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0

아시아 시니어 패션을 말하다, “중년에 시작해도 평생 빛나”

입력 2026-09-10 07:00

‘서울 프라임 패션위크 2026’ 성료… 한국∙중국∙태국∙파키스탄 각국 교류 이어져

▲벤자민 웅 줘자런 대표가 중국 시니어 모델 시장의 성장과 전문 교육 체계, 한국 패션업계와의 협력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EMA, 루스스튜디오 제공)
▲벤자민 웅 줘자런 대표가 중국 시니어 모델 시장의 성장과 전문 교육 체계, 한국 패션업계와의 협력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EMA, 루스스튜디오 제공)

“중장년 모델은 젊은 모델과 다릅니다. 45세가 넘어서도 평생 무대에서 빛날 수 있습니다.”

중국의 패션 교육자 벤자민 웅은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튜디오 159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시니어 모델의 가능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중장년 모델에게 패션은 5년이나 10년으로 끝나는 짧은 직업이 아니다”며 지속적인 교육과 활동을 강조했다.

‘비욘드 에이지(Beyond Age), 한·중 시니어 모델링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는 ‘비바브라보 서울 프라임 패션위크 2026’ 둘째 날의 중심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벤자민 웅과 알렉스 강 엘리트모델에이전시(EMA) 대표, 현역 시니어 모델이 참여해 양국 시장의 변화와 전문 모델의 조건을 이야기했다.

벤자민 웅은 중국에서 23년간 패션과 모델 분야에 종사한 패션 교육자다. 중국 최초의 모델 회사로 꼽히는 신쓰루모델매니지먼트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중국 중장년 여성 모델 플랫폼 ‘줘자런(卓嘉人)’을 이끌고 있다. 태국 스리파툼대학교(SPU)에서 대학원생을 지도하는 패션·모델 교육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에는 줘자런 소속 시니어 모델 11명과 함께 방한했다.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비바브라보 서울 프라임 패션위크 2026’에서 파키스탄 브랜드 누어패션의 자수 의상을 입은 시니어 모델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EMA, 루스스튜디오 제공)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비바브라보 서울 프라임 패션위크 2026’에서 파키스탄 브랜드 누어패션의 자수 의상을 입은 시니어 모델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EMA, 루스스튜디오 제공)

“모델 한 명이 하나의 브랜드”… 중국도 전문산업으로

그는 중국 시니어 모델 문화가 취미 활동에서 전문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교육이 외모와 워킹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미적 소양과 직업 능력, 콘텐츠 제작, 브랜드 협업 역량까지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벤자민 웅은 “훈련장에서 워킹만 배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패션쇼와 광고 촬영 등 현장에서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가 모델의 역할을 바꾸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에는 패션쇼와 광고, 전시 무대가 모델의 주된 활동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인스타그램과 틱톡 같은 매체를 통해 스스로를 알릴 수 있다”며 “이제 모델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브랜드”라고 말했다.

줘자런은 교육과 현장 활동을 두 축으로 삼아 단계별 평가와 패션쇼·광고 참여를 연결한다. 벤자민 웅은 “모델을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도구로 봐서는 안 된다”며 중장년 모델을 현대 패션산업에 맞는 전문 인력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줘자런의 국내외 활동을 소개했다. 줘자런은 태국을 시작으로 밀라노와 파리 패션위크에 모델들을 보냈고, 베이징패션위크에서는 중국 전통 치파오 브랜드와 협업했다. 창립 기념 패션쇼에는 모델 100명이 참여했으며, 지난 7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2주년 패션쇼에는 지원자가 몰려 의상 수량에 맞춰 77명만 무대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커질수록 교육과 선발 기준도 필요하다고 했다. 벤자민 웅은 “중장년 모델 산업에도 표준이 있어야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 대중에게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협업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제조업 기반이 크고 한국의 디자인과 창의성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며 “양국의 모델과 브랜드가 힘을 합쳐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 중장년 모델들이 자신의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국 패션 교육자 벤자민 웅과 알렉스 강 엘리트모델에이전시(EMA) 대표, 시니어 모델 홍광신이 한·중 시니어 모델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EMA, 루스스튜디오 제공)
▲중국 패션 교육자 벤자민 웅과 알렉스 강 엘리트모델에이전시(EMA) 대표, 시니어 모델 홍광신이 한·중 시니어 모델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EMA, 루스스튜디오 제공)

알렉스 강 대표는 한국 시니어 모델 시장도 취미 교육 중심에서 전문 활동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국내외 패션쇼, 광고와 방송 등으로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시니어 모델에게는 젊은 모델과 같은 획일적인 신체 조건보다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와 표현력이 중요하다”며 “전문 교육과 책임감, 자신감, 꾸준한 자기 관리가 뒷받침돼야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체비타의 2026년 가을·겨울 컬렉션 ‘re’ 의상을 입은 시니어 모델들이 패션쇼를 마친 뒤 한자리에 모여 관객들에게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EMA, 루스스튜디오 제공)
▲루체비타의 2026년 가을·겨울 컬렉션 ‘re’ 의상을 입은 시니어 모델들이 패션쇼를 마친 뒤 한자리에 모여 관객들에게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EMA, 루스스튜디오 제공)

파키스탄 전통복식부터 ‘빛나는 삶’까지

패션쇼에서는 파키스탄 브랜드 누어패션이 둘째 날 첫 무대를 열었다. 후세인 아드난 디자이너는 파키스탄 전통복식에서 가져온 긴 상의와 여유 있는 바지, 두파타 형태의 숄을 현대적인 런웨이 의상으로 풀어냈다. 짙은 남색과 녹색, 붉은색 등 선명한 색채에 금색과 은색 자수, 꽃과 기하학 문양을 더했다.

후세인 아드난 디자이너는 “파키스탄 전통복식의 긴 실루엣과 숄, 정교한 자수를 현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며 “전통이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대와 국경을 넘어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패션쇼는 디자이너 브랜드 루체비타가 장식했다. 루체비타는 ‘우리 삶의 선택과 변화, 그리고 새로운 태어남’을 주제로 한 2026년 가을·겨울 컬렉션 ‘re’를 선보였다. 구조적인 미니멀 룩에서 출발해 가을빛 색채와 다양한 질감, 실크와 입체적인 드레이핑으로 변화를 줬다.

최광일 루체비타 대표는 “이번 컬렉션에는 도시의 속도 속에서 변화를 선택하고 성장해 다시 출발하는 삶의 과정을 담았다”며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고, 옷은 그 사람의 삶을 다시 빛나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쥬엔의 브랜드 소개도 진행됐다. 윤서영 시쥬엔 대표는 무대에 올라 피부 광채와 수분, 피부톤, 탄력과 주름 관리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의 제품과 철학을 소개했다.

윤 대표는 “시쥬엔이 말하는 젊음은 숫자가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고 가꾸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며 “나이를 억지로 거스르기보다 지금의 나를 돌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돕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투데이피엔씨가 주최하고 EMA가 주관한 서울 프라임 패션위크는 이틀간의 패션쇼와 공연, 강연, 브랜드 전시를 마치고 이날 막을 내렸다. 행사는 한국과 중국의 시니어 모델, 패션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며 프라임 세대의 패션을 하나의 문화이자 산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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