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떴을까?배우 차인표가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른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오는 9월 13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된다. 차인표는 극 중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삶을 선택하는 법을 일깨우는 참스승 존 키팅을 연기한다. 평소 나눔과 선행을 꾸준히 실천하며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온 차인표이기에 이번 도전은 더욱 눈길을 끈다.
“나는 늙은 키팅”
1993년 MBC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으로 데뷔한 차인표는 ‘사랑을 그대 품안에’, ‘별은 내 가슴에’, ‘왕초’, ‘완벽한 사랑’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의 인지도를 쌓았다. 그러나 연극 무대는 ‘죽은 시인의 사회’가 처음이다. 데뷔 33년 만에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디딘 그는 연극으로 또 하나의 인생작을 써 내려가겠다는 각오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89년 개봉한 동명 영화의 각본을 쓴 톰 슐만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1959년 미국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새로 부임한 영어 교사 존 찰스 키팅과 입시와 규율 속에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키팅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메시지는 큰 울림을 전한다.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 정식 라이선스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차인표는 이전에도 연극 출연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대중연예인으로 활동하며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매체 작품에 집중하다 보니 연극 무대를 우선순위에 두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죽은 시인의 사회’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을까.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중연예인으로서의 활동도 많이 줄이고, 나이가 들고 소설을 쓰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삶이라는 게 굳이 한 가지에 안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아내 신애라 역시 그의 연극 도전을 적극 응원했다고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도 컸다. 그에게 이 작품은 단순한 영화 그 이상이었다. 차인표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처음 본 것은 21세 때. 영화 속 키팅은 30대 초반의 젊은 교사다. 차인표는 그에게 아직 자신이 믿는 삶을 끝까지 살아보지 않은 젊은이로서의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60세를 바라보는 자신은 키팅보다 30여 년의 삶을 더 경험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늙은 키팅’이라고 표현한다.
차인표는 작품의 메시지를 “교육이란 정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져주고 스스로 답을 찾게 해주는 것”이라며 “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에게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키팅은 정해진 틀을 무조건 깨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으니 눈을 떠서 다른 선택지도 바라보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한다”면서 늙은 키팅으로서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기에 진심을 담은 연기를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어른 차인표
극 중에서는 학생들을 이끄는 ‘스승’이자 ‘어른’이지만, 연극 배우로서 차인표는 신입이나 다름없다. 그는 젊은 후배들에게 배우는 자세로 무대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달여간 이어진 연습 과정에서 자신보다 일찍 연습실에 도착해 몸을 풀고 준비하는 젊은 배우들의 열정에 자극을 받았다며 “결국 나를 연극 배우로 데뷔시켜준 건 같이 출연하고 연습한 젊은 배우들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키팅을 연기하면서 차인표는 스스로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봤다. 두 달 넘게 젊은 배우들과 연습하며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들은 그는 “내가 과연 어른이 맞나, 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인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가 내린 답은 나이나 경력보다 함께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가까웠다. 차인표는 “어떤 일을 같이 했을 때 그 일의 열매를 혼자 독차지하지 않고,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같이 일한 젊은 친구들과 많이 나누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좋은 리더의 기준 역시 지위나 영향력에 있지 않았다. 차인표는 “내가 저 사람처럼 살면 내 삶이 가치 있어지겠구나라고 여길 수 있는 사람이 좋은 리더”라며 “지위 때문에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좋은 어른’의 모습은 무대 밖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차인표와 아내 신애라는 오랜 시간 기부와 나눔을 실천해왔으며, 두 딸을 공개 입양해 가족을 이룬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죽은 시인의 사회’ 공연에는 지난해 강연을 통해 인연을 맺은 푸른나무재단의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과 활동가들을 초청했다. 무대 위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청소년들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편 차인표는 지금의 청년 세대를 바라보며 기성세대로서의 책임감도 드러냈다. 자신의 20대에는 열심히 하면 무엇인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노력만으로 원하는 삶을 선택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기성세대가 만들었다면서, “책임감과 미안함,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카르페 디엠’만큼은 지금의 청년들에게 자신 있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차인표는 이를 단순한 조언이 아닌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도 없지만 현재는 당신의 것’이라는 메시지다. 좋은 어른이 다음 세대의 삶을 대신 선택해줄 수는 없다. 다만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음을 보여주고, 자신의 오늘을 살아갈 수 있도록 등을 밀어줄 수는 있다. 차인표가 ‘늙은 키팅’이 되어 건네는 카르페 디엠이다.

[TIP] 2030에게 좋은 어른이 되는 법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차인표가 말한 ‘좋은 어른’의 기준을 바탕으로 2030과 소통하는 어른의 자세를 정리했다. 일상에서 하나씩 실천해보자.
ㆍ경험을 과시하기보다 청년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다.
ㆍ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을 건넨다.
ㆍ함께 만든 성과와 기회는 독차지하지 않고 나눈다.
ㆍ나이와 경력을 내려놓고 젊은 세대에게도 기꺼이 배운다.
ㆍ조언하기 전에 지금 청년들이 처한 현실부터 이해한다.
ㆍ말은 줄이고, 필요할 때는 실질적인 도움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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