 고령자의 사회참여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주도하는 아메리코프 시니어즈(AmeriCorps Seniors)가 대표적이다. 55세 이상만 지원할 수 있으며 위탁 조부모 프로그램, 시니어 동반자 프로그램, 퇴직 봉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1965년부터 시작된 위탁 조부모 프로그램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히며 더 많은 고령자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고령 자원봉사자와 아이들을 1:1로 연결해 주로 교육 시설에서 봉사가 이뤄진다. 고령자는 아이들이 일상에서 ‘운동화 끈 묶기’ 같은 작은 것부터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주는 것이 목표다. 프로그램 자원봉사자는 일주일에 최소 15시간에서 최대 40시간까지 봉사할 의무가 있다. 현장 투입 전에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필요한 훈련을 받는다. 이후 현장에 투입되면 사고재해보험에 자동 가입되며, 식사비·교통비 같은 부대 비용과 시간당 3달러의 활동비를 받는다. 55세 이상이면서 연간 수입이 약 2만 5520달러(약 3506만 원) 미만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 프로그램 참여로 받는 소득은 미국의 아르바이트 시간당 시급 13달러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지만, 공식 소득으로 포함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회보장 정책에 참여하는 데도 지장이 없다. 고령자들은 아이들과 꾸준히 시간을 보내면서 보람을 느낀다. 훈련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것을 익힌다는 성취감도 얻는다. 외로움과 고립감이 해소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뿌듯함까지 얻어가는 것. 오프라인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기간에는 온라인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정부 지원으로 컴퓨터와 프로그램 활용법을 배워 장거리에서도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봉사활동 지원자는 더욱 늘었으며, 교육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은 지역의 아이들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연방정부는 2022년 전국 각지에서 오찬 행사를 열고 3년 넘게 일한 자원봉사자에게 특별 표창을 수여했다. 2024년 6월 뉴욕 브룸 카운티는 최근 2년간 활동한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축하하는 자체 행사를 열었다. 브룸 카운티 위탁 조부모 프로그램 책임자인 프랜시 키프(Francie Keefe) 씨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은퇴 후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브룸 카운티 아이들을 돕는 데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에게 조부모와 같다”며 “지역사회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들이 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오래도록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또한 지역사회에 도움을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고령자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고립감·외로움 같은 정서적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고령자 자원봉사 프로그램 코제너레이트(CoGenerate) 글로벌 비영리기관으로, 고령자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세대와 교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앙코르 팔로십’은 사회적 벤처기업, 협동조합 등에 고령자를 연계해 6~12개월 동안 일하게 하고 생활비를 지원한다. ‘제너레이션 서빙 투게더’는 청년, 중장년, 노년층 자원봉사자가 모여 지구 온난화, 사회적 고립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 이슈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을 함께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AARP 익스피리언스 코프(Experience Corps) 미국은퇴자협회(AARP)에서 운영하는 지역사회 기반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20개 이상 도시에서 3만 명 이상의 아동과 고령 자원봉사자를 연결하고 있다. 고령 자원봉사자는 아동의 읽기 능력을 키워주는 강사 역할을 한다. 은퇴경영자봉사단(Service Corps of Retired Executives) 스코어(SCORE)라 불리는 이 봉사단은 미국 전역에 걸쳐 활동하는 비영리기관이다. 현직에 있거나 은퇴한 사업주 또는 기관의 고위 임원 근무 경력이 있는 자원봉사자가 중소 자영업자나 예비 창업주에게 무료로 경영 관련 도움을 제공한다. 연령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대부분 은퇴한 사업주들이 참여하고 있다. 출처 국제사회보장리뷰 2023년 가을 26호 ‘미국의 고령자 자원봉사 프로그램 현황과 시사점’
- 2024-07-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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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여행으로 딱 좋은 당진의 깊은 맛
- 여름이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바다를 찾고, 누군가는 숲으로 갈 것이다. 바쁘게 사는 세상, 멀리 훌쩍 떠나기엔 살짝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거야? 가만히 앉아 여름 타령만 하기엔 아까운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고’ 하며 투명한 햇살이 부추긴다. 초록 물이 듬뿍 올랐다. 퍼석한 시간 속에서 기꺼이 자신을 끄집어내 주기로 한다. 당진은 서울과 수도권 기준 자동차나 대중교통으로 두 시간 남짓 거리다. 무심히 그냥 떠나면 된다. 무심코 떠난 곳에서 맞는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하루가 행복하다. 사람들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에 굳이 의미를 담는다. 알고 보면 그럴 일은 아니다. 마을 골목을 어슬렁거리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지역 들판이나 노포에 주저앉아 바라보는 느린 풍경에 세상 스트레스 날리면 되는 것 아닌가. 당진은 그러기에 적당하다. 당진에서 여름을 맞는 법, 왜목마을 바다와 갯벌 제법 덥다. 아무래도 바다를 먼저 봐야겠다. 충남 당진은 서해와 아산만을 경계로 절반 이상이 바다와 접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비릿한 포구와 너른 들길이 번갈아 나온다. 당진의 왜목마을 해수욕장에선 바다와 갯벌, 일출과 일몰뿐 아니라 해안가 절벽 쪽의 해식동굴을 비롯해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해상교통이 발달한 왜목마을 앞바다는 예부터 많은 배의 왕래가 있었다. 해안가에 해상 조형물 ‘새빛왜목’이 우뚝하다. 왜목의 지형이 왜가리 목처럼 생겼다는 유래에서 착안하여 꿈을 향해 비상하는 왜가리를 표현한 작품이다. 모래사장이 워낙 넓고 갯바위가 공존하는 왜목마을 해변은 바다의 즐거움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모래밭에 그늘막과 파라솔이 즐비하다. 해변에 서면 바닷바람에 금방 땀이 마른다. 바닷가는 일반 지역보다 기온이 내려간다. 바닷물에 발 담그고 잠깐만 서 있어도 서늘하다. 물이 빠지면 갯벌 위에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주저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즐겁다. 다시 물이 차오르면 푸른 바다와 시원한 파도 소리가 일품인 왜목마을 바다 풍경이 청량하다. 당진 바다의 대표적인 왜목마을과 난지섬은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마을이기도 하다. K팝 스타 BTS의 슈가가 앨범 작업으로 며칠 머무르며 조용히 머리 식히기 좋았던 당진 바다를 추천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맞을 수 있는 왜목마을을 지나면서 이근배 시인의 ‘왜목마을에 해가 뜬다’는 시비를 만난다. 여기 왜목마을에 와서/ 백두대간의 해는 뜨고 진다/ 저 백제, 신라의 찬란한 문화/ 뱃길 열어 꽃 피우던 당진…. 푸근한 시간여행, 레트로 감성의 면천읍성 마을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당진이다. 성안마을로 불리는 면천읍성(沔川邑城)일대는 뉴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따사로운 마을이다. 면천읍성은 조선시대 서해안권 내포 지역의 대표적인 요충지였다. 그 옛날 중국으로 통하는 바닷길이 있었고 국방상 거점이었다. 평탄한 지형에 축조되어 면천군을 방어하는 성곽으로 기능이 유지되다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다. 그 후 동학운동과 항일의병 활동지였고, 성 안쪽에 면천 3·10학생독립만세운동 기념비가 세워진 걸 볼 수 있다. 읍성 안으로 들어가면 조선왕조의 정통성이 깃든 공간 면천 객사 앞에 천년 세월을 넘긴 은행나무 두 그루가 노구를 지지대에 받친 모습으로 울울창창하다. 바로 옆 계단 밑에 자리한 군자정 역시 고려 공민왕 시절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부근에 조선 정조 때 연암 박지원이 면천군수 재직 시 세웠다는 골정지가 있다. 봄과 여름이면 벚꽃과 연꽃으로 절경을 이루고, 당진의 걷기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성 안으로 들어왔으면 지나치지 않고 돌아볼 곳이 곳곳에 숨어 있다. 당진이라면 폐교를 이용한 아미미술관이 많이 알려졌지만, 우체국이 미술관으로 예쁘게 변신한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의 앞마당과 정원의 쉼도 좋다. 언덕길의 낡은 자전거포는 동네 책방 ‘오래된 미래’로 바뀌어 동네 사람들의 문화 마실터이기도 하다. 책방 옆집의 감성 소품 진달래상회, 공출판사, 그야말로 옛날식 ‘별다방’, 시장제분소 떡방앗간 골목을 느린 걸음으로 둘러보기에 딱 좋다. 걷다가 허기질 때쯤 되면 초록색 쑥면의 초원콩국수집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마음 챙김의 시간, 성지 순례길 당진을 신앙의 못자리이자 한국의 베들레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돌아보다 보면 내심 수긍이 된다. 천주교가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한 분들이 순교한 유적지 신리성지,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담고 있는 충청 최초의 본당인 합덕성당,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이며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했던 솔뫼성지 등이 있다. 세 군데 각각 자동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어 성지 방문만을 목적으로 하루를 계획해도 좋을 듯하다. 또 다른 길이 있는데 바로 버그내 순례길이다. 버그내는 합덕의 오래된 장터 이름이다. 순교자들의 길을 따라 고요하고 평온하게 자연 속을 걷는다. 솔뫼성지를 시작으로 합덕성당과 신리성지까지 13.3km 코스로 비순환형 길이다. 대략 4~5시간 걸으며 차분히 나를 다스리는 시간이다. 당진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 챙김의 시간도 갖는다. 하얀 연꽃잎이 스며든 맛, 신평양조장 당진의 술도가 신평양조장 역사는 90년이 넘었다. 그 세월 동안 발효된 술맛은 더 깊어졌다. 하얀 연꽃잎을 발효 과정 중에 곁들여 빚어내는 백련막걸리로 지금껏 맛을 지켜왔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그리고 아들이 3대째 이어온 가업은 장인정신으로 양조 문화를 계승해나가는 중이다. 오래된 한옥 고택 옆으로 신평양조장 뮤지엄이 먼저 보인다. 해풍을 맞고 자란 당진의 품질 좋은 쌀로 오랜 세월 동안 백련막걸리와 백련맑은술을 어떻게 빚어왔는지 보여주는 곳이다. 백련막걸리는 한때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여전히 전통주 명가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양조갤러리에서는 술의 제조 공정, 역사의 흐름에 따른 술의 변화, 세상의 술 이야기를 꼼꼼하게 보여준다. 술 한 모금 시음도 하고, 막걸리 만들기 체험과 소믈리에 교실 등의 참여 시간도 준비되어 있다. ‘시간이 익어가는 양조장’이라는 테마로 돌아보는 옹골찬 예술 감성 공간이다. 술과 인문학에 관한 공부, 하얀 쌀과 그에 대한 가치 또한 비로소 새롭다. 하얀 꽃 백련잎과 연잎주의 전통이 이어지면서 신평양조장의 꿈도 쉼 없이 발효되고 익어간다. 불꽃 같은 삶, 작가 심훈의 필경사 신평양조장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필경사(筆耕舍), ‘붓으로 밭을 일군다’는 뜻이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농촌 소설 ‘상록수’가 탄생했다. 작가 심훈이 낙향해 터를 잡고 직접 설계해 지은 집이다. 필경사 마당에는 당시 농촌 계몽 활동을 하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는 조형물들과 시비가 전시되어 있다. 마당 옆에 자리한 심훈기념관에는 작가 심훈의 활동이 전시물과 영상, 디오라마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되어 전시되었다. 작가이면서 영화감독이기도 했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당시 경성방송국 조선어 아나운서까지 맡았던 다재다능한 인재였다. 일제강점기 당시 아나운서로 뉴스를 읽던 중 ‘황태자 폐하’라는 부분을 도저히 읽지 못하고 어물거리며 불편한 기분을 참지 못해 3개월 만에 해고된 사실도 알게 되었다. 산 아래 소박한 작가가 직접 설계했다는 ‘심훈의 집’. 전통적인 외관과 내부는 오밀조밀 짜임새 있고 정갈하다. 집 앞으로 들판이 펼쳐지고 저편으로 서해가 보이도록 자리 잡아, 문학적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초가집 뒤편으로 그가 심었다는 대나무 숲이 가끔 바람에 일렁인다.
- 2024-07-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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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거리에서 만난 실버 패셔니스타
- 1 “덕수궁 어머님. 깔끔하고 클래식한 패션이 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2 “청 소재 셔츠에 레이스 원피스, 밀짚모자까지.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떠올랐다.” 3 “멀리서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량한복 같기도 한데… 멋스럽게 느껴진다!” 4 “1년 만에 다시 만난 아버님. 패션은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 찾기가 시작이 아닐까.” 5 “올 화이트 패션을 소화하신 아버님. 손가락에 낀 반지가 숨은 포인트.” 6 “배태암 아버님. 패션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넥타이는 한국에 ‘YSL’(생 로랑)이 처음 들어왔을 때 구입한 것이라고!” 7 “과거 TV 방송에 ‘멋쟁이 아버님’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고 한다. 노년의 멋이란…!” 김동현 시니어 스트리트 패션 전문 사진작가. 2019년 멋진 할아버지를 찍은 뒤 ‘나만 할 수 있는 일’에 셔터를 누르고 있다. 작업 반경은 동묘에서 남대문 인근, 인사동까지. 50대에서 80대 사이의 멋쟁이 어르신을 발견하면 슬금슬금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저서로는 사진집 이 있다. 에디터 조형애 출처 김동현 사진작가 디자인 유영현
- 2024-07-0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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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상흔과 평화 느끼는 하루, 관광명소로 거듭난 김포
- 그토록 노래하던 벚꽃도, 진달래도 바람에 날려갔다. 푸릇푸릇하게 숲을 이루기 시작한 초여름을 걷는다. 그 길을 따라 높은 산 전망대 망원경을 통해 애타는 그리움을 보았다. 산과 강과 철책이 어우러진 이 땅의 아름다운 길 위엔 평화를 염원하는 발걸음이 이어진다. 분단의 현장을 고스란히 밟으며 가슴 시린 역사를 살피는 유월의 사뭇 다른 마음을 기억하려 한다. 자연 그대로의 애기봉평화생태공원 구불구불 비탈진 산길을 거쳐 당도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최북단인데도 말 그대로 평화롭다. 한반도 유일의 남북 공동이용수역에 위치한 평화와 화합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남북 접경지역의 154m 쑥갓머리산이라 불리던 애기봉은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건축물과 자연생태가 잘 어우러진다. 얼핏 갓난아기를 떠올릴 수 있는 애기봉이라는 이름은 평안감사와 기녀 애기의 애틋한 설화에서 온 말이다. 피난길에 오랑캐에게 붙잡혀간 감사를 그리워하던 애기가 ‘님이 잘 보이는 곳에 묻어달라’며 세상을 떠났다.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애기의 한이 마치 실향민의 한과 같다 하여 이곳에 애기봉(愛妓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전망대에 오르기 전 먼저 평화생태전시관을 둘러보자. 전시관을 둘러싼 생태 조성과 조각 전시는 작품마다 평화가 가진 다양한 의미를 보여준다. 실내 전시 공간의 조강 생태 디오라마와 조형물들 역시 볼 만하다. 상주하는 해설사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으로 사전 지식을 얻고 오른다면 강 건너 북녘을 바라보는 마음이 한결 다르다. 평화, 생태, 미래를 주제로 한 3개의 평화생태전시관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전망도 시원하다. 물길 저편의 남쪽과 북쪽의 경계가 모호하다. 38선을 중심으로 한 DMZ는 분단 70년이 지나면서 정확한 구분이 없어졌다고 한다. 창밖으로 흐르는 조강과 전시관 바닥 및 벽에 그려진 위치도를 가리키며 전하는 해설이 생생하다. 한강 하류 끝의 물줄기와 김포와 강화, 북쪽의 개풍군이 뒤엉킨 모습을 눈앞에서 본다. 전시 미디어아트와 VR 체험을 통해 개성으로 떠나는 가상현실도 이곳에서는 유난히 실감 난다. 평화생태공원의 두 번째 건물인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흔들다리를 건넌다. 산골짜기에 길게 이어져서 고개를 돌리면 온통 울창한 숲이다. 흔들다리 끄트머리쯤부터 지그재그형 탐방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빙글빙글 돌아 걸으면서 초여름의 풍성한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다. 1953년 휴전 이후 아무도 오갈 수 없는 고립 지역이 자연스럽게 생태의 보고가 되었으니 천혜의 생태공원인 셈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한은 그저 건넛마을이다. 미세먼지로 시야가 흐린 날이었는데도 고배율 망원경을 통해 북녘땅이 선명히 보인다. 수도권에서 북한의 최전방을 볼 수 있다니. 1.4km 거리에 그들이 살고 있었다. 빌라 같은 공동주택이 새것 같은 느낌으로 마을을 이룬 북한 땅이 거기 있다. 주민들의 사는 모습이 마냥 친근하다. 돛배를 젓거나 수영을 해서라도 단숨에 건널 수 있는 코앞인데도 구경꾼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물길을 가운데 두고 김포와 강화도, 파주시가 개풍군을 마주한 채로 사는 중이다. 남북의 가운데로 흐르는 조강은 임진강, 한강과 만나 서해로 흐른다. 그 물줄기를 조강이라고 하는데 큰 강, 할아버지 강이라는 뜻이 담겼다. 물길 사이로 마주 보는 북쪽 건넛마을과 우리의 분단 현실을 청정의 생태공원에서 평화롭게 둘러볼 수 있으니 최고의 안보 여행지가 아닌가 싶다.(방문 시 신분증 지참과 인터넷 예약 필수) 숲속 문화예술 여행, 김포 국제조각공원을 걷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을 내려오면서 들를 수 있는 김포 국제조각공원은 문수산 숲속이 작품 전시장이다. 통일을 테마로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자연 속 전시장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3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산속에 풍덩 빠져 자연 지형에 어울리게 전시된 예술작품 한 점씩 찾아보는 숲속 문화예술 여행을 한다. 미로 같은 숲길을 걸으면서 전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어서 산책과 힐링을 동시에 맛본다. 솔향기 번지는 군하숲길 주변 둘레길을 걸으며 여유롭게 작품들을 둘러본다면 온전히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 전시는 연중무휴다. 덕포진의 손돌목 산책길과 짭조름한 대명포구 사적 제292호 덕포진은 강화해협을 마주하는 김포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조선시대 서해에서 강화만을 거쳐 한양으로 진입하는 길목의 바닷길로 군사적 요충지였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미국과 프랑스 함대와 맞서 싸웠던 격전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기서 발굴 출토된 포와 포탄, 조선시대 상평통보와 주춧돌 등은 오르기 전 덕포진 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현재 덕포진은 3개의 포대와 그 끄트머리에서 파수청터가 발굴되었다. 이어서 강화해협이 건너다보이는 마지막 지점에 손돌묘가 보인다. 강화해협 중에서 가장 폭이 좁고 물살이 거센 지형을 이용한 천혜의 요새 손돌목이다. 바다가 보이는 수려한 풍광 사이로 수백 년 역사를 돌아보게 된다. 당시 포격전이 펼쳐졌던 포대 중 첫 번째 포대가 가장 길고 언덕의 곡선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방풍림 소나무 아래에서는 수백 년 역사를 더듬듯 바다를 내다보며 걷다가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덕포진은 평화둘레길 1코스와 염하강 철책길 순환 코스로 연결된다. 이윽고 포대를 지나고 손돌묘에 이르면 눈앞에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손돌은 고려시대 몽골군의 침입으로 왕이 강화도로 피난 갈 때 물길을 안내하던 중 세찬 물살에 겁이 난 왕의 오해로 죽임을 당한 뱃사공이다. 죽기 전 손돌은 바가지를 물에 띄우며 ‘이 바가지를 따라가면 무사히 건널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죽었다. 바다를 무사히 건넌 임금은 자신의 성급한 오해로 죽은 손돌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성대히 장사를 치러주었다고 한다. 후에 손돌이 죽은 음력 10월 20일쯤이면 찬바람이 거세게 불어 사람들은 손돌바람이라 했고, 이 무렵 추위를 손돌추위라고 불렀다. 지금은 손돌의 배가 지나던 물길에 고깃배가 유유히 흘러간다. 바다 건너편으로 강화의 광성보와 용두돈대가 보인다. 손돌묘 옆으로는 덕포진 둘레길을 만난다. 평화누리길 1코스를 알리는 대명포구의 조형물을 지나 시작되는 염하강 철책길 순환 코스가 손돌묘까지 와서 부래도, 덕포마을, 덕포진, 대명항 코스의 6.5km를 걸으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 철책길과 절반 이상 겹치는 순환길을 따라 쉬엄쉬엄 걸으면 철책 너머 보이는 김포 들녘과 바다 풍광에 가슴이 탁 트인다. 우리의 역사가 담긴 문화유산이 휴식을 주고 둘레길 코스가 되어 사람들이 오간다. 더불어 마음 가득 평화를 염원하게 된다. 오래된 숲의 위로, 장릉 벚꽃과 진달래꽃의 반영이 예쁘던 김포 장릉 연못에 이제 오래된 나무들이 연둣빛으로 비친다. 김포 장릉은 조선 제16대 인조의 부모인 추존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 구 씨의 능이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입장 시간이 오전 7시부터여서 이른 아침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역사 속 장소지만 일상에서 찾아가 차분히 힐링을 얻는 공간으로도 더할 나위 없다. 봄이면 목련과 벚꽃이 눈부시다. 초록으로 울창한 여름을 지나 가을엔 오래된 숲의 위로가 마음을 토닥인다. 긴 세월을 담은 수목들 사이를 아무리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단청 없이 소박한 재실 앞의 연지는 묘역과 함께 이루어진 긴 세월을 담고 있다. 새롭게 단장된 장릉 역사문화관에서는 정조 임금이 직접 지은 시도 감상할 수 있어서 뜻깊다. 복잡하고 소란한 세상을 뒤로하고 하루쯤 깊이 잠겨보아도 좋은 곳. 무해한 시간이다.
- 2024-06-28 0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