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6

'더는 못 키워…' 반려견은 어디로 갈까

입력 2026-09-26 06:00

[노인과 노견 ②] 이수지가 입양한 ‘흰둥이’와 고령 보호자의 돌봄 공백

반려동물은 50만 3987곳에 이르는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일상 안에 있다. 반려동물은 고령자의 외로움을 덜고, 산책과 식사처럼 규칙적인 일상을 이어가게 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떠난 자리는 펫로스 증후군 등 헤어나기 어려운 깊은 상실과 우울을 안겨주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쉽지 않다. 나이든 보호자가 병들고 요양시설에 들어가거나 세상을 떠나면 반려동물의 거처와 돌봄을 다시 정해야 한다. 가족이 맡을 수 없다면 유기나 파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진 만큼 반려동물의 생애도 길어졌다. 노인이 노견을 돌보는 시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한 사회는 보호자가 돌봄을 이어갈 수 없는 순간까지 준비하고 있을까.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만 남겨둬도 되는지 살펴본다.

(SBS 동물농장 화면 갈무리)
(SBS 동물농장 화면 갈무리)

2019년 SBS ‘TV 동물농장’에는 산책로 공중화장실에 남겨진 페키니즈 한 마리가 소개됐다. 흰둥이라는 이름의 개는 화장실 세면대에 목줄이 묶인 채 발견됐다. 곁에는 한 장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편지를 남긴 사람은 자신을 암 투병 중인 할머니라고 밝혔다. 더 이상 흰둥이를 돌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새 주인을 찾아주고 싶다는 취지의 글도 남겼다.

공중화장실에 반려견을 남겨둔 행동은 안전한 인계라고 할 수 없다. 흰둥이는 보호자가 사라진 채 유기 상태에 놓였다. 그러나 편지의 내용은 이 사건을 단순한 유기 사례로만 보게 하지 않는다. 반려견을 버리려 한 것인지, 자신이 떠난 뒤를 걱정해 새 보호자를 찾으려 한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다행히 이 날 방송을 본 개그우먼 이수지의 가족이 흰둥이를 입양했다. 자신의 첫 반려견도 페키니즈였다는 이유가 입양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다. 이수지는 흰둥이를 집으로 데려와 가족으로 맞이했다.

당시 방송에서 동물단체 관계자는 반려동물 등록제도가 보호자와 동물의 관계를 확인하고 유기 문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등록은 중요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흰둥이 사례가 던진 질문은 보호자가 누구인지에 그치지 않는다. 보호자를 확인해도 그 사람이 더 이상 반려견을 돌볼 수 없다면, 다음 보호자는 누가 될 것이며, 어떻게 책임을 넘길 수 있을까.

(SBS 동물농장 화면 갈무리)
(SBS 동물농장 화면 갈무리)

반려견 유기가 아니라, 맡아줄 사람을 못 찾았다면

흰둥이 사례 하나로 고령 보호자의 현실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장면이 오래 기억되는 까닭은 분명하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한 사람이 돌봄 능력을 잃었을 때, 안전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책임을 넘길 방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려견의 돌봄 공백은 보호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만 생기지 않는다. 암이나 중증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때, 갑작스럽게 입원했을 때, 요양시설에 들어갈 때도 발생한다. 며칠 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라면 가족이나 지인이 반려견을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입원이 길어지거나 시설 입소가 결정되면 임시 도움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려견이 나이가 많거나 질병을 앓고 있다면 맡겠다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보호자가 자녀에게 반려견을 맡기고 싶어도 자녀가 다른 지역에 살거나 맞벌이를 하고 있다면 데려오기 쉽지 않다. 새로운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지, 기존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지, 치료비와 돌봄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보호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반려견은 가족을 잃는 동시에 자신을 돌봐줄 사람도 잃을 수 있다. 가족이 맡지 못하면 동물보호센터로 넘어가거나 급하게 새로운 입양처를 찾아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지방자치단체와 동물보호센터가 구조한 동물은 약 11만 3000마리였다. 이 가운데 43.7%는 안락사 또는 자연사했고, 입양으로 이어진 비율은 27.5%였다.

이 통계만으로 고령 보호자의 입원이나 사망이 유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보호자가 갑자기 돌봄을 이어갈 수 없게 됐을 때 이를 연결할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은 보여준다.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동물 등록, 책임감까지 등록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2개월령 이상의 개는 동물등록 대상이다. 반려견 등록은 보호자의 연락처와 동물 정보를 남겨 유실·유기 동물을 보호자에게 돌려보내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동물등록은 보호자를 확인하는 제도이지, 보호자가 더 이상 돌볼 수 없을 때 대신 책임질 사람까지 정해주는 제도는 아니다. 보호자가 입원하거나 요양시설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동물등록 시스템에 자동으로 연계되는 것도 아니다.

반려견 등록은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지만, 등록하지 않은 동물을 모두 찾아내 책임을 묻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모든 반려동물이 등록 대상인 것도 아니다. 설령 등록을 마쳤다고 해도 고령 보호자가 돌봄 능력을 잃는 순간 의탁할 기관이나 서비스가 자동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결국 필요한 것은 등록 여부만 확인하는 제도가 아니다. 보호자의 건강 상태나 거취가 달라졌을 때 반려견을 누가 맡을지, 어떤 기관이 임시 보호를 제공할지까지 이어지는 돌봄 체계다.

맡길 데라고는 가족과 민간서비스뿐

현실적으로 고령 보호자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가족이나 지인, 비용을 내는 펫시터·펫호텔·동물병원 위탁, 지역별 민간 구조단체와 임시보호처 정도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도 보호가 필요한 동물을 맡는 역할을 하지만, 모든 소유자의 장기 위탁을 정례적으로 받아주는 시설은 아니다. 지역마다 운영 기준과 수용 여건이 다르고, 노인의 입원이나 시설 입소를 앞두고 상담부터 이동·임시보호까지 한 번에 연결해주는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다.

노인복지서비스와 장기요양서비스 역시 사람의 신체활동, 가사, 건강관리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반려견 산책, 사료 급여, 동물병원 동행은 표준적인 돌봄 급여로 보장되지 않는다.

보험연구원은 ‘반려동물 친화 장기요양서비스 검토 필요성’에서 고령자의 반려동물 돌봄을 장기요양 재가서비스와 연계하거나,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요양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해외에서는 사람의 돌봄과 동물 돌봄을 연결한다

보험연구원이 호주 자료를 인용해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호주 보호소에 들어온 동물 가운데 6.75%는 보호자의 건강 악화나 요양시설 입소와 관련해 맡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에서는 장기요양 재가서비스 이용자의 반려견 산책이나 동물병원 방문을 지원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장기요양 재가서비스 이용자의 40%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이 가운데 9%는 재가서비스 제공자를 통해 본인부담 방식으로 산책이나 병원 방문 지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요양시설의 18%가 반려동물 동거를 허용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고령자 주거단지도 운영되고 있다.

이 자료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노인 돌봄과 반려동물 돌봄을 별개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고령자의 건강과 거취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반려동물의 생활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등록 이후를 책임지는 제도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보호자가 돌볼 수 없게 된 뒤를 미리 정해야 한다. 주 보호자가 입원하거나 시설에 들어갔을 때 누가 임시로 맡을지, 장기적으로 누가 책임질지 가족끼리 합의해야 한다.

동물등록 정보와 동물병원 진료기록, 복용 중인 약, 사료 정보도 공유해야 한다. 돌봄을 이어받은 사람이 반려견의 건강 상태를 모르면 치료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사회적 제도도 필요하다. 동물등록 과정에서 비상시 연락할 가족과 예비 보호자를 지정하도록 하고, 보호자가 입원하거나 요양시설에 들어갈 때 이를 확인해 임시보호기관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방문요양이나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고령자가 반려견과 함께 산다면 산책·급식·병원 동행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반려동물 동거가 가능한 요양시설과 단기 위탁돌봄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SBS 동물농장 화면 갈무리)
(SBS 동물농장 화면 갈무리)

이수지의 입양으로 흰둥이는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모든 반려견이 방송에 소개되고 가족의 품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9년 방송에서 동물단체 관계자가 말한 것처럼 반려동물 등록은 보호자와 동물을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등록은 책임의 출발점일 뿐, 보호자가 더 이상 돌볼 수 없는 순간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반려견 등록은 법적 의무지만 등록하지 않은 동물을 모두 찾아내는 것만으로 책임을 완성할 수는 없다. 등록을 마친 고령 보호자에게도 반려견을 맡길 기관과 서비스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부르는 사회라면, 가족의 부재까지 준비해야 한다. 노인이 반려견을 더는 돌볼 수 없게 되는 순간, 등록번호 너머에 누가 응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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