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성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치매안심센터장 인터뷰

가을 햇볕이 따갑던 지난달 초,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치매안심센터에서 만난 윤종성 서구 치매안심센터장은 통합돌봄을 이야기할 때마다 ‘한 명’을 강조했다. 실적 경쟁을 하듯 제도 수혜자 수를 늘리기보다, 한 사람을 제대로 돌보는 데서 시작해 그 경험을 넓혀가야 한다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서구청에서 통합돌봄 업무를 가장 오랫동안 담당한 인물로 올해 1월 서구청에서 치매안심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치매가 통합돌봄의 주요 영역인 만큼 통합돌봄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통합돌봄 태스크포스(TF)를 처음 시작할 때 ‘이것은 사업이 아니다. 시스템이다’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때가 2018년, 2019년이에요. 벌써 10년이 다 됐는데 현장에서 여전히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워요.”
그의 비판은 통합돌봄의 필요성에 대한 확신에서 출발한다. 건강이 나빠져도 살던 곳에서 생활하려면 의료와 요양, 생활 지원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체계인 만큼 지원사업 하나 더 만드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분이 1년 더 생활할 수 있을까”
보건과 복지, 공공과 민간의 협업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통합돌봄의 취지에 동의하더라도 각자의 업무와 기준을 넘어 함께 움직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한 사람을 중심에 놓고 각자의 역할을 다시 묻는 일이다.
“답은 하나예요. 장애인 한 명, 치매 노인 한 명을 놓고 어떻게 하면 이분이 1년 더 생활할 수 있을 것인가, 오로지 그것만 목표로 놓고 의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한다면 답이 나올 것 같아요.”
의사는 질환을 관리하고 필요한 진료를 판단해야 한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는 생활상의 어려움과 필요한 자원을 확인해야 한다. 공공은 이들이 함께 대응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간호사 역할은 무엇이고, 사회복지사 역할은 무엇이고, 공공에서는 무엇을 더 해줘야 하는지 끊임없이 연습해야 해요. 그리고 돌봄 대상자가 두 명이 되고, 세 명이 되고, 네 명이 돼야 하는 거예요.”
“세 번, 네 번 만나야 그 사람의 마음이 보여요”
이런 생각은 통합돌봄 시범 사업 이전부터 현장에서 실천해온 방식과 맞닿아 있다. 윤 센터장은 금호1동에서 근무할 당시 매일 주민을 만나고, 다음 날 반드시 방문 내용을 함께 논의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 목표는 매일 세 명씩 만나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반드시 회의를 하자는 거였죠. 직원과 복지도우미까지 다섯 명이 매일 세 명씩 만나고, 다음 날 와서 ‘이 사람은 어땠습니다’ 보고하면서 정리하는 과정을 3년 반 동안 이어갔어요.”
만남을 거듭하면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사정이 드러났다. 무엇을 지원해야 할지 짐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이해하게 됐다.
“첫 방문만으로는 대상자를 충분히 알기 어려워요. 그런데 세 번째, 네 번째 갔을 때는 저분이 어떤 분인지, 어떤 마음을 갖고 계신지, 무엇을 해야겠구나 하는 것이 보여요. 정기적인 방문의 효과를 알았죠.”
하루를 쪼개 이어가는 회의
윤 센터장은 하루에 여러 차례 사례 회의를 연다. 오전 9시를 시작으로 오후 1시 5분, 1시 30분, 5시 30분에 회의를 이어간다. 회의는 한 번에 15분씩. 정해진 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15분 타이머’를 맞춰놓고 진행한다. 대상과 상황에 따라 회의를 나눴지만, 질문은 같다. ‘이 사람에게 지금 어떤 도움이 필요하고,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다.
하루를 나눠 회의를 이어가는 이유는 발견한 문제를 담당자 혼자 품고 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누군가의 어려움이 크고 복잡할수록 함께 판단하고 책임질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네 일이 아니라 이것은 우리 팀의 일이야.’ 선택하기 어려운 일도 팀 회의에서 선택하고, 책임은 우리가 같이 지겠다는 안전장치가 필요한 거예요. 제가 하려고 하는 사례 회의의 힘이죠.”
“포기할 수 없어요. 제가 가야 할 길이니까요”
윤 센터장은 현장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고민을 책으로 정리하고 있다. 통합돌봄 담당 공무원, 요양보호사, 가족보호자 등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한 사람을 위한 판단과 지원을 어떻게 이어갈지 남기려는 작업이다. 그는 356페이지에 달하는 원고 출력물을 들여다보며 앞으로의 의지를 밝혔다. “포기할 수 없어요. 제가 가야 할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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