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7

“노인용 딱지 외면” 日 전문가가 말하는 시니어 마케팅

입력 2026-09-17 07:00

[인터뷰] 니시이 도시야스 싱크로 대표… “전용 상품보다 기존 고객 경험부터 바꿔야”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시니어용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소비자는 그 상품을 나를 위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일본의 마케팅 전문가 니시이 도시야스 싱크로 대표는 시니어를 독립된 소비층으로 구분하는 마케팅을 경계했다. 연령은 시장 규모를 파악하는 기준으로 유용하지만, 실제 상품과 서비스는 고객 개개인의 생활환경과 가치관에 맞춰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니시이 대표는 2003년부터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마케팅 실무를 해왔다. 두 차례 세계 일주를 한 뒤 2016년 싱크로를 설립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마케팅과 디지털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여행·업무용품 브랜드 ‘HOLICC’와 골프 브랜드 ‘NOOG’ 등 자체 D2C 사업도 운영한다. 현재 오이식스 라 다이치 CMT, 그로스X CMO, NTT도코모 시니어 마케팅 디렉터 등 여러 기업의 마케팅 책임자를 겸하고 있다.

지난해 닛케이BP에서 펴낸 ‘고객이 계속 늘어나는 과학 -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마케팅 정석’에는 그의 마케팅 철학이 담겼다. 광고를 통해 신규 고객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구매 후의 좋은 경험이 재구매와 추천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니시이 대표는 다음달 5일 도쿄에서 열리는 ‘에이지웰 컨퍼런스 2026’에서 강연한다. ‘시니어 마케팅의 재정의’를 주제로 실제 사례와 앞으로의 고객 관계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니시이 도시야스 대표.
▲니시이 도시야스 대표.

“백발 노인 내세웠더니 소비자 외면”

니시이 대표는 어느 고객사의 실패 사례를 소개했다. “실제 구매자의 상당수가 시니어라는 사실을 확인한 그 기업은 광고 모델을 백발 할아버지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를 완전히 외면했죠.”

기업은 주요 구매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모델을 내세우면 공감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고객은 기업이 그려 놓은 ‘나이 든 사람의 모습’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니시이 대표는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고객과 실제 구매자가 달라도 된다고 말했다. 직접 운영하는 골프 브랜드 NOOG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름은 ‘NOT OLD GOLF’에서 따왔다. 골프는 시니어 참여자가 많은 운동이지만 NOOG는 젊고 세련된 모델을 내세우고 현대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한다. ‘시니어를 위한 골프채’라는 표현도 쓰지 않는다. 실제 고객층에는 젊은 사람뿐 아니라 시니어도 적지 않다.

“처음부터 ‘시니어도 쓰기 편한 골프채’라고 홍보했다면 많은 사람이 노인용 제품이라고 생각해 피했을 겁니다. 우리 브랜드를 젊고 세련된 브랜드로 소개했기 때문에 시니어 고객도 자부심을 느끼며 선택하고 있는 것이죠.”

▲니시이 도시야스 대표의 저서 '고객이 계속 늘어나는 과학–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마케팅 정석' 표지. 구매 후 고객 경험을 재구매와 추천으로 연결하는 마케팅 전략을 다룬다. (닛케이BP 제공)
▲니시이 도시야스 대표의 저서 '고객이 계속 늘어나는 과학–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마케팅 정석' 표지. 구매 후 고객 경험을 재구매와 추천으로 연결하는 마케팅 전략을 다룬다. (닛케이BP 제공)

“한국 기업, 시니어를 특별 취급하지 말아야”

그는 시니어들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받는 기업은 고객을 나이로 나누기보다,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와 생활방식에 맞는 제안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도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일본보다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실패에서 배워야 할 점은 시니어를 처음부터 특별한 집단으로 구분해 접근하지 않는 것입니다. 별도의 시니어 상품을 만드는 데 몰두하기보다는, 기존 상품과 서비스를 시니어도 쉽고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도록 고치는 일이 먼저입니다.”

단순히 글자를 크게 만들거나 이용 단계를 줄이는 것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품을 써야 할 이유가 분명하게 전달되는지, 구매와 이용 과정에 불필요한 불편은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니어라도 처지는 크게 다르다. 60대에도 활발하게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과 연금만으로 빠듯하게 생활하는 사람의 소비도 같을 수 없다.

“연령은 시장을 파악하는 첫 기준으로는 여전히 유용합니다. 하지만 분석이 나이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시니어 시장은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여러 시장이 모인 곳입니다. 기업도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싫어한다’, ‘디지털 기기를 다루지 못한다’,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값싼 제품을 선호한다’ 등의 인식이 대표적이죠. 가치가 있다고 납득하면 시니어는 품질 좋은 제품에 기꺼이 돈을 씁니다. 싼 가격밖에 내세우지 못한다면 기업이 상품의 가치를 제대로 제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또 그는 “이미 많은 시니어가 스마트폰으로 SNS와 동영상을 이용하고, 직접 정보를 비교한 뒤 물건을 산다”며, “서비스를 쓰지 않는 것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쓸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버블 세대의 소비 기준, ‘가족’에서 ‘개인’으로

일본 시니어 시장은 버블경제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가 진입하면서 다시 바뀌고 있다. 이들은 풍부한 소비문화와 여러 브랜드를 경험했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도 익숙하다. “버블 세대는 소비를 즐긴 마지막 세대인 동시에 디지털을 능숙하게 이용하는 첫 시니어 세대입니다. 자신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입니다.”

니시이 대표는 크게 세 가지 변화를 예상했다. “버블 세대의 소비 기준은 가정이나 부부에서 개인으로 옮겨가고, 충분히 비교한 뒤 값이 비싸더라도 품질 좋은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입니다. 또 기업과 고객이 만나는 공간도 온라인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 역시 베이비붐 세대가 차례로 고령층에 이동한 상황이다. 국내에선 ‘액티브 시니어’라 불리는 이들은 그가 지적한 일본의 세대와 유사한 특징을 띄고 있다.

니시이 대표는 기업이 알고 있는 ‘시니어의 특징’을 고정된 지식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65세라도 고도성장기에 자란 사람과 취업난 속에서 청년기를 보낸 사람은 돈과 미래를 바라보는 태도가 전혀 다릅니다. 시니어에 관한 지식도 몇 년마다 새로 써야 합니다.”

기업은 연령대별 고객 자료를 꾸준히 쌓고, 새로운 세대가 시니어 시장에 들어올 때 소비 기준과 생활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야 한다. 사내에 굳어진 “시니어는 이렇다”는 인식도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고객의 구매 이후 경험 관찰해야”

니시이 대표는 시니어 대상 마케팅에 있어 정말 중요한 부분은 ‘판매 이후’라고 강조했다. “시니어 고객은 젊은 층보다 구매에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합니다. 물건을 산 뒤에도 기업이 제대로 책임질 것인지를 꼼꼼히 봅니다.”

그는 “기업은 구매 후 제품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고객이 제품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돕는 일도 단순한 사후 서비스가 아니라 다음 구매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은퇴 전후로 시간 사용이 달라진 시니어에게 상품이나 서비스가 새로운 생활의 즐거움이 되면 브랜드에 대한 애착도 강해진다”고 설명하고, “제품에 만족한 고객은 다시 구매하고 주변 사람에게 제품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니시이 대표는 기업들이 시니어의 입소문은 범위가 좁은 대신 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년들은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이고 길게 이야기하고, 서로 잘 아는 사이에서 정보를 나누기 때문에 설득력도 높다. 반면 좋지 않은 경험도 같은 열성으로 퍼뜨립니다. 한 사람의 강한 추천이 지역이나 취미 모임 전체로 퍼질 수 있습니다. 나쁜 경험이 불러오는 위험도 그만큼 큽니다.”

때문에 기업들은 고객이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사진이나 이용 후기, 지인 초대처럼 공유하기 쉬운 방법을 제공하고 고객 모임이 이어지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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