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육아 경험한 시니어의 속마음

입력 2026-02-03 07:00

[우리 모두의 황혼육아] 15명의 할머니는 뭐라고 말했을까?

(생성형 AI 이미지.)
(생성형 AI 이미지.)

자녀 세대의 맞벌이, 불안한 돌봄 환경, 가족 안에서의 책임이 겹치며 많은 시니어 여성이 다시 ‘육아의 현장’으로 들어왔다. 이른바 ‘황혼육아’다. 특히 설 명절을 지나며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고, 3월 아이들의 입학과 개학을 앞둔 2월은 황혼육아의 현실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는 시기다. 이런 이유로 2월을 맞아,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설문을 진행했다.


▲15명의 설문 응답자(설문 참여 순)

① 연우(중1) 할머니(71세)

② 신(중1)·준(초5) 할머니(75세)

③ 연희(초6)·연주(초5)·연정(초1) 할머니(69세)

④ 시현(3세) 할머니(64세)

⑤ 윤아(초1) 할머니(72세)

⑥ 시안(초3) 할머니(75세)

⑦ 서준(초5) 할머니(69세)

⑧ 수호(7세)·수아(3세) 할머니(68세)

⑨ 헌(초3) 할머니(68세)

⑩ 해인(6세) 할머니(69세)

⑪ 서우(초4)·준우(6세) 할머니(70세)

⑫ 태린(6세)·라희(3세) 할머니(62세)

⑬ 도윤(초4)·도준(초1)·도희(6세) 할머니(68세)

⑭ 지안(5세) 할머니(70세)

⑮ 재홍(중2)·아연(초5) 할머니(68세)


이번 설문은 손주를 직접 돌보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 중 할머니 15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진행했다. 응답자는 수도권을 포함해 충청·경상 등 지역에 거주하며, 연령대는 60대 초반부터 70대 중반까지 분포돼 있다.

15명의 할머니가 들려준 답변은 황혼육아를 어느 개인이나 가정의 모습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황혼육아를 살아내는 당사자들이 어떤 고민 속에서 이 선택을 이어가고 있는지 그 현실을 당사자들의 언어로 보여주는 기록이다.


▲설문 응답자 15인의 황혼육아 참여 시간과 횟수.
▲설문 응답자 15인의 황혼육아 참여 시간과 횟수.

힘들지만, 안 할 수는 없었다

응답자 개개인의 상황은 달랐지만, 답변을 종합해보면 황혼육아를 바라보는 공통된 인식이 분명히 드러난다. 황혼육아는 단순한 선의의 도움이라기보다, 가족 안에서 자연스럽게 떠맡게 된 역할에 가깝다는 점이다. 응답자들은 ‘황혼육아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복수 응답)에 △자녀의 맞벌이·직장 복귀(15명 전원) △어린 손주를 타인에게 맡기기 어려워서(2명) △정든 손녀들이 예뻐서(1명) 등 가족 구성원으로서 자연스럽게 맡게 된 역할이라고 답했다.


하루의 시간은 이렇게 흘렀다

하루 3~5시간의 부분 돌봄부터 주중 대부분을 책임지는 전일 돌봄까지 참여 강도는 크게 갈렸다. 응답자들의 답변에 따르면, 손주들의 연령에 따라 보육시설·교육기관에 머무는 시간이 달라졌다. 답변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은 자녀 세대가 손주의 등원과 등교를 맡으면 돌봄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또한 언제든 호출될 수 있는 ‘대기상태’ 역시 황혼육아의 일부였다.


황혼육아가 시니어의 삶을 바꿨다

‘힘들다’는 표현과 동시에 웃음이 늘었다는 답변이 공통적으로 등장했다. 체력 저하와 개인 시간 축소, 관계에서 오는 부담을 호소하면서도, 손주와 함께하며 느끼는 기쁨과 보람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황혼육아로 생긴 삶의 변화가 있다면?

연우네 : 손주 덕에 웃을 일이 많아진 것? 내 몸이 안 따라줄 때는 힘들긴하다.

신이네 : 아들 집에 살면서 새로운 이웃과 관계를 맺었다. 친구들 만나고 싶어도 괜히 아들·며느리 눈치 보게 된다.

연희네 : 손주가 셋이라, 각자 원하는 바가 달라 맞춰주기가 힘들다. 첫째랑 막내랑 나이 차이도 있으니 스케줄도 제각각이다. 애들이 학교 갔다 오면 쉴 여유가 없다.

시현네 : 아이가 어려 말을 잘 못 할 때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수호네 : 웃을 일이 생기는 한편, 다른 일정을 잡을 수 없다. 등원 준비할 때 아이가 잘 안 일어나는 것도 고충이다. 매일 저녁 준비 등 열심히 도와주고도 싫은 소리 들을 때가 있다.

윤아네 : 노후의 삶을 다르게 사는 데 걸림돌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항상 대기상태여야 한다는 점이 힘들다.

서우네 : 예전에는 내 일정이 먼저였다면, 지금은 손주들의 하루가 곧 나의 하루다. 아무래도 체력과 몸이 예전 같지 않거나 아프면 가장 힘들다.

시안네 : 고령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고 허리·무릎에 통증이 있다. 취미 생활이나 운동 모임 참여도 줄었다.

서준네 : 자유 시간이 제한될 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 점점 힘에 부친다.

헌이네 : 손주는 엔도르핀, 비타민이다. 육아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젊어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문화생활을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힘들다. 또 밤잠도!

해인네 : 무료한 시기에 생산성 있는 시간을 보내며 활기를 느낀다. 손주가 말을 잘 안 들을 때, 자녀가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 때는 서운하다.

태린네 : 책임감이 커졌다. 아이들 잠자리 챙기고 같이 자면서 잠을 설칠 때가 대부분이다.

도윤네 : 내 삶보다 딸 가족의 삶이 더 중요해졌다. 딸을 결혼시켜 독립시켰지만, 여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한다.

지안네 : 손주 돌봄의 기쁨과 개인 생활의 제약, 체력 한계가 함께 오는 게 황혼육아 같다.

재홍네 : 홀로 지내다 보니 외로움과 우울증이 있었는데, 모두 잊고 엔도르핀이 생겼다. 시간의 자유로움은 사라졌다.


버티는 방식과 풀어내는 마음

황혼육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각자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지 물었다. 응답자들은 저마다의 속도와 방법으로 돌봄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었다.

▲'황혼육아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응답자 답변 모음.
▲'황혼육아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응답자 답변 모음.

▲ ‘황혼육아, OO하게 하고 있다’라고 표현해본다면?

“딸한테 못 준 사랑, 손주에게 충분히 주면서”

“기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짐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만하고 싶으면서도 안 그만하고 싶은 마음으로”

“활력 있게!(오히려 젊어지는 느낌)”

“치미는 화를 누르며^^”

“나의 건강이 허락돼서 행복하게”

“방학 숙제처럼”

“나 하고 싶은 대로, 내 삶을 살면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존재 의식을 갖고”


▲응답자 15인의 황혼육아 스트레스 해소법.
▲응답자 15인의 황혼육아 스트레스 해소법.

▲ 육아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고 있나?

동네 육아하는 할머니들이랑 이야기하면서 푼다.

남편한테 손주, 딸, 사위 흉을 본다.

딸이랑 한잔하면서 푼다.

시간 내서 통기타 배우고 있다.

자녀 아이 봐주는 동네 할머니들이랑 육퇴하고 치맥 먹는다.

친언니와 통화하며 푼다.

아이의 웃음과 즐거움이 내 행복이지.

주말엔 애들 할아버지와 여행, 외식한다.

손주가 유치원 간 시간, 개인 취미 활동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집 근처를 산책하거나, 가끔 친구도 만나고, TV를 보며 쉬면서 푼다.

딱 한 번 아들에게 “그래, 네 자식 네 맘대로 해봐라~” 하고 나온 적 있다. 대부분 참는다.

주로 여행, 독서, 쇼핑으로 푼다.

운동, 친구 모임에 나간다.


황혼육아, 명확한 경계가 있었나?

약속의 유무는 황혼육아의 부담과 책임을 가르는 기준이다. 육아를 맡으며 기간이나 횟수, 생활지침 등 자녀와 약속을 정해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상황에 맞춰 돌봄을 이어가고 있었다.

▲ 손주 돌봄을 맡으며 자녀와 약속한 게 있다면?

밥을 안 먹는다고 밥 떠먹여 주는 거, 간식 많이 주는 거 안 하기.

TV 많이 보여주거나 휴대폰 손에 쥐어주는 거 안 하기.

없었다.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 돌봐줄 것이다.

영상을 덜 보여주고 바깥 놀이를 많이 해주려고 한다.

비교, 잔소리하지 않기.

없었다. 가끔 마찰은 있었지만, 딸의 방식에 큰 이견은 없었음.

없다.

개인적인 약속이나 여행 갈 때는 미리 이야기해서 조율한다.

일주일에 미리 육아 참여 날짜를 정해서 합의한다.

주 1~2회 요일 지정해서 돌보기로 함.

딸의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아 매일 상황이 다르다.

자녀 세대와 따로 약속한 건 없다. 손녀들과의 약속은 꼭 지키려고 한다.

손주 돌봄은 평일에만, 최저시급에 해당하는 용돈을 매월 지급하기.


황혼육아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마지막은 황혼육아를 경험한 할머니들이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동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손주의 사랑만큼이나 자신의 건강과 삶을 함께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가 반복됐다.

▲황혼육아 동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황혼육아 동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 우리, 황혼육아 이렇게 해봐요!

시현네 :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두렵기도 했지만, 다시 자식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예전에 못 해줬던 것들을 손주한테 더 해주려고 해요.

신이네 : 힘내요. 애들이 클수록 수월해지니까.

연희네 : 몸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손주가 너무 예쁘다. 안 봐줄 수 없지 않나. 마음먹기에 달렸다.

윤아네 : 아이들 케어하는 걸 힘들다고 느끼지 말고 내리사랑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하시길~. 틈내서 하고 싶은 취미 활동 하는 게 좋을 듯!

시안네 : 건강이 허락된다면 내 생활도 유지하면서 도와주는 방법이 좋을 것 같음.

연우네 : 몸은 힘들지만 손주 보는 재미가 있지 않나. 막상 안 봐주게 되니까 아쉽다. 그 시간이 길지 않은 것 같다.

수호네 :웃게 해주는 아이들을 보며 즐겁게 지내보아용~.

해인네 : 쉽지 않은 일이니 심사숙고 하세요.

헌이네 : 황혼육아가 꼭 힘든 것만은 아니다. 아이가 주는 행복은 우리 시니어의 비타민이다. 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거야~.

태린네 : 아이들이 크면서 상처받는 일도 생길 수 있지만, 우리가 어른이고 할머니니까 또 이해하게 된다.

도윤네 :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성장하는 손주들 보는 재미도 남다르고, 자식을 위해 그 정도는 부모가 희생하는 것이 옳은 선택 아니겠나.

지안네 : 체력과 건강 지키며 나의 행복 속에서 황혼육아에 임하길.

서준네 : 몸은 힘들어 짜증 나지만 자녀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서우네 : 손주도 소중하지만, 우리의 건강과 삶도 함께 돌보자.

재홍네 : 정신 건강에도 좋고 몸에 활력소도 생기므로 돌봐줄 수 있을 때 도와주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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