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으면 복이 온다’는 조상들의 옛이야기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잘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 것이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건강의 핵심 지표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일본에서 나왔다. 웃는 표정을 지을 때 입가와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적은 고령자일수록 각종 노쇠 지표와 관련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 화장품 기업인 폴라·오르비스그룹 계열사인 폴라화성공업은 지난 15일,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와 공동으로 70세 이상 일본인 고령자 약 2300명의 표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얼굴 움직임의 크기와 신체적 노쇠, 인지기능 저하, 우울 경향 사이에 의미 있는 관련성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1일부터 열린 제68회 일본노년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
노쇠는 건강한 상태와 요양이 필요한 상태 사이의 중간 단계로, 노화에 따른 예비능력 저하로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력이 떨어진 상태를 뜻한다. 신체 기능뿐 아니라 인지기능, 심리 상태, 사회성 등이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다면적 평가가 중요하다. 다만 기존 평가는 문항 수와 소요 시간이 늘기 쉬워 고령자와 평가자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표정’에 주목했다. 표정은 몸에 부담을 주지 않고 관찰할 수 있는 데다 얼굴 근육의 움직임, 상대에 대한 인지와 반응, 심리 상태, 사회성 등이 함께 반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의 지역 고령자 코호트에 참여한 7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웃음, 미소, 분노, 공포, 슬픔, 혐오, 놀람 등 7종류의 표정을 촬영했다.
참가자들은 제시된 표정 이미지를 따라 하거나 특정 상황을 상상해 표정을 지었다. 연구진은 이 영상을 분석해 얼굴 근육이 어느 부위에서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수치화했다. 단순히 육안으로 표정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얼굴 근육의 개별 움직임을 정량화하는 ‘액션 유닛(AU)’ 분석 기술을 적용해 데이터의 객관성을 높였다.

분석 결과, 웃는 표정을 따라 할 때 얼굴 움직임이 가장 작은 그룹은 가장 큰 그룹보다 신체적 노쇠에 해당할 가능성이 약 1.9배 높았다. 또 웃는 표정에서 특히 입 주변 움직임이 적은 그룹은 인지기능 저하에 해당할 가능성이 각각 약 1.6배, 약 2.1배 높았다. 미소를 따라 할 때 표정 변화가 작은 그룹 역시 우울 경향에 해당할 가능성이 각각 약 1.7배, 약 2.0배 높았다. 연구진은 연령, 성별, BMI, 교육력, 취업 여부, 독거 여부, 생활습관병 및 사회적 고립 유무 등 표정과 노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고려해 통계 분석을 진행했다.
이번 결과는 표정만으로 건강 상태를 단정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웃거나 미소 지을 때 얼굴 움직임이 적은 고령자에게서 신체적 노쇠, 인지기능 저하, 우울 경향이 더 자주 나타났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신체적 노쇠 2137명, 인지기능 저하 2303명, 우울 경향 2267명의 데이터를 각각 분석해 관련성을 확인했다.
회사 측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표정을 활용해 고령자의 노쇠 상태를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파악하는 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사회적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도구가 상용화되면 돌봄 현장에서 신체 기능 검사나 설문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고령자의 미세한 변화를 일상적인 관찰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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