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동이 불편한 부모와 외출하려면 목적지를 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휠체어가 들어가는 차량을 찾고, 승하차를 도울 사람과 비용도 확인해야 한다. 예약에 실패하거나 적절한 차량을 구하지 못하면 병원 방문뿐 아니라 외식과 여행, 가족행사마저 취소하게 된다.
노인의 이동 문제는 당사자의 불편에 머물지 않는다. 가족이 차량과 동행을 책임지는 순간 가족의 시간과 일상까지 함께 제약받는다. 일본에서 실시한 가족돌봄 조사와 국내 노인실태조사는 이러한 현실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보여준다.
가족돌봄자 77%, 외출 포기한 경험
일본 IT FORCE가 9월 8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가족의 돌봄과 이동을 주로 또는 보조적으로 담당하는 응답자 633명 가운데 77.1%가 최근 1년 동안 외출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는 장기요양 지원·돌봄 인정을 받은 가족이 있는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 가운데 실제 돌봄과 이동을 지원하는 633명의 응답을 별도로 분석했다. 외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도 확인됐다. 차량이나 경사로 등 필요한 설비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78.5%였고, 이용자의 신체상태에 맞는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는 응답은 71.4%였다. 예상요금을 미리 알 수 없다는 응답도 67.8%에 달했다.
조사를 진행한 IT FORCE는 개호택시 예약 앱 ‘요부조’를 운영한다. 개호택시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156명 중 66.0%는 예약이 어렵다고 답했다. 75.6%는 이용 전에 예상요금을 알기 어렵다고 했고, 27.6%는 최근 1년 동안 외출을 다섯 차례 이상 포기한 경험이 있었다.
한국 노인 56.6%도 외출할 때 불편
국내에는 일본처럼 가족돌봄자에게 최근 1년 동안 외출을 몇 번 포기했는지 물은 전국 단위 조사가 없다. 가장 가까운 자료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다.
전국 65세 이상 1만 78명을 조사한 결과, 노인의 56.6%가 평소 외출할 때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계단이나 경사로를 오르내리기 어렵다는 응답이 17.4%, 버스나 전철을 타고 내리기 어렵다는 응답은 15.4%였다. 교통수단 부족을 꼽은 비율도 9.1%였다.
건강이 나빠져도 살던 지역에서 계속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로는 59.7%가 ‘외출 및 병원 동행 지원’을 선택했다. 일상생활 지원 66.1%, 방문 의료·건강관리 61.6%, 안전지원 60.7%에 이어 수요가 높았다.
일본의 77.1%와 한국의 56.6%를 같은 기준으로는 비교할 수 없다. 일본 조사는 가족돌봄자의 ‘외출 포기 경험’을, 국내 조사는 노인 당사자의 ‘외출 시 불편’을 측정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두 조사에서 공통으로 읽을 수 있는 사실은 있다. 거동이 불편해질수록 노인과 가족 모두 이동에 제약이 생기며, 차량뿐 아니라 예약, 승하차 지원, 동행, 비용 정보가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가 외출하려면 가족 일정부터 비워야
노인이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지면 이동에 필요한 일이 가족에게 넘어간다. 가족이 차를 운전하고 휠체어를 싣거나, 이동지원 서비스를 대신 알아보고 예약해야 한다. 진료를 받는 동안 기다린 뒤 귀가까지 동행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지원이 병원 통원에 집중되면 외식이나 장보기, 친구 모임, 경조사와 같은 생활 이동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생명이나 치료에 당장 영향을 주지 않는 외출부터 포기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가와 관계를 위한 외출도 노후생활에서 중요하다. 집 밖 활동이 줄면 고령자의 사회관계와 신체활동이 함께 축소될 수 있다. 가족 역시 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이 병원 방문 중심으로 좁아진다.
고령자 이동지원은 ‘꼭 가야 하는 곳에 데려다주는 서비스’에서 ‘원하는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 서비스’로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용자는 예약 전에 비용과 지원범위를 알 수 있어야 한다. 휠체어 승하차가 가능한지, 보호자가 반드시 동행해야 하는지, 병원 외 목적에도 이용할 수 있는지 같은 정보도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노인의 이동이 가족의 차량과 시간에 의존하면 이동의 어려움은 한 사람에게 머물지 않는다. 부모가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환경은 가족이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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