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 고령자복지주택 입주자의 94.5%가 현재 주택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무장애 설계와 복지시설을 결합한 주거 환경이 낙상 위험을 낮추고 생활 만족도를 높인 결과다. 다만 의료·교통시설 접근성이 여전히 낮고 관리비 부담은 오히려 늘어 농촌의 특성을 반영한 공급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촌 노인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고령자복지주택 정책의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복지주택 입주자 314명 가운데 농촌 입주자 199명과 도시 입주자 115명의 입주 전후 변화를 비교했다.
고령자복지주택은 문턱 제거와 안전 손잡이 설치 등 무장애 설계를 적용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주거 공간과 복지시설을 함께 공급해 고령자가 살던 지역에서 계속 생활하는 ‘지역사회 계속거주Aging in Place, AIP)’를 지원한다.
입주 후 낙상 줄고 복지시설 이용 늘어
고령자복지주택의 효과는 농촌 입주자에게서 두드러졌다. 농촌 입주자의 낙상 경험률은 입주 후 8.1%포인트 감소했다. 도시 입주자의 감소 폭인 2.6%포인트보다 컸다. 노후 단독주택에서 생활하던 고령자가 무장애 설계를 갖춘 주택으로 옮기면서 안전성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복지시설 이용도 증가했다. 농촌 입주자의 월평균 복지시설 이용 횟수는 입주 전보다 6.8회 늘었다. 도시 입주자는 7.7회 증가해 입주 전보다 도농 간 이용 격차가 줄었다.
주택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고령자복지주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입주 전 50.6%에서 입주 후 92.0%로 상승했다. 부정적인 평가는 입주 후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세부 항목에서는 ‘구조가 생활하는 데 편안하다’는 응답이 96.8%로 가장 높았다.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은 88.9%, ‘입주 후 외로움 감소’는 85.0%였다. ‘이웃과의 교류 기회가 충분하다’와 ‘부대시설 이용이 편리하다’는 응답도 각각 84.7%, 84.4%를 기록했다.
이러한 평가는 높은 지속 거주 의향으로 이어졌다. 농촌 입주자의 94.5%가 현재 고령자복지주택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도시 입주자도 93.0%가 지속 거주 의향을 보였다.

집은 안전해도 병원은 여전히 멀어
주택 내부의 안전성과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농촌의 열악한 생활 기반까지 해결하지는 못했다. 실제 농촌 고령자복지주택에서 가장 가까운 내과까지의 평균 도보 거리는 1287m, 소요 시간은 20.1분이었다. 도시의 650m, 9.8분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걸렸다. 외과까지 걸리는 시간도 농촌은 22.4분으로 도시의 15분보다 길었다.
농촌 고령자의 기존 주거 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주택에 사는 고령 가구의 비율은 농촌이 42.9%로 도시의 38.1%보다 높았다. 독거 가구만 보면 농촌 고령자의 48.3%가 노후주택에 거주했다.
의료시설 접근성에 불만을 느끼는 농촌 노인의 비율은 57.7%에 달했다. 도시 노인의 17.3%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농촌 노인 가운데 노인복지관이나 사회복지관까지 걸어서 30분 이상 걸리는 비율도 60%를 넘었다.
임대료 줄었지만 관리비는 증가
주거비 절감 효과도 도시보다 제한적이었다. 농촌 입주자의 월평균 임대료는 입주 전 8만8000원에서 입주 후 6만 원으로 2만8000원 줄었다. 도시 입주자는 같은 기간 12만60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6만9000원 감소했다.
관리비는 농촌 입주자에게 오히려 늘었다. 농촌 입주자의 월평균 관리비는 입주 전 9만7000원에서 입주 후 9만9000원으로 2000원 증가했다. 도시 입주자는 9만2000원에서 6만7000원으로 2만5000원 줄었다.
연구진은 농촌에 고령자복지주택이 소규모 단지 중심으로 공급되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공용 관리비는 세대수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발생한다. 입주 세대가 적으면 가구별로 나눠 부담해야 할 금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급 방식도 제한적이다. 고령자복지주택은 건설형과 매입임대형, 리모델링형으로 나뉘지만 군 지역에는 신규 주택을 짓는 건설형만 공급됐다. 도시와 같은 아파트형 주택이 주로 들어서면서 마당이나 텃밭을 이용해 온 농촌 고령자의 생활 방식과 다양한 주거 수요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의료와 돌봄을 연결하는 거점으로
연구진은 농촌 고령자복지주택의 기능을 입주자 대상 복지서비스에서 지역 전체의 생활서비스 거점으로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 복지기관 등을 연결해 의료·돌봄·여가·문화·생활지원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연계체계도 필요하다고 봤다.
공급 방식에는 농촌의 낮은 지가와 저밀도 환경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획일적인 아파트형 단지에서 벗어나 저층형이나 세대통합형, 커뮤니티형 등 농촌에 맞는 주거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고령자복지주택은 농촌 노인의 주거 안전성과 복지서비스 이용을 개선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며 농촌에 부족한 의료·돌봄·교통 등 생활 서비스를 연결하고 보완하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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