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노인종합복지관이 시니어 전용 헬스장인 스마트피트니트센터를 열었다. 복지관 이용 어르신들의 노쇠를 예방하고, 근감소증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스마트피트니스센터는 원래 건강 관리실이던 공간을 재정비했다. △AI 기반의 7가지 상체, 하체 헬스기구로 이루어진 근력운동존 △어르신들의 개인별 체지방·근육량·질병력을 평가해 맞춤형 운동처방을 하는 건강측정존 △근력운동 후 밴드와 체조를 통해 몸을 이완하는 스트레칭존 총 3개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AI 기반 헬스기구 각각에는 모니터가 달려 있어 어르신이 힘을 주거나 버티는 것을 그래프로 보며 운동할 수 있다. 일반 헬스기구는 무게추나 원반으로 중량을 선택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있는 반면 AI 기반 헬스기구는 AI가 개인의 힘에 맞게 자동으로 중량을 조절해준다. 운동 후 빅데이터를 통해 근력 운동 상태도 볼 수 있다. 혼자 운동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한 헬스트레이너가 1:1 운동 지도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논현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유산소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시니어걷기지도사 10명을 양성하여 10개의 걷기동아리를 구성하고, 140명의 어르신들이 인바디밴드를 착용하고서 만보기(만나서, 보람차게, 기운차게) 걷기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김정운(67) 씨는 “오늘 운동한 신체상태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매번 운동데이터를 확인한다”며 “오늘 운동한 총량, 몸의 균형상태, 근력, 근기능 상태 등을 알 수 있어서 더 보람 있다”고 밝혔다. 김미숙(68세) 씨는 “1:1 PT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무료로 지도를 받을 수 있어 좋다”며 “기구 사용법뿐 아니라 근육 움직임의 원리와 세세한 운동 방법을 알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구는 앞으로 노후된 경로당을 리모델링하고 어르신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스마트피트니스센터’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거점별로 경로당을 재구조화함에 따라 어르신쉼터, 여가시설, 경로식당, 시니어헬스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설 연휴, 갑자기 아픈데 문을 연 병원 또는 약국이 지척에 없을까봐 걱정이 된다. 특히 노쇠하고 지병이 있는 고령자는 더더욱 걱정되기 마련인데,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가 대책을 마련했다. 연휴 기간 하루 평균 7800여 곳의 의료기관이 문을 열고, 정보를 확인이 쉽게 제공한다.
보건복지부는 “설 연휴인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의료 공백이 없도록 운영할 방침”이라고 8일 밝혔다. 응급실 운영기관 520여 개소는 명절 기간에 평소와 동일하게 24시간 진료한다. 다수의 민간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설 당일(2.10.)에도 보건소를 비롯한 일부 공공보건의료기관은 진료를 계속한다. 설 당일에는 하루 평균 3598곳이, 전체 설 연휴 동안에는 하루 평균 7881곳의 의료기관이 문을 연다.
설 연휴 기간 문을 여는 의료기관 정보는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 △응급의료정보제공(E-Gen) 앱(App) △보건복지콜센터(129) △구급상황관리센터(119) △시도콜센터(120)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누리집(www.mohw.go.kr)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은 사용자 위치 기반으로 주변에 문 여는 병‧의원과 약국을 지도로 보여주게 되고, 진료시간 및 진료과목 조회도 가능하다. 또한, 야간진료기관 정보, 자동심장충격기(AED) 위치 정보, 응급처치 요령 등 응급상황에 유용한 내용도 담겨 있다. 앱스토어 및 포털사이트 등에서 ‘응급의료정보제공’ 검색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연휴 동안 응급진료상황실을 운영하여 응급의료체계가 공백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문 여는 병‧의원,약국 운영 상황 등을 점검한다. 또한 중앙응급의료상황실(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은 설 연휴를 포함해 연중 24시간 재난 상황을 감시하고 있으며, 보건소 및 전국 43개 재난거점병원의 재난의료 지원팀은 다수 사상자 발생 시 신속히 출동할 수 있도록 출동 태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정통령 공공보건정책관은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설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연휴 기간 동안 응급진료체계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면서, “응급 환자는 언제든지 응급실에서 신속한 진료를 받을 수 있으나, 설 연휴에는 응급실 내원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비응급 경증 환자의 경우에는 응급실보다는 가급적 연휴기간 내 운영중인 병‧의원이나 보건소 등을 확인하여 이용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설 연휴(1.21~1.24) 동안 응급의료센터 환자 내원 건수는 약 9만 건이었다. 하루 평균 기준 평상시보다 1.2~1.6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콜센터 번호, 홈페이지 주소, 스마트폰 앱 등 알아두면 좋은 정보
△(유선) 129 보건복지상담센터, 119 구급상황관리센터, 120 시·도 콜센터
△(인터넷)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 보건복지부 누리집(www.mohw.go.kr), 보건소 누리집
△(포털사이트) ‘명절 병원/약국’, ‘연휴 병원/약국’, ‘문 여는 병원/약국’ 등 검색
△(스마트폰 어플) 응급의료정보제공(e-gen)
정년 60세가 법제화된 지 어언 10여 년.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연계한 법정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전에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몇 살부터 노인일까? 왜 그 나이가 노인일까? 과연 나이로 차별해도 될까?
‘몇 살’부터 노인일까? 노인을 정의하는 일반적인 연령 기준은 65세다.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 노인복지법을 제정하며 경로우대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정했다. 세계도 노인을 정하는 나이에 대해선 이견이 크지 않다. 국제연합(UN)은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를 구분하는 연령 기준을 65세로 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로 분류하고,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까지 치솟으면 초고령사회라 한다. ‘몇 살부터 노인일까?’라는 질문은 이제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 바꿔보면 난이도가 꽤 올라간다. 그럼 ‘왜’ 65세부터 노인일까?
연령주의와 연령 차별
“혹시 연령주의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가 취재 취지를 들은 뒤 맨 처음 한 말이다. 정년 연장 논의에 앞서 노인을 정의하는 기준 나이부터 짚고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인=65세’의 기원은 프로이센 왕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철의 재상’이라 불리는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1889년 세계 최초로 공적 연금제도를 시행하며 사회보장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자본주의 확산으로 사회주의 역풍이 불고 노동운동이 득세하자, 그 투쟁 의지를 꺾기 위해 연금보험을 도입한 것이다. “일정 연령까지 일한 뒤 퇴직하면 연금으로 생활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스마르크는 본인 나이를 토대로 70세 이상이면 수급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들었어요. 문제는 비스마르크가 굉장히 건강한 사람이었다는 거죠. 그때까지 산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당시 70세면 굉장한 장수예요.”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친 프로이센은 1916년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낮춘다. 이후 공적 연금을 도입한 나라들이 프로이센을 따라 사회 은퇴와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로 정했다. “지금도 선진국에선 노인을 정하는 일반적인 연령이 65세입니다. 그런데 왜 65세인지에 대해서는 그 근거가 별로 없습니다. 애초에 비스마르크 나이를 기준으로 했고, 그게 너무 많아서 낮춘 것뿐이니까요.”
우리나라는 노인을 65세로, 정년을 60세로 본다. 2013년 4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정년 60세가 법제화됐다. 그전까지 정년은 개별 기업이 자율로 결정쪾운영했다. 정관에 따라 40~50대에 퇴직해야 했고, 심지어 결혼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정년의 최저기준을 마련하고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여기까지 꽤 논리적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머리도 굳고 몸도 노쇠해진다고 생각한다. 최성재 교수는 이를 연령주의(연령에 따라 고정관념을 갖거나 차별하는 사상의 표현이나 과정)라고 지적한다. “사람은 개인 차이가 굉장히 심합니다. 정년 제도는 개인차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나이로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판단하는 거죠. 근본적으로는 나이가 많아지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인데, 그 근거는 찾을 수 없습니다. 65세를 노인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생산성은 보상이나 업무 분위기 등 다른 요인에 의해 훨씬 더 많은 차이가 납니다. 오히려 그런 연구 결과는 아주 많아요. 나이 가지고 일률적으로 생산성을 논하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상당히 희박합니다.”
고령자고용법의 역설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변호사 역시 취재 취지를 듣고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정년 연장을 논하기 전에 근로계약 기본 원칙을 설명한 이유다. “근로관계에서 기본 원칙은 ‘기간제로 맺는 계약을 제외하고 사용자는 근로자를 기간에 정함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정년 문제에 해당하는 이들은 전부 기간에 정함 없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입니다. 그런 근로자에 대해서 나중에 정년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즉 기간을 제한한다는 의미입니다.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념에 비춰볼 때 기본적으로 정년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나이에 따른 생산성 저하는 법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영역에 있다. 근로계약상 노무를 정상적으로 제공할 수 없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61세 1일째부터 정상적으로 일할 수 없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59세에도 정상적으로 일했고 60세에도 정상적으로 일한 사람의 능력이 61세가 됐다고 갑자기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점이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정년 60세 의무화를 정한 법의 목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용자고용법 제1조(목적)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 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 차별을 금지하고, 고령자가 그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촉진함으로써,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입법 취지는 제한이 아니라 보장이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정년
학계가 비논리성을 지적하고 법조계가 법리적 부당함을 꼬집어도 여전히 우리네 인식 속 ‘나이’에 의한 판단은 상당히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나이에 유독 민감한 나라다. 연령주의와 연령 차별이 머릿속 깊은 곳까지 뿌리내리고 있다. 그래서 나이를 이유로 취직이 안 돼도, 해고를 당해도 대부분 당연하게 받아들이곤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분위기다. 팍팍한 현실이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를 보이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독일은 30년 이상, 일본은 15년이 걸렸다. 2018년 고령사회로 들어선 한국은 7년 만인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시니어 보릿고개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40.4%로 나타났다. 노인 자살률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 와중에 기대수명은 2022년 기준 남자 79.9세, 여자 85.6세, 평균 82.7세로 집계됐다.은퇴 후 20년 넘는 노후가 기다려지기보다 두려워지는 것이다.
최근 정년 연장을 외치는 이들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한 법제화를 요구한다.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맞지 않아 연금을 받을 때까지 3~5년 동안 소득이 없는 ‘연금 크레바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보전할 수 있도록 소득 공백기를 없애달라고 호소한다.
논쟁은 제쳐둔 채, 그 요구가 받아들여진다 해도 근본적인 의문은 남는다. 65세여야 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나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차별해도 되는가? 김기덕 변호사는 이렇게 반문한다. “국민연금을 61세부터 받을 수 있다고 하면, 60세에 퇴직하는 것이 합당한가요? 그 논쟁으로 돌아가도 문제는 풀리지 않고 계속 존재합니다. 나이를 65세로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정년 문제의 본질은 이것 하나입니다. ‘연령에 따라 차별해선 안 된다.’”
도움말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변호사
자신의 저서와 각종 방송에서 노화와 노쇠 개념을 설명하며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방법을 소개했던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최근 책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펴냈다.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는 4050 세대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22가지 건강 전략과 조언을 담았다.
건강하게 나이 들고 활력 있는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질병 유무, 혈압, 운동 시간 등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뿐만 아니라 휴식, 마음챙김, 인생 목표, 자기효능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 요소를 모두 고려한 내재역량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건강법을 적용하면 건강을 해치거나 오히려 병을 키우게 된다.
저자는 그동안 집필한 책에서 노화의 여러 측면과 건강의 큰 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인 생활 습관은 다루지 않았다. 좋은 정보가 이미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료실 안팎에서 잘못된 건강 관리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 동년배보다 심한 노쇠를 경험하는 사람, 가속노화로 여러 만성질환을 앓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정희원 교수는 책을 통해 효율적으로 먹기, 제대로 움직이기, 뇌 건강 지키기라는 세 가지 주제 아래 큰 돈 들지 않고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내재역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22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먼저 1부 ‘노화 이해하기 : ‘오래’가 아니라 ‘건강하게’에 초점을 맞춰라‘에서는 노화와 노쇠의 개념,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 우리가 당장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 2부 ‘효율적으로 먹기 :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이제 양보다 질로 승부하라’에서는 식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식단, 다이어트 방법, 내 몸에 필요한 열량 계산법 등을 소개한다. 노화를 지연시키는 마인드(MIND) 식단법과 많은 현대인들이 복용하는 영양제가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다뤘다.
3부에서는 ‘제대로 움직이기 : 남은 50년을 위해 근육 테크를 시작하라‘를 주제로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대로 걷는 방법, 앉거나 설 때 올바른 자세, 유연성을 늘리는 규칙적인 스트레칭 방법 등을 소개하고, 남은 인생을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코어와 둔근 강화 운동법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4부 ‘뇌 건강 지키기 : 호흡부터 스트레스 관리까지, 뇌와 몸의 연결성을 이해하라’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적정 수면 시간을 찾는 방법, 스트레스 관리법,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호흡법 등을 소개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노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정신의 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지 예비능’을 높이는 방법도 소개한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생명표에 따르면 60세의 기대 여명은 26년 정도로, 한 사람이 사회에서 직장 생활을 한 만큼의 기간과 비슷하다”면서, “인생 이모작 시대가 시작됐다는 뜻인데, 이는 몸과 마음이 젊은 상태, 내재역량이 충만한 상태일 때 가능하다. 이 책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평소에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하게, 느리게 나이 드는 생활 습관으로 많은 분들이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응급실에 실려온 노인 환자가 처방받아 복용하던 약 중 특정 약을 빼자 며칠 만에 멀쩡해지는 모습을 보고 노인의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이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으며,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지속 가능한 나이듦’,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등이 있다.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2023년 제39회 한국추리문학상 시상식에서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이 제17회 황금펜상을 수상했다.
한국추리문학상은 최우수 미스터리 장편에 수여하는 대상, 등단 5년 미만의 신인에게 수여하는 신예상, 2007년 제정된 단편 대상의 황금펜상으로 이뤄져 있다.
대상은 수상작이 없으며, 신예상은 한새마 작가의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 홍선주 작가의 ‘심심포차 심심 사건’이 받았다. 황금펜상으로는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이 선정됐다.
‘해녀의 아들’은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응시한 단편 미스터리 소설이다. 노쇠한 해녀의 죽음을 통해 4·3사건이 여전히 제주 사람들에게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음을 사회파 미스터리 시각으로 보여줬다.
박소해 작가는 외지인으로서 이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시간이 없다. 더 미루면 생존자와 유족분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만다. 목격자들이, 증언자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 추리 소설가로서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억울한 원혼들이 어떻게 허망하게 죽어갔는지 죽음의 비밀을 밝히는 미스터리를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황금펜상 선정 이유에 대해 “역사에서 잊혀가는 희생자들의 이름과 존재를 복원하려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장르로서 미스터리의 기능과 존재 의미에 값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면서 “소재나 배경에 휩쓸리지 않고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의미를 확장하는 소설적 형상화를 통해 다른 후보작들과 선명한 차별성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박소해 작가는 2021년 ‘계간미스터리’ 가을호에 ‘꽃산담’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겨울이 없는 나라’, ‘네메시스’, ‘만월’ 등을 발표했으며, 시각화에 강한 이야기꾼이라는 평을 받는다. 한국의 셜리 잭슨을 꿈꾸며,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번 황금펜상 후보작과 수상작은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 작품집 2023’으로 출간되며, 주요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방문 진료 전문 의료기관 ‘건강의집의원’을 운영하는 홍종원 원장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의 길을 과감히 내던졌다. 대신 동네 청소를 하고, 옆집 이삿짐을 옮기며, 약과 주사가 닿지 못하는 삶을 돌본다. 사회의 손길과 멀어진 곳에서 과연 건강하게 사는 건 무엇일까? 신간 ‘처방전 없음’에는 아픈 몸들을 위한, 병원 밖 의사의 인생 실험이 담겼다.
서울시 강북구 번동. 수더분한 옷차림에 커다란 가방을 둘러메고 동네 곳곳을 쏘다니는 수상한 의사가 있다. 가방 속에는 청진기, 혈압계, 주사기, 붕대 등 각종 의료용품이 한가득 들었다. 그는 바쁜 걸음을 옮기면서도, 연신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를 놓치지 않고 받아 챈다. 홀몸 노인, 중증장애인, 쪽방촌 사람들의 이웃으로서 곁을 살피기 위해서다. 홍종원 건강의집의원 대표원장은 흰 가운을 차려입고 쾌적한 진료실에서 환자를 맞이하는, 드라마에 나올 법한 ‘엘리트 의사’와는 사뭇 다르다.
조금은 다른 건강
“2019년 건강의집의원을 개원하고 방문 진료를 한 지 5년 가까이 됐네요. 사실 특별한 신념을 가졌던 것도, 의사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공학을 전공해 기술 개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쪽이 더 재미있을 거라 느꼈죠. 하지만 입시 준비 과정에서 우연히 지원한 의과대학에만 합격했어요. 그때부터 의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나는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의료봉사 동아리 활동을 통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집을 드나들면서 고민은 점점 깊어졌다. 볕 들지 않는 집, 널브러진 이불과 담배, 모아둔 폐지들을 보고 있자면 장애가 있는 이에게, 홀몸 노인에게 어떤 처방을 내릴 수 있을지 혼란스러웠다. 몸에 해로우니 담배는 피지 않는 게 좋겠다고, 신선한 채소를 자주 섭취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병원 치료 이후의 삶은 누가 보듬어줄 수 있는 건가. 거주지, 음식의 종류, 경제적 능력 등 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각자의 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데. 환자들의 삶은 모두 병원 밖에 있구나.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질병이나 장애, 가난 등으로 인해 사회와 멀어진 사람들을 면면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지역사회로 뛰어들었다.
‘처방전 없는’ 삶
“번동으로 이사 온 것도 어떻게 보면 실험이에요. 이 동네는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동네고, 저소득층 밀집 지역입니다. 주민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면서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고자 했어요. 마을 어르신들과 형, 동생 하고 지내면서 부대껴 살았죠. 가운을 입고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 그저 의사와 환자 관계 이상을 넘어서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건강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아픈 몸도 아픈 대로의 삶이 있더라고요. 노쇠나 장애는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이기 때문에 완치를 목표로 하는 분은 드물어요. 그저 각자의 일상을 인정하고 해내려 하죠. 그게 ‘진짜 건강한 삶’으로 가는 첫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홍 원장의 진찰 시간은 길고 진득하다. 환자가 생활하는 공간을 둘러보고, 어떤 형편에 놓여 있는지, 평소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듣는다. 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맥락 안에 있다고 생각해서다. 처방 약보다 건강기능식품과 민간요법에 의지하고 있더라도, 상황에 따라 건강의 기준이 다르기에 섣불리 재단하지 않는다. 아쉽거나 속상할 때도 있다. 상태를 완화하는 수준에 그치거나, 환자를 낫게 할 수 있을지 확신조차 못 할 땐 만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차분히 소통하면서 서로 희미하게나마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쯤, 환자의 몸이 좋아지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때문에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감과 연대라고 생각한다. 신간 ‘처방전 없음’에는 홍 원장의 방문 진료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속사정, 그리고 진짜 건강한 삶에 대한 사유를 풀어냈다.
“‘처방전 없음’을 읽은 분들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기도 해요. 누군가는 이상주의자의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극한 상황에서도 자기만의 ‘품’을 만들어내던 환자들을 보며 내린 결론이에요. 고통을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 건강을 같이 고민하는 것 또한 제 일이죠. 그러나 더 나아가서 환자들과 주어진 시간을 함께 웃으며 채워나가고,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존재였으면 합니다. 그러다 보면 치료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절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건강 추세를 비교한 결과, 질환 관리를 통해 ‘유병장수’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빛고을 전남대학교병원 노년내과 강민구 교수팀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65세 이상 노인 1만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연도별 노인의 건강 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 12년간 만성질환 유병률이 약 2배 증가했지만 노쇠한 비율은 절반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노쇠는 허약이라고도 하며, 노화와 질병의 축적으로 기능이 감퇴해 스트레스에 취약해진 상태를 말한다. 생활 습관이 불규칙적이거나 질병, 약제 복용이 관리되지 않고 신체 활동이 저하되면 노쇠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노쇠 지수는 △동반질환 △기능적 수행능력 △징후 및 증상 △검사 수치 등 4개 영역의 30여 가지 항목을 평가해 측정했다. 노쇠 지수에 따라 건강 단계, 노쇠 전 단계, 노쇠 단계로 분류했다.
먼저 연도별 평균 노쇠 지수는 2008년 0.23점에서 2020년 0.18점까지 감소했다. 노쇠 지수가 0.2점 이상이면 노쇠 전 단계로 보며, 노화와 만성질환이 겹쳐 걷는 속도가 다소 느려지며 허리가 약간 굽고 근육이 다소 빠진 상태로 본다.
또한 연도별 노쇠한 노인의 비율을 비교한 결과, 2008년 41.1%에서 2020년 23.1%까지 절반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쇠하지 않고 건강한 비율은 2008년 28.7%에서 2020년 44.2%까지 크게 증가했다.
노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도 지난 12년간 크게 변화했다.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2008년 17.9%에서 2020년 40.9%로, 당뇨병은 20.6%에서 30.0%, 심혈관질환은 5.6%에서 9.3%까지 증가해 전반적으로 만성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만성질환을 앓는 비율은 늘었지만 젊었을 때와 다름없는 활동적인 일상을 유지하는 노인들이 많다. 의료 접근성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질환에 대해 적절한 치료와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가능한 젊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 금연, 절주,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고 만성질환을 적절히 관리하면 노쇠를 늦춰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원 교수는 지난해 본지가 개최한 ‘브라보 헬스콘서트’에서도 강연을 통해 노쇠 관리의 중요성과 건강한 노후를 위한 건강관리법을 강조한 바 있다.
“노인들이 달라지고 있어요. 과거의 인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노인의 정신 건강과 복지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과거의 노년 세대를 지금은 액티브 시니어라고 지칭하듯,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생애주기 확대와 함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는 말 그대로 전국의 독거노인 현황을 조사하고 생활관리사를 파견해 생활을 돕는 기관이다. 2011년 처음 기관이 설립되었을 때는 독거노인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2020년부터는 노인 부부 세대까지 아우르는 중앙노인돌봄지원기관으로 발전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기관의 역할이 재평가되는 계기였죠. 전염병 공포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어르신들이 저희 생활지도사들만은 환영했으니까요. 단지 마스크나 생필품을 전달해서가 아니라, 바깥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저희가 유일한 사회와의 소통 창구였죠.”
마음의 병, 우울증이 대표적
특히 노인 세대의 정신 건강 관리에 한몫했다. 독거노인들은 여러 가지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고 김 센터장은 지적한다.
“우울증이 가장 흔하죠. 아무래도 노년 세대의 상당수는 독거노인이고, 홀로 지내다 보니 우울증에 시달리기 마련이에요. 특히 코로나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어요.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은둔형 질환자도 많아요. 이 밖에도 최근에는 감정기복이 심한 조현병이나 저장강박증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센터가 참여하고 있는 노인 맞춤돌봄 서비스는 일반적인 직접 서비스 외에 우울형과 은둔형 노인을 대상으로 한 특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기관에서도 이들을 가볍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우울감을 가진 분들은 일단 우울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죠. 자존감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본인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요. 그래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력이 생기니까요.”
이를 위해 센터에서는 매일 안부를 확인하며 우울감을 줄이고, 집단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유도한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게 하고, 식사를 함께 만드는 등의 방식이다. 우울감이 심하면 의료기관과 연계해 진단과 처방이 이뤄지도록 한다. 우울감 해소를 위해 기업들과 협력해 첨단기기를 보급한 것도 센터의 성과다. 센터는 SKT와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기반인 NUGU 비즈콜을 보급해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의 안부를 확인했다.
우울증은 이제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인식도 과거에 비해 나아져, 노인이 자신의 병을 인정하거나 치료에 협조적인 편이라고 김 센터장은 설명한다. 문제는 은둔형 어르신이다.
찾기도, 대하기도 어려운 은둔형
“은둔형 어르신은 남성이 많아요. 황혼 이혼을 했거나 비혼인 상태에서 퇴직 후 사회와 단절된 경우죠.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를 파악하기도 어려워요. 전입 절차를 밟지 않은 무연고인 경우엔 더더욱 그렇죠. 쪽방이나 여인숙에서 장기 투숙하거나 고시촌 같은 곳에 머물러 외부와의 접점을 찾기도 힘들고요. 문제는 이런 분들이 식사 같은 기본적인 생활도 어려워하고, 위생이나 건강에 문제가 있으며 자살률도 높다는 점이에요.”
이런 은둔형 노인들은 생활보호사들도 대하기 어려워한다고 설명한다. 라포(신뢰관계)가 형성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문전박대는 기본이고 협박이나 욕설은 예사이기 때문이다. 또 돌봄 인력은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성범죄 대상이 될 수 있어,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 수고까지 발생한다.
최근에는 저장강박증과 관련한 문제도 자주 발생한다. 말 그대로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물건의 가치판단이나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많은 물건을 집 안에 쌓아두는 증상이다.
“원주에서 저장강박 어르신을 직접 뵌 적이 있어요. 인지장애까지 앓고 계셨죠. 물이 끊겨 위생도 엉망이었는데, 고장 난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고 계셨어요. 벌레 꼬인 고기를 봤을 땐 경악할 수밖에 없었죠. 저장강박증은 위생적으로 문제를 야기해 본인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문제가 돼요. 그분의 경우엔 지자체와 함께 수도 공사도 다시 하고, 냉장고도 고치고, 물건도 치워드렸어요. 이런 저장강박증은 물리적으로 물건을 치운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정신과 치료도 병행해야 재발하지 않아요.”
조현병이나 치매도 노인의 ‘마음의 병’에 자주 등장하는 질환이다. 문제는 이런 병의 경우 본인이 병을 인정하지 않으려 해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반발이 엄청나게 심해요. 우울증은 순순히 인정하시는데, 치매나 조현병은 흥분하면서 화를 내고 대화를 단절해버려요. 심지어 이미 진단을 받았음에도 저희에게 숨기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생활지원사들이 의심스러운 소견을 발견하면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전문적인 진단과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심하면 노인 범죄로 발전
이러한 정신 건강 악화는 단순히 노인 자신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노인 범죄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경찰청이나 보험연구원 보고서를 살펴보면, 중장년층의 범죄는 계속 증가세에 있다. 50대는 강력범죄 증가가 눈에 띄고, 65세 이상의 경우 폭력과 절도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증가율은 남성을 웃돌기도 한다.
“힘없고 노쇠한 노인만 생각하면 안 돼요. 이제 체력적으로 중년 못지않은 노인들도 많아요. 성욕이 유지되면서 성범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범죄 이력이 있는 분들이 노년에 접어들면서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죠.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어요. 때문에 기관에서도 생활보호사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들이 쌓이면 결국 돌봄 인력 부족과 직결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질환이 아니어도 생활보호사들을 곤란하게 하는 노인들이 있다. 공짜를 좋아하거나 생활보호사를 가정부 정도로 여기는 경우다.
“소통을 좋아하시는 분은 생활보호사와 금방 친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딸보다 더 가깝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적지 않으니까요. 문제는 정신적으로 가까워지면 물질적인 것을 요구하는 경우예요. 금전 거래는 절대 안 된다고 교육하지만, 소액의 무언가를 사다달라고 한다든가 소액을 요구하면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집안일을 시키기도 하죠.”
때문에 센터에서는 돌봄 인력의 이런 정신적 ‘소진’을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한다. 관련 교육은 물론이고, 1일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해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다. 상담이 필요할 경우 일부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경제적 여유 있어도 고립 사례 발생
김 센터장은 노인 맞춤돌봄 서비스 대상자가 아니지만, 사회와 단절되고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노인들도 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일종의 복지 사각지대죠. 자녀가 부동산을 부모 명의로 돌려놓고 생활비를 지원하지 않는 등 보이지 않는 재산이나 소득 때문에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예외 대상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쌀 등을 긴급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번 하반기에는 경제적 여력은 되지만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대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사회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범사업도 준비 중입니다.”
정부는 노인들의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2021년 고독사예방법을 시행하고, 지난 5월에는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돼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체 사망자 100명당 1.06명꼴인 고독사 발생을 20% 줄여 2027년까지 0.85명 정도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물론 그 중심에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도 있다.
마지막으로 김 센터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 문제에 이웃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노인의 마음의 병은 다각도에서 지켜봐야 합니다. 이제 노인들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생활 형태까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요. 정부의 복지 체계가 꼼꼼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이웃이 함께 돌봐주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인천 청라에 있는 ‘리하원’은 ‘자립지원형’ 데이케어 센터를 운영하면서, 방문 요양 서비스도 제공하는 재가노인복지센터다. 리하원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의 ‘자립’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기존 요양산업이 환자를 맡기거나 수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리하원은 어르신들이 잔존기능으로도 무리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잔존기능은 자신의 의지로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지적, 신체적 능력 수준을 말한다.
‘목표’로 생활에 활기를 주다
리하원은 이용자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목표의식’을 준다.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는 요양 시설이 아니라 생활공간으로서 작용하고 활기를 가지도록 하는 것. 주변 슈퍼마켓에 직접 다녀오거나, 옥상에 있는 텃밭에서 쌈 채소를 키워 직접 먹을 수 있는 활동 등을 펼친다.
일상생활에 동기를 유발하는 ‘리하뱅크’ 프로그램은 리하원 만의 고유 프로그램이다. 자립과 역할 지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시설 내에서 재미를 느끼며 생활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해주고, 원하는 일을 선택하도록 한다. 그렇게 목표를 달성하면 소정의 코인을 주고, 어르신들은 리하원 내에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리하뱅크’ 프로그램을 2020년 장기요양 급여제공 우수 사례로 꼽고 장려상을 수여했다.
리하원에서 하는 목욕 서비스도 같은 맥락이다. 보통 주간 보호센터는 목욕 서비스를 잘 하지 않는데, 리하원은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더라도 스스로 목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개별관리카드도 직접 작성한다. 자기 선택과 자기 관리를 목표로 하는 활동의 일환이다. 이 카드를 자리에 두고 생활하는데, 카드에 적힌 데이터들은 이후 리하원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데 활용된다.
어르신들은 리하원에서 하루에 6~7시간을 보낸다. 리하원은 어르신들의 활동을 영상으로 담아 공식 유튜브에 브이로그처럼 올린다. 요양 시설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없애고, 보호자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활동이다. 영상 촬영과 편집은 임기웅 대표가 직접 하고 있다.
개인별 데이터 기반,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스스로 자립하면서 목표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리하원은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오전에는 단체로 체조하고 오후에는 인지, 신체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마치 대학 강의를 수강하듯이 어르신들은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임기웅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코리아 대표는 “다른 시설들은 대부분 정해진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참여하게 되는데, 리하원은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코리아는 리하원 본사로, 모회사는 일본의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다.
어르신들 각자의 상황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모회사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의 시스템을 가져온 것이다. 일본의 요양 산업은 우리나라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리나라 요양 산업은 주로 요양원과 같은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반면, 일본은 요양이 필요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이용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보험자 주권’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혀있기 때문. 따라서 일본의 요양 관련 기업들은 대체로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선보이는데,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는 그 안에서도 ‘개인 맞춤형 자립 재활’을 추구한다.
요양 시설을 찾는 이용자는 저마다 살아온 삶의 방식, 처한 상황 등이 다르다. 잔존 기능도 제각각이다.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을 고를 때는 개인의 잔존기능과 선호도를 파악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그저 관람하는 게 아니라 참여하는 프로그램들로, 일명 ‘커스텀메이드서비스’라고 불린다. 이용자 개개인에 따라 목적과 방향을 설계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요양 시설에서 정해진 강의에 많은 인원을 참여시키는 것과 달리, 스스로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소규모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자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리하원의 또 다른 특징은 중증 어르신이 많다는 점이다. 임기웅 대표는 중증 환자를 받아주는 시설이 많아져야 한다고 봤다. “보통 데이케어센터에서는 중증 어르신을 잘 받아주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도움이 많이 필요하시거든요. 결국 이분들은 요양원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중증 환자이더라도 요양원이 아니라 집에서 생활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의료 인력도 함께 상주하면서 경증, 중증 어르신 모두가 오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경증, 중증 어르신을 나누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리하원의 특징 중 하나다. 프로그램은 시설에 상주하는 전문 인력이 진행한다. 경증 어르신들은 예방 프로그램에, 중증 어르신들은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특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신체 활동에 관련된 것이라고.
시설을 ‘졸업’합니다
일본의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에서는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조기 발견→예방→졸업’의 개념으로 시스템을 운영한다. 시설을 졸업한다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생소한 개념이다.
임기웅 대표는 “노쇠라고 하면 보통 기능이 떨어지는 것만 생각하지만, 노쇠의 초기 진입 단계가 있다. 이때 노쇠의 시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장기요양등급을 받거나 장기요양 대상자가 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분들이 있다. 조기 발견으로 노쇠를 예방하는 것이다. 병원에 가면 치료를 받고 퇴원을 하듯이, 시설에서 이용자가 노쇠를 예방하고 학교 졸업하듯 시설을 졸업해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요양 시장 자체가 다르게 형성되어 있어서, 조기 발견에서 졸업까지의 시스템을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리하원은 ‘개선’에 초점을 맞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서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는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한다. 자립 지원, 데이터 기반 케어, 다직종 연계 케어다. 자립 지원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자립지원형’이라는 리하원을 관통하는 개념이다.
두 번째로 데이터에 기반해 케어한다. 석 달마다 계획, 점검, 목표 달성, 확인, 노쇠도 측정을 반복한다. PDCA(Plan Do Check Action) 과정을 통해 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목표가 “가족들과 국내 여행을 가고 싶다”라면, 먼저 그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확인(잔존기능 확인)한다. 이후 목표에 맞춰 석 달 동안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들을 기록해두고, 3개월 후 목표 달성까지 어떤 부분을 더 해야 하는지 확인한 뒤 노쇠도를 측정한다. 만약 해당 기간에 목표치가 달성되었다면 다음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달성되지 않았다면 다시 3개월의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는 실제 이용자의 데이터를 반영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이 시설에 상주해 이용자를 분석하는 다직종 연계 케어를 실시한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케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임기웅 대표는 요양 산업이 소비자에게 좋은 쪽으로 발전하려면 “보호자가 서비스를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공급자 위주로 발전한 요양 시장은 케어가 힘든 중증 환자를 받지 않는다거나 하는, 공급자가 수요자를 역선택하는 상황을 만든다”면서 “시설이 얼마나 좋은지보다 이용자에게 얼마나 좋은 서비스가 있느냐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증 환자들도 올 수 있는 재가 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돌봄뿐 아니라 의료서비스가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리하원에 의료 전문인력이 상주하는 이유다. 물론 데이케어센터에 의료인력이 상주하려면 운영비가 많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전문 인력의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임 대표는 “간호사나 물리치료사가 꼭 병원에서만 일한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데이케어센터에서도 의료 인력들이 필요하고, 일할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는 의료 인력들이 일하는 곳이 병원뿐 아니라 더 다양한 곳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 많은 어르신이 요양원에 가지 않고도 자립하여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날이 오기까지, 리하원은 어르신들의 ‘자립’을 계속해서 지원할 예정이다.
나이가 같더라도 개인의 ‘노화 속도’에 따라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60대 중반 나이에서의 노쇠 정도로 10년 뒤 건강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나잇대 노쇠가 심한 경우 10년 내 사망 위험이 4.4배, 노인 질환 발병 위험은 3.2배 증가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신재용·장지은 교수,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김대현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007~2017년 건강 검진을 받은 만 66세 성인 96만 8885명을 비교 분석했다.
노쇠는 노화와 질병의 축적으로 기능이 감퇴해 스트레스에 취약해진 상태를 말한다. 노쇠 정도는 △병력 △신체·검체 검사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장애 등 5개 영역의 39가지 항목을 평가해 측정했고, 노쇠 정도에 따라 건강한 집단, 노쇠 전 집단, 경증 노쇠 집단, 중증 노쇠 집단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66세 때 심하게 노쇠한 집단이 건강한 집단에 비해 10년 내 사망 위험이 약 4.4배 높았다. 건강한 집단에서는 연간 100명 중 0.79명이 사망했으며, 노쇠 전 집단에서는 1.07명, 경증 노쇠 집단에서는 1.63명, 중증 노쇠 집단에서는 3.36명이 사망했다.
노화에 따른 질환은 건강한 집단에서 연간 평균 0.14건, 노쇠 전 집단에서 0.23건, 경증 노쇠 집단에서 0.29건, 중증 노쇠 집단에서 0.45건씩 발생했다. 각 질환별로는 중증 노쇠 집단에서 10년 내 심부전·당뇨·뇌졸중이 발병할 위험이 각각 2.9배·2.3배·2.2배씩 높았다. 신체적·정신적 기능 저하로 타인의 돌봄이 필요한 비율은 중증 노쇠 집단에서 건강한 집단에 비해 10.9배 높았다.
주요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비교적 젊은 나잇대의 노쇠 정도로 노화 속도를 파악할 수 있어,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선제적인 건강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기존에는 보다 고령을 기준으로 연구가 진행됐지만, 이번 연구는 초기 노년기인 만 66세를 기준으로 노쇠의 의미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같은 나이더라도 생물학적 노화 정도, 즉 노쇠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며, 이러한 차이로 먼 미래의 사망과 건강 상태까지도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가능한 젊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 금연, 절주,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건강 관리를 하여 노쇠와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노쇠가 진행된 경우라면 다제 약물을 점검하고 노쇠의 흔한 원인이 되는 근감소증이나 인지 기능 감소, 우울, 불안, 수면 장애 등에 대해 전문의를 찾아 노인 의학적 도움을 받으면 좋다. 전 세계적으로 빠른 고령화와 돌봄이 필요한 인구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예방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와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인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피인용지수 13.360)’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