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궁금해 웃음치료교실을 찾았다. 웃을 일이 있어야만 웃는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시 강서구 방화2종합사회복지관 웃음치료교실은 달랐다. 처음에는 강사를 따라 소리 내 웃는 것을 연습했다. 이후 수업이 진행되면서 여기저기서 저절로 웃음이 터졌다. 특별히 기쁜 소식이 없어도 함께 놀다 보니 웃을 일이 생긴 것이다.

틀려도 괜찮은 교실
10월 14일 오후, 방화2종합사회복지관 시니어산들바람학교 웃음치료교실. 이미현 강사가 “파랑”을 외치자 수강생들이 머리에 손을 댔다. 화면 속 영상을 보며 ‘파란 하늘은 머리, 빨간 단풍은 어깨’와 연결하는 박수 놀이였다. 처음에는 곧잘 따라 했다. 그런데 순서가 바뀌고 구령이 빨라지자 손이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틀려야 더 재미있어요. 틀리면 틀리는 대로 일단 해보세요.”
강사는 틀린 사람을 가려내지 않았다. 헷갈리는 것이 당연하다며 속도를 맞추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갔다. 수강생들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한 동작을 놓쳤다고 뒤의 동작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었다. 잘하고 못하는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으니, 실수한 뒤에도 함께 놀이를 이어갈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처럼 익숙한 말에 박자를 붙이는 활동에서도 웃음이 났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말인데 손뼉까지 맞추려니 제법 집중해야 했다. 웃음교실이라는 이름만 듣고 한 시간 내내 큰 소리로 웃는 모습을 상상했다면 조금 다른 풍경이다. 말을 듣고 생각한 뒤 손을 움직이고, 노래가 나오면 몸으로 박자를 탔다. 웃음은 그 사이사이에 터졌다. 박수 놀이 다음엔 의자에 앉아서도 목과 손목을 풀고 팔을 들어 올리는 스트레칭과 체조가 이어졌다. 손끝에 집중하는 시간과 몸을 크게 움직이는 시간이 번갈아 찾아왔다.
풍선을 놓쳐도 웃음은 터진다

노래 ‘서울 구경’에 맞춰 율동을 마치자 수강생 사이에서 “그거 제일 좋네”라는 말이 나왔다. 수업 후반에 같은 노래가 한 번 더 흘렀다. 좋아하는 노래를 다시 듣자는 반응이 수업에 곧바로 반영됐다. 노래는 이야깃거리도 됐다. 서울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묻자 40년, 50년을 넘어 80년이라는 답까지 나왔다. 빨래를 손으로 하던 시절 이야기도 오갔다. 노랫말을 따라 움직이다가 지난 생활을 떠올리고, 강사의 물음에 대답했다. 음악을 틀고 정해진 체조만 하는 시간과는 사뭇 달랐다. 수강생들이 건네는 말도 수업의 흐름을 만들었다.
풍선이 등장하자 교실이 다시 분주해졌다. 반장들이 나눠준 풍선에 스티커를 붙이며 각자 놀이를 준비했다. 어디에 붙일지, 어떻게 꾸밀지는 자유였다. 풍선을 가볍게 띄웠다가 받는 일도 막상 해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떨어지기 전에 박수까지 치려니 눈과 손이 바빠졌다.
“재밌네.” “땀 나요.”
수강생들의 짧은 말이 활동 중간중간 들렸다. 박수를 몇 번 더 치려다가 풍선을 놓치기도 했다.
손에서 벗어난 풍선을 따라 팔을 뻗는 사이 다시 웃음이 났다. 웃음소리를 내라는 구령이 없어도 즐거워할 일이 생긴 셈이다. 앉아서 하는 놀이라고 마냥 편안한 것도 아니다. 팔과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자 덥다는 말이 나왔고, 그 더위가 익숙한 듯 수강생들은 겉옷을 벗으면서도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이날 사용한 도구는 풍선과 작은 스티커 정도였다. 값비싼 기구나 특별한 준비물은 필요하지 않았다. 혼자라면 잠깐 만지다 말았을 풍선도 여럿이 함께하니 한동안 가지고 놀 거리가 됐다. 수업을 지켜보는 동안 풍선을 잘 다루는 요령보다, 어른들도 이렇게 놀이에 몰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눈에 들어왔다.

웃는 표정이 기분을 바꿀 수 있을까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
수업에서 이미현 강사가 강조한 말이다. 기쁜 일이 생긴 뒤에야 웃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먼저 웃는 행동이 기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교실에서 만난 웃음은 입꼬리를 올리는 작은 움직임부터 놀이 중 터지는 웃음까지 다양했다. 이 가운데 표정과 감정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가 있다.
2022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에 발표된 국제 공동연구는 19개국 387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다른 사람의 미소를 따라 하거나 스스로 입꼬리를 올리는 과제를 참여한 참가자들은 보고한 행복감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분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표정을 짓는 행동도 그 순간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다.
스트레스 반응을 살펴본 연구도 있다. 2023년 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은 총 315명이 참여한 8개 연구를 종합했다. 재미있는 영상을 보거나 웃음 활동에 참여한 집단은 대조군보다 스트레스 반응과 관련된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더 감소했다. 웃음이 긴장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물론 웃음이 질병을 치료하거나 오래 지속되는 행복을 보장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찰리 채플린은 웃음을 “강장제이자 위안이며,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함께 웃는 동안은 일상의 걱정을 잠시 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날 웃음교실에서도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복지관 수업에는 웃음 외에도 여러 요소가 있었다. 집을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한자리에 앉고, 노래를 들으며 몸을 움직이는 것. 강사의 질문에 답하거나 옆에서 들리는 반응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도 있었다. 수업 뒤의 기분을 웃는 표정 하나의 효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과 몸을 움직인 개운함까지 어우러진 자리였다.
오늘의 웃음을 집까지 가져가기
수업이 끝나갈 무렵 ‘파 웃음’이 등장했다. 입술을 붙였다가 떨어트리며 웃는 것으로, 온 몸의 긴장을 완화시킨다. ‘파’로 끝나는 단어를 말하며 어깨를 올렸다 내리는 동작까지 더하니 일상 속 단어도 웃음의 재료가 됐다.
웃음교실 참가의 목표를 거창하게 잡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사는 형편이나 몸 상태가 한 시간 만에 달라지진 않는다.
수업 전에 있던 걱정도 집에 돌아가면 다시 떠오를 수 있다. 그래도 그 시간만은 눈앞의 풍선에 집중하고, 박자를 놓쳐 웃고, 익숙한 노래를 한 번 더 듣는다. 하루 중 그런 시간을 갖는 일이 수강생들에게는 수업을 찾는 이유가 됐다.
“행복하게 놀다 가시면 되는 거죠.”
수업 초반 강사가 건넨 말이다. 이날 수강생들은 복잡한 기술을 배우지 않았다. 함께 박수 치고, 풍선을 띄우고, 틀리면 다시 해봤다. 웃을 일이 생기기를 기다리던 사람도 이곳에서는 직접 웃을 일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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