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5

시니어 해외 배움, 돌아온 뒤가 진짜다

입력 2026-09-15 06:00

[배움으로 채운 해외 한달살기] 돌아온 뒤, 무엇을 할 것인가

배움으로 채운 해외 체류 경험의 가치는 떠나는 순간보다 돌아온 뒤에 드러난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경험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그것이 한때의 추억으로 끝난다면 삶의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무엇을 배웠느냐를 넘어, 그 경험을 귀국 후 자신의 삶에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시니어에게 해외에서의 경험은 여행의 확장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디자이닝 유어 라이프’ 인텐시브 과정 수료증을 들고 있는 표성일 대표.(오른쪽)
▲‘디자이닝 유어 라이프’ 인텐시브 과정 수료증을 들고 있는 표성일 대표.(오른쪽)


중장년의 일과 삶을 설계하는 커리어 컨설턴트이자 라이프 디자이너로 일하며 인생 2막을 앞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에 닿게 된다. 이전보다 필연적으로 오래 살게 된 시대,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길어진 시간이 축복인지 아닌지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다만 그 시간을 축복으로 바꾸려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실행해나가야 한다. 그 방법론이 바로 ‘라이프 디자인(Life Design, 생애 설계)’이다. 이론적으로는 ‘자기 삶의 가치에 기초해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고, 피드백하는 체계적인 과정’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삶을 열어보고, 돌아보고, 살펴보면서 앞으로의 삶을 스스로 설계해나가는 일이다.


여행에 ‘배움’을 더한다면

인생 2막을 상담하는 현장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퇴직하면 무엇부터 해보실 생각이세요?” 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답한다. “일단 좀 쉬면서 그동안 못 해본 해외여행도 해보고 싶어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답이다. 인생 1막을 치열하게 살았으니 이제는 좀 쉬어도 좋다. 그런데 기왕 떠나는 여행이라면 인생 2막까지 준비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여행’은 어떨까. 꿩이 여행이라면 알은 인생 2막을 위한 준비와 역량이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시니어 해외연수’다. 여기서 말하는 해외연수는 장기간의 어학연수만 뜻하지 않는다. 여행이나 단기 체류에 교육과 배움의 경험을 결합하는 모든 것을 포괄한다. 외국어는 물론 요리나 악기, 예술, 직업이나 전문 분야 등 평소 관심 있던 것을 낯선 환경에서 직접 배우고 경험해보는 것이다. 현지의 교육기관이나 관련 기관을 찾아 새로운 방식과 문화를 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퇴직 전후에는 앞으로의 삶과 일의 방향을 고민할 시간이 생긴다. 기업 퇴직자는 전직 준비 기간을, 공무원은 공로연수 기간을, 장기 복무 군인은 전직 교육 기간을 갖기도 한다. 이때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여행지에서 관심 분야의 교육을 받거나 관련 기관을 방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여행을 즐기는 동시에 생각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역량을 쌓을 수 있다.


(그래픽 유영현 기자)
(그래픽 유영현 기자)


미국과 일본에서 배운 것

필자 역시 해외여행에 배움을 더한 경험이 있다. 미국에서는 생애 설계 프로그램인 ‘디자이닝 유어 라이프(Designing Your Life)’의 인텐시브 과정과 코치 자격 과정에 참여했고, 일본에서는 도쿄도 일자리센터와 직업안정소, 대학 등을 찾아 취업 지원 현장을 살펴봤다.

먼저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디자이닝 유어 라이프’ 인텐시브 과정과 코치 자격 과정에 참여했다. 사전 과제를 수행한 뒤 현장에서는 개인 성찰과 토의를 중심으로 한 워크숍이 진행됐다. 특히 생애 설계를 ‘사랑’, ‘놀이’, ‘건강’, ‘일’의 영역으로 바라보고, 각각을 분리하기보다 ‘삶’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서로 연결해 생각하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교육 방식도 눈여겨볼 만했다. 이론 강의보다 워크시트 작성과 개인 성찰, 소규모·전체 토의에 무게를 뒀다. 자신의 ‘라이프 디자인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작성한 뒤 실행 과정에서 생긴 고민을 적어두면 다른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보태는 시간도 있었다. 여러 사람의 경험과 관점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집단지성의 힘을 체감할 수 있었다.

참여자의 연령과 국적이 다양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젊은 세대는 장년의 경험을, 장년은 젊은 세대의 시각을 접할 수 있었다. 세대를 구분하기보다 함께 배우는 방식은 국내 시니어 교육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일본 여행에서는 도쿄도 일자리센터와 직업안정소, 도쿄대학교와 와세다대학교 등을 방문했다. 취업 지원 절차를 살펴보고 관련 자료를 수집했는데, 처음엔 여행 일정에 관련 기관 방문을 더한 정도였지만 귀국 후 정리해보니 현장에서 얻은 자료와 아이디어가 적지 않았다.

특히 구직자를 배려한 세심한 지원 방식이 눈에 띄었다. 직업안정소의 구직 준비 공간에는 이용자가 쓰는 컴퓨터마다 프린터가 마련돼 있었고, 도쿄도 일자리센터의 프로그램은 연령대를 비교적 세분해 대상별로 안내하고 있었다. 거창한 제도보다 이용자 입장에서 설계한 작은 장치들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았다.


▲‘디자이닝 유어 라이프’ 인텐시브 과정 현장 모습.
▲‘디자이닝 유어 라이프’ 인텐시브 과정 현장 모습.


돌아온 뒤가 진짜다

지금까지가 여행과 연수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진짜 중요한 것은 돌아온 뒤의 실행이다. 아무리 알찬 해외연수라도 배운 것을 삶에 연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비싼 추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필자는 미국에서 ‘디자이닝 유어 라이프’ 과정을 마친 뒤 현지에서 배운 내용을 국내 현실에 맞게 발전시켰다. 한국형 생애 설계 등록 민간자격 과정을 개발해 10여 차례 운영했고, 여기에서 파생된 ‘라이프 디자인 캔버스 핸들러’ 과정도 14차례 개설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생애 설계 영역별 목표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해외에서 얻은 방법론을 국내 현장에 적용한 것이다. 이후에도 관련 강의와 컨설팅을 진행하며 독자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밑거름으로 삼았다.

일본에서 수집한 자료 역시 묵혀두지 않았다. 국내 상황에 맞게 정리해 다섯 차례 세미나와 특강을 열고, 일본의 취업 지원 제도와 생애 설계 사례를 국내 제도와 비교해 소개했다.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이후 컨설팅과 교육훈련 방식을 개선하는 데도 활용했다.

돌아보면 해외에서 얻은 경험을 삶으로 연결한 방법은 세 가지였다. 첫째, 배운 것을 강의와 과정 개발 등 ‘가르치는 일’로 옮겼다. 둘째, 수집하고 정리한 자료를 세미나와 특강을 통해 다른 사람과 나눴다. 셋째, 그 경험을 다시 자신의 전문성과 콘텐츠로 발전시켰다. 해외연수에서 무엇을 얻었는가만큼 중요한 것은 돌아온 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다.


여행 이후의 삶을 설계하라

인생 2막의 연착륙을 바라거나 새로운 전환을 준비하는 시니어라면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돌아온 뒤’를 그려보길 권한다. 반드시 거창한 연수일 필요는 없다. 자신의 관심사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맞춰 교육을 듣고, 관련 기관을 방문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배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귀국 후의 삶으로 가져오는 일이다. 배운 것을 다시 공부하거나 다른 사람과 나눌 수도 있고, 새로운 일이나 활동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혼자 떠난다면 자신의 관심 분야를 깊이 탐구하고, 여럿이 함께한다면 서로의 경험과 관점을 나누며 시너지를 만들어볼 수 있다.

해외연수가 그 자체로 인생을 바꿔주는 정답은 아니다. 다만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는 될 수 있다. 떠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돌아온 뒤 무엇을 할 것인지까지 설계할 때 인생 2막을 움직이는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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