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1

“조금만 걸어도 숨차요” 심장 출구 좁아지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입력 2026-10-11 06:00

[도움말] 김대영 인하대학교 심장내과 교수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거나 힘들다면 심장질환 중 하나인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길목에 있는 대동맥판막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질환으로, 70대 이상 고령층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에 관한 궁금증을 김대영 인하대학교 심장내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심장은 우리 몸 전체에 혈액을 보내는 펌프 역할을 한다. 심장 안에는 혈액이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문처럼 열리고 닫히는 네 개의 판막이 있는데, 이 가운데 대동맥판막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온몸으로 향하기 직전에 통과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생기면 이 관문이 충분히 열리지 않아 혈액이 원활하게 빠져나가기 어려워진다. 쉽게 말해 혈액이 빠져나가는 ‘출구가 좁아지는 병’이다.

고령인구 증가와 맞물려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2018년 1만 3787명에서 2024년 4만 7676명으로 증가했다.

Q. 나이 들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에 따른 대동맥판막의 퇴행성 변화입니다. 나이 들면서 판막이 점차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며 칼슘이 침착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오랜 기간 축적되면서 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않게 됩니다. 대동맥판막협착증 자체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대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됩니다. 다만 환자는 어느 순간 갑자기 숨이 차거나 활동하기 힘들어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별다른 증상 없이 건강하게 지냈다면 이러한 변화를 질환의 신호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Q.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의심해야 하나요?

A.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 가슴통증, 실신입니다. 특히 평소에는 괜찮다가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활동할 때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이전보다 운동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도 중요한 신호입니다. 물론 관상동맥질환이나 부정맥, 심부전, 폐질환 등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새롭게 나타났거나 최근 들어 심해졌다면 단순히 노화라고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노화와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증상만으로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단서 중 하나는 예전과 비교해 활동 능력이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한 번에 오르던 계단에서 쉬어야 하거나, 평소 다니던 거리를 걷기 힘들어졌거나, 자신도 모르게 외출이나 운동을 줄이고 있다면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진찰과 검사가 필요합니다. 청진을 통해 특징적인 심잡음이 들리는지 확인하고,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의심되면 심장초음파 검사를 진행합니다.

Q.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A. 건강검진이나 다른 이유로 병원을 찾았다가 청진에서 심잡음이 발견돼 추가 검사로 진단하기도 합니다. 진단과 중증도 평가에서는 심장초음파 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초음파를 이용해 판막의 모양과 움직임뿐 아니라 판막을 통과하는 혈류의 속도와 압력 차이, 판막이 열리는 면적, 심장의 수축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합니다. 또한 중증인데도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면, 필요에 따라 운동부하검사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Q. 방치하면 어떤 합병증이 생기나요?

A.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장이 좁아진 판막을 통해 혈액을 내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과도한 일을 하게 됩니다. 결국 심장 기능이 떨어져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고, 부정맥이나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활동할 때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 실신 등의 증상이 새롭게 나타난다면 예정된 진료일까지 기다리기보다 바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A. 질환의 중증도와 증상, 심장 기능 등을 종합해 치료 방법을 결정합니다. 경증이나 중등도라면 정기적인 심장초음파로 진행 여부를 관찰하고, 중증이면서 증상이 있거나 심장 기능이 저하되는 등 특정 조건에 해당하면 판막 교체를 고려합니다. 판막 교체에는 ‘수술적 대동맥판막치환술(SAVR)’과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이 있습니다.

SAVR은 가슴을 열어 기존 판막을 제거한 뒤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수술입니다. 반면 최근 많이 시행되는 TAVI는 가슴을 열지 않고 주로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기존 판막 안에 새로운 인공판막을 삽입합니다. TAVI는 수술에 비해 회복이 빠르고 신체적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고령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지=이은숙 기자)
(이미지=이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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