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인한 변화를 느껴도 대부분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호소합니다.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홍명신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가 그런 이들을 위해 어떻게 소통하고 돌봐야 하는지 ‘치매 케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남편이 다친 곳 없이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치매 돌봄에서 가족들이 특히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배회’입니다. 치매 환자의 배회 행동을 연구해온 미국 미시간대 도나 L. 알게이즈(Donna L. Algase) 교수와 연구자들은 배회를 비롯한 치매 관련 행동을 단순히 ‘문제 행동’으로만 보지 않고, ‘충족되지 않은 욕구나 목표가 행동으로 표현된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흔히 배회를 ‘목적 없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치매 환자 입장에서는 그 행동에 나름의 이유나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화장실이나 익숙한 곳을 찾거나, 집에 돌아가려고 하거나, 과거의 습관대로 직장에 가려고 하기도 합니다.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을 움직임으로 표현하기도 하지요. 안타깝지만 치매로 아픈 분들은 왜 나갔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죠.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상황 전후에 배회가 나타나는지 행동과 패턴을 관찰하고 객관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찾고 있을까?’, ‘무엇이 불안하고 불편한 걸까?’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남편이 다른 대학병원 근처에서 발견됐다는 것을 보면, 이번 배회는 병원에서 헤어진 아내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다음 세 가지를 실천해주세요.
첫째, 혼자 있게 하지 마세요.
이번 일을 ‘혼자 있는 상황에서 길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남편의 신호로 받아들이세요. 요양보호사, 데이케어센터, 병원 동행 서비스 등을 이용하면 도와줄 인력이 늘어날 겁니다. 병원 탈의실이나 화장실처럼 성별 구분이 있는 곳은 장애인·가족 화장실처럼 보호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이용하세요. 집에서도 아내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할 수 있으니, 요리하거나 베란다에 나가 있을 때 남편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현관문 알람이나 잠금 보조장치를 검토해보세요.
둘째, 관찰하고 다독이세요.
배회가 나타나는 시간과 장소, 그 직전에 있었던 일, 약물 투여, 환자 상태 등을 살펴보세요. 자세히 기록해두면 행동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남편의 경우, 병원에서 실종됐으므로 낯선 장소에 갈 때 특히 주의하세요. 실종을 경험한 보호자는 정말 지칩니다. 그러나 길을 잃고 헤매다 돌아온 당사자도 무섭고 불안합니다. “왜 그때 병원에서 나갔어요?”라고 나무라기보다 “다치지 않고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마워요. 우리 꼭 같이 다녀요”라고 안심시켜주세요.
셋째,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세요.
만일을 대비해 빨리 발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경찰의 지문 등 사전등록 제도에 등록하고 배회감지기나 위치 확인이 가능한 기기 사용도 미루지 마세요. 외출하기 직전에는 반드시 현관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나가세요. 그러면 외출할 때 입었던 옷과 모습이 정확해 실종 상황에서 찾는 데 유용합니다. 즐겨 입는 옷이나 모자 안쪽에 보호자 연락처를 표시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9년 동안 돌보면서 크게 놀란 적이 한 번 있었는데요. 이사한 다음 날 아침, 피곤해서 깊이 잠들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잠옷 차림의 아버지가 서 계셨어요. 새로운 집이 낯설어 아침에 일어나 방과 화장실을 둘러보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신 것이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제 얼굴을 보자 아버지는 웃으며 손을 흔드셨습니다. 그 순간의 안도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후 저는 아버지에게 “밖에 나갈 때는 꼭 딸 손을 잡고 나가는 거예요. 혼자 나가시면 안 돼요”라고 수없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늘 “난 여기가 제일 좋아. 내가 왜 나가겠어?”라고 하셨어요.
배회와 실종을 경험한 가족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고 단정하지 마세요. 모든 외출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편안한 환경을 만들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필요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됩니다. 보호자로 산다는 것은 모험의 연속입니다. 지금까지 훌륭하게 대처해온 것을 보면 앞으로도 지혜롭게 헤쳐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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