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1

“내가 쓰러지면 누가 올까” 엔딩파티가 묻는 죽음준비

입력 2026-10-01 10:07

서울서 돌봄·생전정리·기억 논의… 광주·대구·부산 거쳐 내년 45개 도시 확대 추진

▲지난 9월 30일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린 ‘엔딩파티 2026 서울’에서 임용성 디자인프렌들리 대표(왼쪽)와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가 참가자들의 포스트잇 메모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갑자기 쓰러졌을 때의 돌봄, 생애 마지막을 위한 준비, 사후 집과 유품의 정리가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이준호 기자)
▲지난 9월 30일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린 ‘엔딩파티 2026 서울’에서 임용성 디자인프렌들리 대표(왼쪽)와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가 참가자들의 포스트잇 메모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갑자기 쓰러졌을 때의 돌봄, 생애 마지막을 위한 준비, 사후 집과 유품의 정리가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이준호 기자)

유품정리 전문기업 키퍼스코리아가 주관한 ‘엔딩파티 2026 서울-그리고, 남겨진 것들’이 지난 9월 30일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유품과 기록을 통해 한 사람이 남긴 삶을 돌아보고,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할지 이야기하는 시민 문화 포럼이다.

오전 특별강연과 유품 전시에 이어 오후에는 디자인프렌들리 임용성 대표가 진행을 맡아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와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두 사람은 참가자들이 포스트잇에 적은 생각을 바탕으로 세 가지 질문을 풀어갔다. 갑자기 쓰러졌을 때 누가 달려올 것인지, 자신의 마지막을 얼마나 알고 준비하고 있는지, 떠난 뒤 집과 유품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다.

돌봄 관계부터 남겨질 가족의 부담까지

김 대표가 먼저 짚은 것은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실제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관계였다. “‘내가 죽고 나면 유품을 정리해달라’며 미리 예약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혼자 생활하다 쓰러지면 누가 달려와 돌봐줄 것인지가 더 큰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죽은 뒤 장례를 어떻게 치르고 집을 어떻게 정리할지를 먼저 생각하면서, 정작 살아 있을 때의 위험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돌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김 대표는 가족이 해외나 먼 지역에 살거나 관계가 단절된 경우를 들며, 삶의 마지막에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누가 맡을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망 이후뿐 아니라 사망 직전에 벌어지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먼저 인식해보고,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어떻게 연결해서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이 엔딩파티의 목표이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생전정리에 관한 대화에서는 집을 잘 정돈해 둔 한 고인의 사례가 소개됐다. 고인은 자녀들에게 자신의 생각도 미리 전했지만, 먼저 온 아들이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물건을 가져가면서 다른 아들에게는 돈을 들여 치워야 할 물건이 남았다. 당사자가 준비했다고 여기는 것과 남겨진 가족이 감당하는 현실 사이에 간극이 있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준비의 범위를 가족의 입장까지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망을 전후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다음 시뮬레이션을 한번 해보면 언제 내가 떠나더라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그게 나만의 대비인지, 나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비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임 대표도 남기고 싶은 물건과 이를 넘겨받는 가족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언과 상속, 생활 속 계약과 자산도 준비의 범위에 들어왔다. 김 대표는 휴대전화와 자동차, 자동이체 등 사후에 정리해야 할 항목을 짚으며 자신이 어디까지 준비했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은 전문가의 조언을 받자고 제안했다.

▲지난 9월 30일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린 ‘엔딩파티 2026 서울’에서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오른쪽)가 삶의 마지막을 위한 준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행을 맡은 임용성 디자인프렌들리 대표.(이준호 기자)
▲지난 9월 30일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린 ‘엔딩파티 2026 서울’에서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오른쪽)가 삶의 마지막을 위한 준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행을 맡은 임용성 디자인프렌들리 대표.(이준호 기자)

유품에 담긴 기억을 함께 이어가는 문화

김 대표는 유품을 남기는 기준으로 물건에 담긴 관계와 기억을 꼽았다.

“남겨진 물건은 일단 유품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런데 한정된 공간과 시간 때문에 전부 남길 수는 없습니다. 무엇이 소중한지에 대한 정답은 없고, 그 물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누구와의 추억이 있는 것인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가진 물건을 충분히 사용하는 일도 화두가 됐다. 임 대표는 좋은 물건을 아끼다 정작 쓰지 못했던 어머니의 경험을 떠올렸고, 김 대표는 유품정리 현장에 입지 않은 옷과 몇 장만 쓰고 남겨둔 다이어리가 많다고 설명했다. 남길 것을 고르는 과정은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미뤄두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계기이기도 했다.

사진과 메시지 같은 디지털 기록에 대해서는 중복 자료를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임 대표가 디지털 유품을 어떻게 남겨야 할지 묻자 김 대표는 보관 장소를 정하는 순서를 짚었다.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USB나 노트북으로 옮기고, 클라우드나 SNS에도 올려놓습니다. 내용은 같은데 파일 이름이 다르면 다른 자료처럼 쌓이는 거죠. 원본을 저장할 수 있는 장소부터 정하고, 복제된 것부터 정리가 돼야 합니다.”

김 대표는 이런 준비를 시민들이 함께 실천하는 문화로 확산시키려 한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엔딩파티를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방법은 바뀌었지만 결국 해결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왕이면 죽은 이후에 정리하는 것보다는 살아 있을 때 자신이 조금 정리하자는 겁니다. 그동안은 혼자서 해왔다면, 앞으로는 문화로 만들려고 합니다.”

서울 행사는 올해 전국 7개 도시를 잇는 순회의 네 번째 일정이다. 8월 18일 세종에서 연결과 네트워킹을 주제로 출발해 대전의 상실과 애도·추모, 수원의 일자리를 거쳐 서울에서 유품과 기억을 다뤘다.

이후에는 10월 2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3에서 ‘문화’를, 6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복지와 기록’을 주제로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18~19일에는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각 도시의 주제를 모으는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올해 축적한 경험과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2027년 전국 45개 도시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131곳까지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순회를 통해 시민들이 자신의 경험과 역할을 보태는 참여의 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초청하는 행사가 아니라 참여하는 행사로 만들려고 합니다. 시작은 제가 했지만, 오는 사람들이 보러만 오는 게 아니라 여기 와서 자신이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겁니다. 제가 사라지더라도 누군가는 이 일을 진행할 테니까요.”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최신 뉴스

  • “환절기마다 몸이 흔들?”, 브라보 스페셜리포트 3호 발행
    “환절기마다 몸이 흔들?”, 브라보 스페셜리포트 3호 발행
  • 가족에게 돌봄이 필요해졌다
    가족에게 돌봄이 필요해졌다
  • 초고령사회, ‘낀 세대’ 부모 돌봄 길어진다
    초고령사회, ‘낀 세대’ 부모 돌봄 길어진다
  • [브라보 레터] 함께하는 돌봄
    [브라보 레터] 함께하는 돌봄
  • [알기 쉬운 생활금융⑦] 병원비 많이 냈다면 반드시 확인!…평균 136만 원 환급
    [알기 쉬운 생활금융⑦] 병원비 많이 냈다면 반드시 확인!…평균 136만 원 환급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브라보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