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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 소멸 해결하는 日 ‘이동 슈퍼’, 지역 돌봄 인프라로 발전
-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고령화에 갈 곳 잃은 교통난민] 제1부 인국절벽에 가로막힌 노인 이동권 제2부 전용 교통수단으로 활로 찾은 일본 제3부 첨단 기술과 공유경제, 미래 이동권의 키워드 ‘슈퍼까지 어떻게 가야 하지?’ 취재 장소인 슈퍼까지 택시를 탈 생각이었지만 도착한 곳은 역무원도 없는 아주 작은 지하철역이었다. 이동 수단이 없어 슈퍼를 갈 수 없는 상황이라니. 이처럼 교통 난민과 쇼핑 난민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운전면허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고령자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일본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대안으로 이동 슈퍼가 등장했다. 카페도 편의점도 사람도 많은 도시의 지하철역과 달리, 고요하고 한적하고 사람도 없는 와카바야시역(若林駅)에서 처음으로 ‘어떻게 이동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역에서 슈퍼인 야마노부(やまのぶ) 와카바야시점까지는 걸어서 15분 남짓이었다.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무색하게 태양이 아주 높고 뜨겁게 걸려 있었다. 그늘 하나 없는 길을 걸으며 나에게는 15분 걸리는 이 길이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에게는 1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무더운 여름날 이 햇빛을 맞으며 무거운 물품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더욱 힘들게 느껴질 테다. “집 앞에서 장 보세요” ‘슈퍼가 멀다, 날씨 영향을 받는다, 걷기가 어렵다’는 고령자들을 위해 집 앞으로 슈퍼를 보내주는 회사가 있다. 이동 슈퍼 도쿠시마루(とくし丸)다. 도쿠시마루의 ‘도쿠시’(とくし)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등 사회적으로 좋은 일에 참여하거나 돈을 내놓는 사람이라는 뜻의 독지가(篤志家)의 ‘독지’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앞으로 ‘쇼핑 난민’이라는 단어가 없어질 때까지 이동 슈퍼 차량 수를 늘리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도쿠시마루는 약 400품목, 1200~1500개의 상품을 경트럭에 싣고 고령자의 집, 대문 바로 앞까지 간다. 이렇게 일본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는 트럭은 2012년 도쿠시마루 설립 이후 2016년 100대를 돌파하더니, 2024년에는 1180대가 됐다. 도쿠시마루 이용자는 약 18만 명에 이른다. 이용자는 대부분 80세 이상 여성이다. 도쿠시마루 커뮤니케이션부 홍보 담당 오가와 나오미(小川奈緒美)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젊고 건강한 사람은 점포가 크면 클수록 상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령자는 ‘너무 넓어 원하는 상품을 찾기 힘들다’고 한다”면서 “경트럭은 현관 앞까지 가기에 부담 없고, 좁은 주택가를 방문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쿠시마루는 지역 슈퍼와 제휴를 맺고 지역에서 트럭을 운영할 판매 파트너를 모집한 뒤, 이용자의 신청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판매 파트너가 제휴 맺은 슈퍼에서 물건을 담고 오전 10~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고령자를 방문한다. 이후 남은 물건은 다시 슈퍼로 가져와 저녁 시간대에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통 하나의 트럭이 하루 10곳 정도 방문하며, 1인당 쇼핑 시간은 10~15분 정도 걸린다. 식품 판매를 하기 때문에 3일에 한 번, 주에 2회 방문하는 것이 원칙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반찬이며, 다음으로 채소 등의 신선식품이 인기다. 본사에서 전국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기업과 제휴를 맺고 일부 운영을 위탁하기도 한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슈퍼 체인점 야마노부의 경우 포인트 서비스 회사인 블루칩에서 관리한다. 블루칩 담당자는 “전국으로 이동 슈퍼 시스템을 넓히기 위해 도쿠시마루와 협력하고 있다”면서 “야마노부는 중소 정도 규모의 체인이기 때문에 이동 슈퍼로 인한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1% 정도지만, 지역에서 한두 개 매장을 운영하는 곳이라면 매출의 30~50%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 슈퍼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슈퍼 역시 방문하는 소비자가 줄어들면 운영이 어려워지는데, 곳곳에 매장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동 슈퍼를 통해 새로운 판매 루트를 만드는 것이다. 판매 파트너는 개인사업자로 트럭을 직접 구매하거나 대여해서 이동 슈퍼를 운영한다. 슈퍼 입장에서는 정규직 직원을 고용하지 않아도 돼 운영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동 슈퍼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판매하는 모든 물품에는 20엔의 수수료가 붙는다. 판매 파트너는 판매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도쿠시마루는 신입 판매 파트너를 대상으로 첫해에 4회 교육을 실시하며, 매출이 낮은 판매 파트너에게는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판매 파트너를 채용할 때는 도쿠시마루 창업자인 스미토모 다쓰야(住友達也) 씨의 원칙을 따른다. ‘자신의 부모에게도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기준이다. 지역 지킴이, 도쿠시마루 ‘도쿠도쿠도~쿠 도쿠시마루~’ 경쾌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트럭이 아파트 입구에 멈춰 섰다. 9년 차 베테랑 판매 파트너인 가쓰미(勝見) 씨가 트럭을 열고 뜨거운 햇빛을 가려줄 천막을 펼친 뒤 어르신들이 편하도록 장바구니를 펼쳐뒀다. 하나둘 나온 어르신들은 ‘지난번에는 왜 안 나왔느냐’며 서로 안부를 묻기도 했다. 65세인 오타 씨는 “노래를 들으면 왠지 나오고 싶어요. 이곳은 주민들끼리 이야기 나눌 커뮤니티가 없어서, 쇼핑도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는 게 즐거워요. 혼자 살기 때문에 하루에 한마디도 안 할 때도 있거든요. 혹시 내가 아플 때 쇼핑하러 나오지 않으면 누군가 들여다봐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라며 이동 슈퍼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다 보니, 이용자와 판매 파트너의 관계는 오히려 자녀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된다고 한다. 고령자를 만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대화를 통해 사회관계를 유지하는 것. 이동 슈퍼의 중요한 역할이다. 오타 씨의 말처럼 커뮤니티 역할도 한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많게는 30명 정도가 모일 때도 있다고 한다. 주택가 역시 도쿠시마루 노래를 듣고 이웃집 주민이 나와보기도 하면서 대화의 장이 열린다. 가쓰미 씨는 “물론 처음부터 어르신들이 마음을 여는 건 아니지만, 자주 보다 보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나누게 된다”면서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 대부분 혼자 살면서 하루 종일 TV만 보거나 한마디도 하지 않는 고령자가 많은데, 대화를 많이 해야 치매 예방에 좋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판매 파트너끼리 뇌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공유하거나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도움 되는 정보를 공유한단다. 이렇게 이동 슈퍼는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지역 지킴이’ 역할도 한다. 판매 파트너가 고독사한 어르신을 발견하거나, 생명이 위독한 어르신을 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오가와 씨는 “각 지자체와 미마모리(見守り, 지켜본다는 뜻) 협정을 맺고 있다. 사회복지 협의회, 지역 포괄 센터, 케어 매니저, 민생 위원 등과 협력한다. 이동 슈퍼 이용자는 관심이 필요한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동 슈퍼는 해당 지역에서 중요한 ‘돌봄’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과 판매 파트너가 자녀만큼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면, 앞으로 식품 외의 서비스 제공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도쿠시마루의 최종 목표는 고령자의 요청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준다는 ‘콘세르주(コンセルジュ, 호텔 등에서 고객 만족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i interview ◇야마노부 와카바야시점 도쿠시마루 총괄, 우에다(うえだ) 씨 “우리 지역에 재개발 이슈가 있어서 슈퍼가 없어졌어요. 일종의 사명감으로 도쿠시마루를 도입했습니다. 9년 전만 해도 고령자 비율이 20% 정도여서 ‘이동 슈퍼라니, 10년은 빠르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령자 비율이 점차 늘어났어요. 도입하고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와카바야시에는 10대의 트럭이 운행되고 있어요. 이용을 원하는 분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이동 슈퍼가 먼 곳에 혼자 사는 분들이 쇼핑하는 데 문제없도록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시설, 그러니까 인프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이동 슈퍼가 있는지 없는지가 곧 인프라가 좋은지 안 좋은지의 기준이 될 정도예요!” ◇도쿠시마루 판매 파트너, 가쓰미(勝見) 씨 “식료품 관련 일을 하다 어느 날 TV에서 도쿠시마루를 봤어요. 할머니‧할아버지에게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판매 파트너를 신청했습니다. 처음에는 치매에 대해 잘 몰라 치매가 있는 어르신과 말다툼을 한 적도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하네요. 이 일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물건 고르는 즐거움을 드린다’는 거예요. 부탁받은 물건만 전달하는 건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들거든요. 마지막 순서쯤에 물건이 다 떨어지면 미안해서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실으려고 해요. 특히 채소 같은 신선식품은 상태를 보며 고르는 기쁨이 있었으면 합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일이 아니라, 어르신들을 돌보는 역할도 하고 있어 무척 보람되고 이 일을 이어가는 동기가 됩니다.” 현지 취재 일본 야마노부(やまのぶ) 와카바야시점, 와카바야시(若林) 일대
- 2024-10-0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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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자 운전사고 문제, '노인왕국' 일본이 찾은 지혜는?
-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고령화에 갈 곳 잃은 교통난민] 제1부 인국절벽에 가로막힌 노인 이동권 제2부 전용 교통수단으로 활로 찾은 일본 제3부 첨단 기술과 공유경제, 미래 이동권의 키워드 2019년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87세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모녀가 사망하고 행인 10여 명이 다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이케부쿠로 폭주 사고’라 불린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같은 해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인의 나라’ 일본은 고령자의 안전 운전 문제와 면허 반납에 따른 이동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이바라키현(茨城県) 경찰청과 히타치시(日立市) 시청을 방문해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다양한 검사를 받도록 한다. 면허 갱신 주기는 3년이다. 70세 이상이면 고령자 강습(4륜차 운전자 2시간, 2륜차 운전자 1시간)을 필수로 받아야 한다. 강습은 DVD 시청을 비롯해 실차(주행) 지도까지 이뤄진다. 다만 스가야 준이치(菅谷順一) 이바라키현 경찰본부 교통부 운전면허센터 이사관은 “고령자 강습에 합격 여부는 없다”고 설명했다. 75세 이상이라면 인지 기능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한다. 이 검사에서 ‘치매 우려 없음’ 판정을 받으면 고령자 강습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치매 우려 있음’ 판정을 받으면 의사의 진단서를 받아서 내거나 재검사를 신청할 수 있다. 둘 중 어떤 방법을 택할지는 고령자가 선택한다. 2022년부터는 75세 이상이면서 최근 3년 동안 교통법규 위반 기록이 있는 사람이라면 운전 기능 검사를 받는 것도 필수가 됐다. 운전교습소에서 자동차 주행 테스트를 해야 하는 것. 합격하지 못하면 면허 갱신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고령자 면허 갱신 시 주행 검사는 하지 않는데, 일본은 법으로 이론과 주행 모두 검사하도록 정했다. 스가야 이사관은 “머릿속으로는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이하 액셀)를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실제로 이를 착각해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에 직접 해보고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알아차리는 수밖에 없다”며 주행 시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핵심은 ‘스스로 판단하기’ 스가야 이사관의 ‘스스로 알아채야 한다’는 말처럼 일본의 고령자 운전면허 갱신에 대한 여러 제도는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라기보다 인식 제고에 가깝다. 일본 정부가 고령자 면허 갱신 과정을 강화했다고 표현하지만, 면허 갱신 가능 여부의 기준을 높인 것이 아니라 검사 종류를 추가해 스스로 안전 운전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도록하는 데 의미를 둔다.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는 1998년 처음 시행됐는데, 자진 반납은 첫해 2596건에서 2019년 60만 1022건을 기록했다가 이후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경찰청은 자진 반납 건수를 늘리기 위한 별도의 홍보활동은 하고 있지 않다. 네모리 유미코(根守由美子) 이바라키현 경찰본부 교통부 운전면허센터 센터장 보좌는 “테스트를 여러 번 해도 기준 미달이거나 제출한 진단서 내용이 부적합하면 면허 취소가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검사 결과 부적격 판정이 나오더라도 상태가 좋아져 적격 판정을 다시 받을 수 있다면 면허 갱신은 가능하다”면서 “시험 난이도도 쉬운 편인데, 이는 검사를 통해 고령자 스스로 면허 반납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면허 반납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다”며 “면허 반납 제도를 ‘자주(自主) 반납’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본 내에서 고령자 면허 갱신을 좀 더 어렵게 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사이토 도오루(斉藤徹) 초고령관측소 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국적으로 75세 이상의 고령자 면허 갱신 검사 평균 합격률은 90%에 달하지만, 야마나시현 98.5%, 시마네현 72.1%와 같이 현에 따라 합격률에 큰 차이가 있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고령자 증가로 고령자 강습 수강 대기 기간이 길어져 수개월을 기다리다 면허 갱신 시기를 맞추기 어려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고령자 면허 갱신 검사가 일정 부분 자각하도록 하는 효과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약해진 신체나 인지 기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므로 고령 운전자의 사고 발생 원인과 고령자의 기능 저하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 좀 더 엄격한 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면허 반납 쉬워지려면? 면허 갱신 검사 외에도 일본 정부는 고령자 면허 반납이 쉬워지도록 여러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경찰청은 #8080(シャプ-ハレバレ) 상담 제도를 운영한다. 위 번호로 전화를 걸면 가까운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경찰청 상담 창구로 연결된다. 상주하는 보건사(우리나라에는 없는 직업으로 간호사·보건사 국가고시를 봐야 한다)가 ‘과거 큰 병을 앓았고 최근 수술로 손이 잘 움직이지 않는데 안전 운전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등의 고민을 상담해준다. 일부 면허 반납 제도도 있다. 트럭 등을 운전할 수 있는 대형면허 소지자가 이를 반납하고 보통면허만 남기는 제도다. 면허 반납 뒤 신청자에 한해 ‘운전경력증명서’도 발급해준다. 우리나라는 주민등록증이 신분증 역할을 하지만 일본은 주민등록증과 같은 ‘마이넘버’ 제도가 2016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운전면허증이 신분증 역할을 해왔다. 이에 계좌 개설, 스마트폰 개통 등 일상에서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면허 반납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 증명서 발급을 시작했다. 고령자의 면허 반납 혹은 운전경력증명서 발급에 대해 각 지자체는 사정에 맞게 버스 할인, 택시 승차 티켓 등을 제공한다. 경찰청은 고령자에게 해당 내용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마다 예산 차이가 있고 고령자가 늘어 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바라키현 히타치시의 경우 운전면허 갱신 기간이 되기 전 자진 반납하면 1만 엔(약 9만 원) 상당의 버스카드나 택시권을 제공한다. 오소노에 요시히데(小薗江義英) 히타치시 총무부 교통방범과 계장은 “시에서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자 중 90%가 혜택 제도를 이용하는데, 매년 700만 엔(약 6500만 원) 정도의 예산이 사용된다”며 “1만 엔이 너무 적다는 고령자의 의견도 있지만, 예산을 늘리기에는 시에서도 부담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정부는 면허 반납 후에도 고령자가 이동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야 자진 반납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서포트카(サポートカー) 한정면허, 라이드 셰어, 온디맨드 교통,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서포트카는 충돌 피해 경감 브레이크, 페달 밟기 실수 급발진 억제 장치, 차선 이탈 경보 장치 등이 적용된 차량을 말한다. 도요타·닛산·혼다·미쓰비시 등 민간 기업이 생산하면 국가에서 인증해주는 방식이다. 위 기술이 후탑재된 차량은 인정되지 않는다. 한정면허는 일반 면허 반납 후 서포트카에 한해 면허를 인정하는 것인데, 2024년 9월 기준 전국에서 한정면허 취득자는 14명뿐이다. 한정면허 취득 후 일반 차량을 운전하면 법규 위반이지만, 일반 면허로 서포트카 운전은 가능하다. 또한 최근 대부분의 차량에 충돌 피해 경감 브레이크(2022년 생산된 차량 중 98%에 적용) 등의 기술이 탑재되기 때문에 굳이 한정면허를 취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이드 셰어와 온디맨드 교통은 승차 공유 제도다. 현재는 온디맨드 교통이 일부 지자체에 도입돼 있다. 고령자가 원하는 목적지와 이동 시간을 신청하면 각 요청을 모아 한 대의 승용차가 차례로 태워 이동하는 서비스다. 민간의 서비스를 공공에서 도입하거나, 공공이 운영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라이드 셰어는 우버(Uber)와 같은 유료 공유 차량 서비스다. 일본은 택시 외의 유료 운송은 불법이어서 공유 차량 서비스가 운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는 승차 공유 지역과 시간 등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사이토 소장은 “새로운 이동 수단이 필요한 지역은 대부분 인구 과소 지역으로 이용자 수는 적고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도 어려운 구조이기에, 재정 부담으로 이어져 지속성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다양한 정책이 강구되고 있지만, 충분한 대책이 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하면서 “정부는 대중교통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지역에서만 인정되는 자가용 유상 여객 운송 활용의 규제 완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라이드 셰어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라스트 마일(ラストマイル) 국토교통성은 2020년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과 목적지 사이의 1마일(약 1.6km)을 자율주행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개념으로 ‘라스트 마일 자율주행차량 시스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운전자가 동승하지 않고 운전을 자동화할 수 있는 레벨4의 도로주행 제한을 풀었다. 이에 통신 대기업 NTT와 자동차 기업 혼다는 지자체 보급용 레벨4 자율주행차량과 무인 택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현장에서 만난 취재원들은 자율주행차가 고령자의 이동을 얼마나 편리하게 해줄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었지만, 지역의 이동 수단 확보를 목적으로 자율주행 기술 실용화와 보급을 위한 실험은 진행 중이다. 현지 취재 일본 이바라키현(茨城県) 경찰청, 히타치시(日立市) 시청
- 2024-10-0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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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직선이 휘어 보인다면… 3대 노인성 안 질환 황반변성
- 황반변성(Macular degeneration)은 눈의 안쪽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부에 변화가 생겨 시력장애가 생기는 퇴행성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백내장, 녹내장과 함께 3대 노인성 안질환으로 꼽히는데,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서서히 시력을 잃고 결국 실명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황반은 빛을 받아들이는 세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직경 약 1.5㎜에 누르스름한 빛깔을 띤다. 시력의 90%를 담당하며 색을 구별하고 사물을 뚜렷하게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나이, 유전적 소인, 심혈관계 질환, 흡연, 고콜레스테롤 혈증, 자외선 노출, 낮은 혈중항산화제 농도 등이 위험인자로 지적된다. 특히 75세 이후 가파른 증가 속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윤준명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대개 나이가 들면 황반에 변화가 오게 되는데, 눈이 침침해지거나 사물이 휘어져 보이고 시야 한가운데가 검게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황반변성을 의심할 수 있다”며 “황반변성 등 노인성 안질환으로 인한 시력 저하는 치매, 낙상, 우울증 위험을 높여 삶의 질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9월 마지막 주 토요일-올해는 9월 28일-은 ‘세계 망막의 날’이다. 윤준명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의 도움말로 ‘황반변성’의 예방과 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황반변성 나타나면 이전 시력 회복 어려워 국내 황반변성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황반변성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2019년 20만471명에서 2023년 49만7338명으로 4년간 148.1%, 29만여 명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70대 36.4% △60대 30.1% △80대 이상 22.8% 등으로 60대 이상이 전체의 89.3%를 차지했다. 황반변성 환자 10명 중 9명은 60대 이상이라는 얘기다. 황반변성이 발생하면 시력 저하, 변형시, 사람을 쳐다볼 때 얼굴은 안 보이고 팔·다리만 보이는 중심암점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글자나 직선이 흔들려 보이거나 휘어져 보이고, 글을 읽을 때 어느 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다가 결국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다만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황반변성이 한쪽 눈에만 발생한 경우 아직 정상인 반대편 눈에 의지해 증상을 깨닫지 못하고 지내다가 반대편 눈에도 시력 저하가 온 뒤에야 병원을 찾게 된다. 윤준명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는 백내장은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황반변성은 일단 시력장애가 시작되면 이전의 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며 “이는 황반이 시신경 세포로 구성돼 있어 한 번 죽으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황반변성 환자가 시력을 잃는 것은 아니다. 조기에 발견해 황반부의 구조적인 손상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면 대부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시력은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황반변성은 정기적인 자가검진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이 발생하기 전, 즉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진단을 받은 후에는 망막 전문의에게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황반변성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비만, 흡연 등의 조절 가능한 인자 역시 줄이도록 한다. 바둑판 휘어져 보인다면 이상 신호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으로 나뉜다. 위험한 것은 습성이다. 습성 황반변성은 예후가 좋지 않고 시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전체 황반변성의 80~90%를 차지하는 건성 황반변성은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바둑판같이 가로세로 줄이 많이 그어져 있는 종이를 한쪽 눈으로 쳐다보면 이상 여부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무언가 휘어져 보인다면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달력의 숫자를 일정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상 징후가 보이면 병원을 찾아 혈관조영술과 광간섭 안구 단층촬영을 통해 발병 여부를 확인한다. 황반변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산화작용을 늦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이 도움이 되고 인스턴트 식품이나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평소 항산화 비타민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 등 푸른 생선, 견과류 등 지중해식 식단을 섭취하는 것도 추천한다.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제와 아연, 루테인, 제아잔틴의 섭취가 황반변성의 진행 위험을 낮추고 습성 황반변성의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도 있다. 윤준명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노년층의 경우 시력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고 시야 가운데가 검게 보이면 즉시 안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60세 이상이면서 비만, 흡연, 황반변성의 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수다”고 당부했다. [Tip. 눈 건강 돕는 5가지 생활습관] 1. 눈 자주 깜빡이기 2. 적절한 습도 유지하기 3. 냉난방기 직접 눈 향하게 하지 않기 4. 강한 햇빛에서는 선글라스 착용하기 5.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 붙이기
- 2024-09-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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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환자도 안전한 집, 고령자 주택 개조 ‘집수리’ 넘어야
- 20년 동안 수많은 고령자 주택 개조 가이드와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연구는 여전히 이론에만 멈춰 있었다. 오랜 시간 고령자 주거 환경에 대해 연구하던 이용민 내집연구소 대표가 노인·장애인 주택 개조 영역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이용민 대표는 2021년 ‘필요하지만 하는 사람이 없으니 직접 해야겠다’ 마음먹고 내집연구소를 창업했다. 과천도시공사 ‘고령친화 주택개조 프로젝트’, 분당서울대병원 ‘퇴원환자 주거환경개선사업-집으로’ 프로젝트, 인천도시공사 ‘iH형 고령친화 맞춤형 집수리 사업’ 진단·계획 수립 용역,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급자 특성을 고려한 재가환경 개선 급여모형 개발 연구’, 경기주택도시공사 ‘주택개조사업 공사 매뉴얼 작성 용역’, 강남종합사회복지관 ‘고령친화 하우스 컨설팅 용역’ 등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만큼 다양한 현장으로 나갔다. 수없이 연구하고 작성했던 매뉴얼과 가이드를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적용해나가는 과정이었다. “내집연구소에서는 어르신들이 집 안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행위를 관찰하고, 상황과 예산에 맞춰 집을 안전하게 고쳐드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주거 환경 개선은 신축과 기존 주택 개조로 나뉘는데, 그중 살던 집을 고치는 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에요. 어떻게 안전한 집을 만들지 연구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게 제 일이었는데, 아무도 현장에서 적용하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집 안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고령자에게 내 집에서의 안전은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직접 해보자고 마음먹은 이유입니다.” 내 몸처럼 내 집도 ‘건강검진’ 창업 당시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때다. 게다가 건국대학교 산업기술연구원에서 학술연구 교수직도 겸임하고 있었다. 수시로 밤을 새우고, 맞춤형 주택 진단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렸다. ‘고령자 주택 개조’는 건축도 아니고 복지도 아니어서 산업적으로 분류조차 되지 않는 영역이다. ‘집수리’ 정도로 여겨지는 상황이었다. 포기해야 할까 고민도 했지만, 오랜 시간 연구한 내용이 사회에서 적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 생각했단다. “창업 초기에 시행착오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자신에게 맞게 집을 안전하게 개조할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못 하시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보를 드리면 많은 분이 개조에 나설 거라 생각해, 내 집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안전을 위해 집을 바꾼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데다 ‘나는 환자가 아니고 건강하기 때문에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결국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를 시각화해서 필요성을 알리고 설득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특히 개인에게 맞춘 집수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부족했다. 관련 사업을 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시공사에 예산을 주고 사업을 하면서도 ‘어디를 어떻게 개조할 것인가’에 대한 진단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이용민 대표는 노후 주택 수리 사업의 일환으로 단순 집수리가 아니라 고령자에 맞춘 노화 대응 사업을 해보자고 인천도시공사에 제안했다. 첫해 사업 시행 후 어르신들의 자립도가 높아지고 호응이 좋아, 사례를 늘려가며 4년째 함께하고 있다. “여러 가구를 돌아다니다 보니, 90대 고령자도 많아졌고 치매 환자도 늘었다는 걸 피부로 느껴요. 치매의 경우 망상이 있는 분은 창문을 다 가려놓거나 위험한 물건이 집 안 곳곳에 놓여 있는 등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있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치매와 주거 환경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요. 앞으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죠.” 이 대표는 살던 집에서 늙어가고자 하는 고령자의 수요가 늘고 있고, 재택 진료나 통합 돌봄 시스템이 집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주거 환경 안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커질 거라 본다. 이 대표가 내 몸처럼 내 집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알리는 이유다. “많은 분이 체험해보지 않아 편리함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거창하지 않더라도 직접 안전용품을 경험해보고 내가 사는 집을 어떻게 바꿔야겠다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플랫폼이 생겼으면 해요. 저희만의 힘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분야가 더 커지면서 다양한 협업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태동하는 주택 안전 개조 시장 “나는 괜찮다.” 지자체 사업으로 취약계층 고령자의 주택을 방문했을 때도, 50대 자녀의 의뢰로 부모님의 주택을 방문했을 때도 어김없이 듣는 말이다. 문턱이 없는 환경, 앉았다 일어설 때 보조하는 안전 손잡이, 목욕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욕실 의자 등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안전용품은 ‘환자에게 필요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용변, 목욕, 외출, 식사, 취침이에요. 이 과정에서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지, 어떤 것이 위험한지 요소를 관찰하고 솔루션을 찾아내죠. 또 어떤 질병이 있는지, 낙상사고나 안전사고 경험이 있는지도 파악합니다. 100곳의 집을 방문하면 100개의 솔루션이 나와요. 같은 공간이어도 생활 패턴이 다르고, 주택은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집마다 구조도 다르죠.” 대부분의 어르신은 ‘생활공간이 변했을 때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한다. 그래서 이 대표는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모아 개조 후의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여러 가지 대안을 찾아 진단 결과를 제안한다. 개인 의뢰의 경우 초반에는 진단은 받더라도 실제 개조까지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안전한 주거 환경의 필요성을 느끼는 고객들이 많아 적극적인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었다. 물론 여전히 어려운 점이 많다. 국내에 고령자 맞춤형 안전용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장기요양보험으로 구매할 수 있는 돌봄용품이 대부분이다. 안전 손잡이의 필요성을 느끼는 고령자라도 디자인을 보고 설치하고 싶지 않다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보다 큰 시장이 형성된 일본에는 다양한 제품이 많고,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디자인의 용품도 많다. 다만 가격대가 높을 수밖에 없어 이 대표는 국내에도 용품이 다양해지길 바란다. “일본은 장기요양보험 내에서 1년에 200만 원의 주택 개조 비용이 지원돼요. 우리나라는 현재 시범사업 중인 부분이죠. 또 케어 매니저라는 전문가가 있어서 주택 개조 이유서를 굉장히 자세하게 작성하고 급여 이용 방법까지 설계해주거든요. 우리는 아직 이런 과정을 통합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고, 상담에서 시공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조차 없는 상태예요.” 연구를 통해 주거 환경 안전에 대해 공간별로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만들어보았지만, 현장을 다녀보니 스스로 이를 판단하고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결국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올해부터 강서50플러스센터와 함께 ‘시니어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진단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 고령자에게 안전한 주거 환경이란 결국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립은 고령자의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이용민 대표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를 묻자 ‘스스로 욕조에 들어갈 수 있게 된 어르신의 사례’를 꼽았다. 성인용 보행기를 사용하는 분인데,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욕조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국내에는 제품이 없어 일본에서 욕조 거치형 벤치 의자와 욕조용 안전 손잡이를 가져와 설치해드렸다. 그저 혼자 할 수 없던 것을 할 수 있게 도와드린 것뿐이지만, 어르신이 무척 기뻐하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단다. 자립에 중점을 두고 주택 환경을 보면 생각해볼 지점이 꽤 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는 여닫이문이 기본이지만,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보행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미닫이문이 더 편리하다. 주방 시설도 고령자의 키에 따라 높이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개수대 아래 하부장을 이용하려면 앉았다 일어서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고령자는 이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보조용구 설치도 좋지만 레일을 달아 모듈식 서랍을 설치하는 것도 고령자 맞춤형 주거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정리 수납을 배웠어요. 어르신들이 사는 집은 대부분 무언가를 설치하는 것보다 비우는 게 더 중요하더라고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주택은 상하부장을 수납하는 공간으로 사용하는데, 수납장의 위치는 60~120cm 높이가 가장 사용하기 편해요. 너무 높으면 어르신들 손이 닿지 않고 너무 낮으면 쭈그려 앉아야 해요. 특히 수납이 중요한 고령자가 거주할 주택이라면 이런 수납공간부터 고민해봐야 하는 거죠.” 우리나라 노인 가구 주택 개조 매뉴얼은 2007년 마련됐다. 2005년 12월에 제정된 노인 가구 주택 개조 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이 기준이 20년 전에 멈춰 있다고 말한다. 또 보통의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최저 주거 기준도 고령자에게는 맞지 않는 상황이다. 복지주택이 이런 기준을 따르다 보니 최소한의 공간으로 주택이 공급된다. 보행 보조용구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이동이 불편하고, 수납공간이 넉넉지 않아 집의 대부분을 물건이 차지하게 된다. 또한 법적으로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는 보조용구들이 사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비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달리기도 한다. 정작 거주하는 고령자가 사용하기 어려워 방치된다. 현관의 안전성을 위한 벽 부착형 의자가 형식적으로만 설치돼 결국 고령자가 철거를 원했던 사례도 있다. 이 대표는 “이제는 주거 환경에 설치된 보조용구들이 고령자의 편의를 얼마나 높이는지, 정말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는 연구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고령자 주거 환경 개선 시장의 개척자로서 앞으로도 묵묵히 나아갈 예정이다. “저는 아직 고령자 주거 환경에 대한 논의와 시스템이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정책이 변화했거나 시장이 커지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과도기에 들어섰고 시장이 태동하고 있다고 느껴 앞으로 변화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누구나 쉽게 자신의 집을 진단하고 안전하게 바꾸는 문화가 형성되도록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예요.”
- 2024-09-2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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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발 걷기, 중장년 사이 ‘광풍’… 정말 ‘만병통치약’일까?
- 요즘 야트막한 산이나 공원, 운동장 주변에 가보면 주인 잃은(?) 신발이 종종 눈에 띈다. 여러 켤레가 벤치 아래 줄지어 놓여 있거나 나무에 열린 열매처럼 대롱대롱 걸려 있다. 누군가는 눈이 휘둥그레질지 모르지만, 맨발 걷기에 푹 빠진 사람들에겐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이들은 왜 ‘맨발의 청춘’을 자처했을까?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되긴 하는 걸까? 맨발 걷기는 단순히 걷기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땅과 직접 접촉하는 과정에서 오는 효과를 기대한다. 주로 걷는 곳은 도시공원의 숲길이나 해변 모래사장, 완만한 산책로다. 방송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혈액순환, 치매 예방 등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전해지며 주목받고 있다. 맨발 걷기를 시작하고 나서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는 증언도 적지 않다. 딱히 무엇을 살 필요도 없고, 인근 강가나 공원에서 가능하다. 그러니 ‘밑져도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입문할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앞다퉈 맨발 산책길을 조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맨발 걷기 효능을 지지하는 논리가 유사과학이라거나,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과연 뇌 건강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전문가를 통해 알아봤다. 운동은 뇌를 변화시킨다 “운동하세요. 하루 10분이라도 걸으세요.” 살면서 의사에게 한 번쯤 들어본 말일 테다. 이처럼 운동이 노화를 늦추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희진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와 운동이 인지력을 높여주고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2005년 나이 든 생쥐에게 운동을 시키자 학습 능력이 향상됐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뇌를 조사해보니 해마에서 신경 생성이 활발하게 일어났음이 확인됐다. 해마는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성체에서도 신경 생성, 즉 뉴런이 새로 만들어진다는 내용이 1990년대에 밝혀졌는데, 운동은 이를 더 활발하게 만들어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여러 종류의 운동 가운데 걷기는 중장년층, 고령층이 부담 없이 시작하기에 적절하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연구팀은 중년기(40~64세)부터 땀나고 숨 가쁠 만큼 강도 높은 걷기를 일주일에 최소 40분 정도 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김희진 교수는 특히 고령자의 경우 처음부터 강도가 너무 센 운동보다 가벼운 산책을 권한다. 신체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1분에 50~100m 속도와 어깨너비 1.5배 정도 보폭으로 하루에 6000~7000보 걷는 게 적당하다고 한다. 수렵·채집 환경과 유사한 맨발 미국 애리조나대학교의 인류학자 데이비드 라이크렌과 뇌과학자 진 알렉산더는 운동과 뇌 건강의 관계를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적응능력 모형’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진화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농업이 시작되기 전 고대 인류의 생활양식이던 수렵·채집 활동과 비슷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 몸과 뇌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수렵·채집과 유사한 활동으로 맨발 걷기를 꼽았다. 더불어 우리 뇌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의 능력은 극대화하고, 그 반대라면 퇴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발은 뇌에서 가장 먼 신경이기 때문에 ‘살아 있음’을 알려야 하는데, 맨발 걷기가 꽤 괜찮은 방법이다. 맨발로 땅을 딛으며 적당한 자극을 부여해 신경과 혈관에 생존 신호를 보내고, 뇌로 다시 혈류를 전달하는 원리다. 물론 무턱대고 시작해서는 안 된다. 발에 상처가 있거나 근골격계가 안정적이지 않다면 맨발 걷기를 피해야 한다. 치매가 일정 수준 진행된 환자는 균형감각과 이동성이 저하돼 낙상 위험이 높다. 또 과하게 걸으면 근육 손실 우려가 있다. 대개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 흡수율이 떨어져 근육이 잘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뇌를 사용하며 걷는다면?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머리를 쓰면서 걸어볼 수 있다. 물론 맨발 상태에서는 지형 변화에 대비하고, 넘어지지 않게 받쳐주는 신발이 없어 긴장해야 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뇌를 사용하게 된다. 더 나아가 평행봉 위에 있다고 여기며 균형 잡기에 집중한다거나, 손뼉 치고 노래 부르며 걷는 식으로 진행하면 좋다. 김 교수는 “간혹 활동량이 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운동과 노동은 다르다”며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와 아닌 상태일 때 얻을 수 있는 운동 효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에게 맞는 걷기 방식을 찾고, 편안한 마음으로 10분이라도 걷는 게 뇌 건강을 챙기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2024-09-2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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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듦 향한 대화의 길…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다
- 우리나라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의 선구자, 홍명신 대표. 그는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에서 케어, 엔드리스 커뮤니케이션으로 연구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인간 발달 8단계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 믿으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의 시작 홍명신 대표는 대학원 재학 시절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왜 하필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이었을까. “제가 대학원 다닐 때는 젊은 사람들도 PC통신을 안 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던 시절이에요. 그런데 PC통신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 놀랐어요. 바로 이분들의 커뮤니티를 찾아서 만나봤더니 정말 70~80대인 거예요. 신선한 충격이었죠. 그때부터 고령자의 인터넷 이용, 인터넷을 통한 고령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하지만 지도교수를 포함한 모든 주변인이 반대했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뚝심 있게 밀어붙였고, 그렇게 시작한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이 벌써 22년째다. 모두가 반대하며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그는 웃으며 대답한다. “남들이 한 것을 따라가면 편하긴 할 거예요. 하지만 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들면서 나가는 게 좋아요. 겁은 없고 호기심은 많은 데다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아무도 안 한 것을 내가 해낼 때 성취감이 있잖아요.” 길의 끝을 예상할 수 없어 느끼는 두려움보다 길을 만들면서 느끼는 짜릿함이 더 크다는 의미일 터. 그렇다면 그가 길을 찾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원천은 무엇일까. “내가 특별해서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고요. 힘든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 길을 걸어갈 후배들이 편하게 걸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처음 모델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가는 거죠.” 그는 타고난 개척자인 셈이다. 이렇게 시작된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이하 에커센터)는 개인, 가족, 기업이 어떻게 나이 든 세대와 소통해야 하는지, 질병과 세월을 넘어 어떻게 소통하는 즐거움을 누릴지 연구하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에릭 에릭슨의 인간 발달 8단계를 보면 노년기는 60세부터 죽을 때까지를 뜻해요. 그때 얻을 수 있는 것을 자아통합이라 정의하는데요. 자아통합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삶의 회고입니다. 노년기 이전에는 계속 앞만 보고 달리잖아요. 노년기가 되었을 때 딱 한 번 뒤를 돌아보는 거예요. 미워한 사람, 나에게 상처 준 사람도 용서하면서 지혜롭게 자아를 통합해야 해요. 그래야 삶이 행복해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 든 사람과 다른 세대의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론테크놀로지 같은 비언어적 소통의 비중도 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홍명신 대표. 나이 듦이 ‘그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일’인 것처럼,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아통합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으로 에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치매 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학위를 받은 뒤, 개론서를 집필하고,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시작했다. 이렇듯 활발히 활동하는데도 사람들은 그를 볼 때마다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며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은 나이 든 사람, 노화와 관련된 모든 커뮤니케이션 제반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 또는 미디어 이용자가 노인이거나, 대화의 메시지가 노인・노화일 수도 있고요. 연령 증가에 따라 나타나는 커뮤니케이션의 특성과 변화를 다루는 경우까지 모두 에이징 커뮤니케이션 범주에 속해요.” 수년째 에이징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진행하던 그는 혈관성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모든 것을 중단했다. 오로지 아버지 치매 케어에만 집중했다. 치매는 기억 및 언어 장애를 겪게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소통의 장벽이 드리워진다. 결국 비언어적 소통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케어 커뮤니케이션을 탄생시켰다. 그는 아버지 덕분에 자신의 전문 분야를 케어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고 회상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치매 관리의 핵심은 케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케어 커뮤니케이션은 노화와 질병, 장애 등으로 인해 돌봄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하는데요. 치매는 물론 질병이 있는 노인들은 인지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소통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려워요. ‘노년기의 절반이 유병기’라고 하는데, 유병기 내내 소통이 안 되면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인정해주는 올바른 케어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엔드리스(Endless) 커뮤니케이션 그렇게 케어 커뮤니케이션을 9년간 연구하던 중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죽음이 홍 대표의 연구 영역을 넓히는 데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바로 엔딩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활발히 연구가 이루어지는 분야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죽음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어요. 사후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를 준비하던 중 엔딩라이프지원협회(구 엔딩코디네이터협회)의 제안으로 엔딩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걸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홍 대표는 소중한 이와 이별했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엔딩 커뮤니케이션인데, 끝을 의미하는 엔딩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박사 논문을 쓰던 2002년 당시 지도교수님께서 갑자기 암으로 작고하셨어요. 그때 교수님을 기리기 위해 추모 서적 ‘정치 커뮤니케이션 개론서’를 발간한 경험이 있는데요.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이들이 이 책을 아직까지 읽는 걸 보고 엔딩이 아니라 영원히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어떠한 형태로든 채널이 있다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 엔딩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엔드리스 커뮤니케이션으로 완성하게 되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기부와 기록이 동시에, 레거시 프로젝트 홍명신 대표는 올해 1월부터 준비한 첫 번째 레거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레거시 프로젝트란 기억에만 치중한 기존의 회고록이나 자서전 작업과 달리, 기록과 기부를 동시에 진행해 개인의 삶을 사회적 유산으로 기억되게 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홍 대표는 삶과 죽음을 넘어서 영원한 소통을 이루며 삶의 새로운 도약이라는 관점에서 또 다른 새로운 길을 개척한 셈이다. 첫 번째 레거시 프로젝트는 청산리 전투의 영웅 홍충희 지사 가족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담은 ‘나는 홍충희 지사의 딸입니다(글. 홍기옥)’라는 책이다. 그는 “광복절을 맞아 공개되어 좀 더 뜻깊은 프로젝트가 된 것 같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전쟁기념관에 유물 25점을 기증했고, 도서 판매 수익금으로 독립유공자 및 저소득층을 위해 기부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처음 강의할 당시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고령화사회로 접어들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할 때예요. 그래서 에이징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개설하기도 엄청 힘들었죠.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업의 한 챕터로 진행하기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오죽하면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지도교수님 말 들을 걸’ 후회도 했다니까요.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연구하며 굳세게 버티지 못했더라면 우리는 레거시 프로젝트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은 그의 뚝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올 연말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증 규모가 첫 번째보다 훨씬 방대하다. 7개 민간단체에서 소장품 90박스를 기증했고, 서적・서류・예술품 등을 분류해 677점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쟁기념관, 대통령기록원,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외교원 도서관 등에 영구 기증했다. 게다가 영문판으로도 제작될 예정이라 해외로 뻗어나가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며 홍 대표는 활짝 웃어 보인다. 이어서 세 번째 프로젝트도 곧 예정이다. “두 번째, 세 번째 레거시 프로젝트는 물론, 에커센터의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SNS 홍보도 할 생각이에요. 앞으로 우리 사회의 나이 듦과 소통 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 2024-09-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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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유발하는 수면장애, “중년도 안심 못해”
-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문안인사를 드릴 만큼 우리는 예로부터 ‘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9만 8819명으로 110만 명에 달한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22년 기준) 그 가운데 60대가 23.0%(25만 829명)로 가장 많았고, 50대 18.9%(20만 7698명), 70대 16.8%(18만 4863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잠 때문에 고통받는 중장년의 뇌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인의 수면이 위험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수면의 질과 양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수면 솔루션 브랜드 레즈메드(Res Me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수면의 양과 질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50%, 55%로 각각 답변했다. 미국·일본·중국·인도 등 12개국 평균 답변은 각각 35%, 37%로 한국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아침에 일어날 때 피곤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답변은 59%로 12개국 응답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반대로 ‘상쾌하고 행복한 기분이 든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수면의 질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가중된 스트레스와 걱정’(60%), ‘잦은 전자기기 및 화면 사용’(41%), ‘불안과 우울감’(29%) 등이 꼽혔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60대 수면장애 환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60대는 하던 일에서 은퇴하고 여러 신체질환이 생기는 등 일상의 변화로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시기”라며 “생리적 변화와 스트레스가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뇌 건강에 영향 미치는 수면장애 수면장애는 잠을 준비하는 시간부터, 잠자는 동안, 그리고 주간 생활에 이르기까지 수면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모든 문제를 의미한다. 수면장애의 종류로는 대표적인 불면증과 함께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행동장애 등이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우울·불안·스트레스 같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삶의 질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신체 면역기능과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다양한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수면장애는 심뇌혈관계 질환에 영향을 끼쳐 치매를 유발한다. 치매란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감소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 증후군을 의미한다. 가장 흔한 유형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전체 치매 사례의 약 70%에 이른다. 뇌경색·뇌출혈 등의 혈액순환 장애가 원인이 되는 혈관성 치매는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유발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라고 불리는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뇌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뇌질환을 말한다. 초기부터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력 감퇴이며, 병이 진행되면서 추상적 사고, 문제 해결, 적절한 결정 및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저하된다.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는 “우리가 아주 깊은 잠을 자는 서파수면 상태일 때 뇌를 청소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이때 베타 아밀로이드 같은 독성물질이 제거되는 것이다”라면서 “그러나 수면장애가 있으면 잠에서 자꾸 깨기 때문에 단백질이 몸에 축적되고,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해 결국 치매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장애 가운데에서도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특히 치매 발병률이 높다. 수면무호흡증이란 수면 중 상기도(코, 입, 목)의 일부나 전체가 반복적으로 좁아지고 이에 따라 공기 흐름이 감소하거나 멈추면서 호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은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심뇌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므로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혈관성 치매의 위험 또한 높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렘수면 단계에서 꿈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거나 심한 잠꼬대를 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50대 이상 남성에게서 우세하게 나타난다. 자면서 말하기, 웃기, 노래하기, 발로 차기 등 다양한 행동 양상을 보인다. 박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뇌줄기라고도 하는 뇌간에 퇴행성 변화가 오고, 나중에는 파킨슨병이나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숙면해야 할까? 숙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한편,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슬립테크(Sleeptech)가 주목받고 있다. 수면과 기술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애플리케이션,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장비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슬립테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수면 분석은 사용자의 수면을 다양한 센서를 기반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스마트 워치나 웨어러블 기기가 해당한다. 수면 유도는 빛, 사운드, 온도 등을 통해 잠잘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기술을 말한다. 수면질환 관리는 수면 관련 질환을 개선·치료하는 서비스로 교정기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슬립테크 시장은 2019년 110억 달러(약 13조 9200억 원)에서 2026년 321억 달러(약 40조 62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는 2017년부터 슬립테크 전용관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역시 슬립테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AI수면 분석 플랫폼 기업 에이슬립과 협력, 올 하반기 수면 측정 기술을 탑재한 갤럭시 탭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열대야 꿀잠온도’라는 에어컨 전용 앱을 출시했고, SK텔레콤은 AI 비서 ‘에이닷’ 앱을 통해 수면 패턴을 수집·분석한다. 이렇게 수면을 돕는 기술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컨트롤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기형 교수는 “스트레스가 많으면 수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악순환이 된다. 너무 자려고 노력하면 잠이 더 오지 않는 법이다. 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라면서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자고, 식사하고, 운동하는 게 좋다. 규칙적인 삶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기상 시간이라도 일정한 것이 좋고, 햇빛은 꼭 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커피와 술, 수면제 섭취는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잠이 안 온다는 중장년들이 가끔 있다. 잠을 못 자면 인지기능도 떨어지고 멍해지니까 치매가 아니냐고 스스로 의심하게 된다. 알코올은 잠을 유도하는 것은 맞지만, 유지시키지 못한다. 잠을 길게 잘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은 뇌 손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수면제에 대해서는 “치매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연관 없다는 결과보다 많다. 특히 벤조디아제핀 계통은 치매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를 요한다. 수면제는 한 달 이내로 짧게 먹기를 권장하며 장기 복용은 옳지 않다”고 주의를 남겼다. ◇에스옴니 유재성 대표 “잠은 만병통치약? 수면 코치 필요” “드디어 불면증과 작별했어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이들이 모이는 유튜브 채널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 숙면 여행자 가운데 유명 연예인들도 있으며, 구독자가 74만 명을 돌파했다. 채널을 운영하는 슬립테크 스타트업은 ‘에스옴니’로, 유재성 대표(브레이너 제이)는 ‘국내 1호 수면 코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의생명과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학원에서 수면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미국 국제 공인 수면 코치 자격을 보유했다. “다이어트할 때 트레이너 선생님이 계시듯이 수면도 코치가 필요해요. 살이 찌는 이유는 식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하죠. 잠도 똑같아요. 수면 환경, 스마트폰,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잠을 못 자게 만들죠. 그렇기 때문에 1:1 케어로 원인을 찾고 수면을 방해하는 문제들을 없애주는 수면 위생 교정이 필요합니다.”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은 명상, 수면 사운드, 동조화 사운드 등을 통해 숙면과 마음 건강을 가이드해준다. 콘텐츠는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며, 전문가의 자문도 받는다. 분당차병원에서는 불면증 및 이명증을 가진 환자들에게 에스옴니의 수면 콘텐츠를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에스옴니는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국제성모병원 수면의학연구소 등과 함께 수면 건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매년 구독자를 대상으로 잠 못 자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합니다. 항상 1위는 심리적 스트레스예요.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잠을 청하면,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져버려요. 특히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심장이 뛰고, 체온이 올라가고, 호흡도 가빠지고, 걱정과 불안이 가중되죠. 2위는 생활 습관입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러다 보면, 어떤 뉴스 정보나 SNS로 지인들 소식을 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또 받기도 합니다. 결국 스트레스와 또 연결이 되네요.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멘털을 키워야 합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반응을 가장 빠르게 안정시키는 방법 중에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명상이 있습니다. 명상은 현재의 순간에 몰입을 하는 마음 챙김이나 편안한 상상과 함께 심신을 이완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해외에서는 의학의 영역으로 보기도 하죠. 음악 감상, 반려견과의 산책 모두 명상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일상 속에서 명상을 해보라고 말하는 겁니다.” 에스옴니는 다양한 창구로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4월부터는 SK브로드밴드와 MOU를 맺고, Btv의 시니어 고객을 위한 전용관인 ‘해피시니어’에 수면 건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유 대표는 “수면장애로 인한 노인성 질환 환자가 너무 많아졌다. 어르신 대부분이 TV를 보면서 잠든다고 하는데, 우리의 콘텐츠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토털 수면 솔루션 앱 ‘솜니아’를 정식 출시했다. AI 수면 코치가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시니어에게 ‘숙면’은 매우 필요하지만, 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 유재성 대표는 이를 매우 안타까워하며 “잠을 잘 자면 살도 빠지고,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치매 같은 뇌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숙면이 돈 없이도 누릴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중장년분들이 꿀잠을 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합니다. 꿀팁을 드리자면, 첫 번째 낮잠을 자지 않는 게 좋습니다. 두 번째로 햇빛을 많이 쬐어주세요. 산책은 밤이 아닌 낮에 하는 게 좋고, 운동량을 늘려보세요. 세 번째는 자기 1시간 전에는 수분 섭취를 줄이는 것입니다. 자다가 도중에 깨서 화장실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5분이나 10분이라도 매일 꾸준하게 명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매일 밤 숙면으로 행복을 가꾸어 나가시길 응원합니다.”
- 2024-09-1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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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영양제 먹으면 정말 기억력 좋아질까?
- “암보다 더 무서운 게 뭔 줄 알아요? 치매예요.” 고령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치매 발병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가운데 치매치료제나 인지·기억 관련 영양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인이 뇌 영양제를 먹는다며 ‘나도 처방해달라’고 병원을 방문하는 고령자가 늘었단다. 2020년 8월 보건복지부는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 제제)를 사용하면 약값 부담률을 30%에서 80%로 올린다는 내용의 관련 법령 일부 개정 고시를 발령했다. 치매 환자가 아님에도 뇌 영양제라고 불리는 콜린 제제를 처방받겠다면 본인부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제약사들이 집행 정지를 청구해 아직 급여 축소가 시행되지는 않았고, 그 사이 2023년 콜린 제제 처방 시장 규모는 6226억 원으로 2019년 대비 55.2% 늘었다. 콜린 제제는 뇌 허혈성 병변을 지닌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기능을 높이는 보조 약물 역할을 하며, 치매 초기거나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 환자에게 일부 제한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평생 젊은 뇌’ 저자 손유리 서울정형외과신경과의원 원장은 “치매 환자가 치료제와 함께 콜린 제제를 복용했을 때 인지기능 개선을 보였다는 연구가 있어 치매약 복용 시 함께 처방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상인에게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없다”고 설명했다. 즉 치매 환자가 아닌 사람이 먹었을 때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또한 콜린 제제는 과도하게 섭취하면 화학물질의 농도 상승으로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받아 복용해야 하며, 주변 사람들이 추천했다는 이유로 무작정 처방받아 복용한다면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은행잎·홍삼·포스파티딜세린 효과는? 실제로는 효과가 없음에도 치매에 대한 불안 때문에 뇌 영양제를 처방해달라고 할 만큼, 기억력·인지력을 높이고자 영양제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뇌 영양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의 뇌 건강보조제 시장 보고서’(2024년)에 따르면 글로벌 뇌 건강보조제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2조 8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는 전년 대비 11.8% 증가해 약 14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뇌 영양제는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어디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으로 나뉜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뇌 영양제의 주성분은 은행엽건조엑스다. 은행나무 잎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한 것으로,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고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항산화 작용을 나타낸다고 한다. 건기식 성분으로는 홍삼, 은행잎 추출물, 오메가-3와 포스파티딜세린이 알려져 있다. 홍삼, 은행잎 추출물, 오메가-3는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고시 원료이며, 포스파티딜세린은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기능성 원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의약품이나 건기식의 효능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김영보 가천대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건기식은 효능이 제한적인데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주의를 요했다. 그러면서 “은행잎 제제는 성분에 항혈소판 기능 저하제인 아스피린과 같은 성분이 있어 혈류 개선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뇌 건강 보조제로 홍보되지만, 기존에 항혈소판 기능 저하제나 아스피린 계열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피부에 멍이 자주 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뇌 건강을 위해 영양제를 먹기보다 음식 섭취에 더 신경 쓰기를 권고한다. 비타민 B군에 속하는 콜린은 생선, 달걀, 적색육 등의 식사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영양성분이다. 최근 뇌 영양제로 인기를 끌고 있는 포스파티딜세린 역시 콩에 많이 들어 있는 성분으로 콩이나 두부 등으로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 손유리 원장은 “뇌를 보호하는 여러 가지 영양소가 있지만, 이것을 영양제로 보충한다고 해서 뇌의 질환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뇌 건강에는 영양 섭취와 식습관 개선이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히려 음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섭취하는 영양소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등푸른생선, 블루베리, 견과류 세 가지를 뇌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꼽았다.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식이요법으로는 ‘마인드(MIND) 식단’이 있다.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에 효과적인 대쉬(DASH) 식단의 장점을 결합해 만들어진 것으로, 신경퇴행성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곡물, 채소, 베리류, 견과류, 올리브유, 가금류, 콩류 등을 주로 먹으며 생선과 육류는 적당히 섭취하는 식단이다. 이처럼 뇌 건강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더욱 중요한 만큼, 뇌 영양제에 의지하기보다 잘 먹고 잘 자고 움직이는 생활 습관을 들여 오랫동안 건강한 뇌를 유지해보자.
- 2024-09-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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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어링, 추석 맞아 지역 사회복지시설에 물품 기부
- 시니어 케어 전문기업 케어링이 추석을 맞아 전남 여수와 경기도 성남 지역의 사회복지시설에 케어링 단백질 두유 1500여 개를 기부했다. 케어링은 2020년부터 어르신과 소외이웃에 물품과 후원금 기부를 지속해 왔다. 이번에 케어링이 기부한 단백질 두유는 시니어 건강과 영양을 고려해 개발한 첫 PB 상품으로 여수와 성남 지역 노인종합복지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간보호시설 등 12개소에 전달됐다. 또한 지난 2일 케어링 주간보호센터가 입주해 있는 여수시 오림동 소재의 여수가온병원에서 ‘추석맞이 두유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케어링 김지수 호남본부장을 비롯해 김왕현 여수지점장, 이경록 여수가온병원 대표원장, 여수시청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지난 3일에는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에 위치한 수정중앙노인종합복지관에서, 4일에는 분당구 구미동 하얀마을복지회관에서 두유 나눔 행사를 가졌다. 이들 복지회관은 노인 건강 증진, 치매 인지, 노인주야간보호 등 다양한 노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케어링은 물품 기부뿐 아니라 봉사활동을 하거나 후원금을 전달하며 지역사회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앞서 케어링 임직원들은 소외계층 노인을 위해 연탄 나눔과 무료 급식 봉사활동을 진행했으며, 몽골 호스피스 요양원 초원의집과 광주 서구청이 운영하는 노인일자리 연계형 사업인 천원국시 등에 후원금을 전달한 바 있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는 “어르신들의 돌봄 공백을 막고 서비스 질을 향상하기 위해 전국 요양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사회복지시설과 협력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건강한 나눔 문화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2024-09-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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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50세 이후 건강한 노화는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
- 노인복지법상 노인의 기준은 65세다. 하지만 신체 기준은 60세부터라고 한다. 미국의 한 대학은 최근 연구를 통해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나이를 34세, 60세, 78세라고 발표했다. 이때부터 주름뿐 아니라 근골격계, 뇌세포의 기능이 눈에 띄게 저하되고 몸으로도 불편함을 자각하게 된다고 했다. ‘오래오래’ 그저 생명만 연장하며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유롭게 이동하고 건강하고 즐겁게 그리고 존중받으며 잘 사는 것, 삶의 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다. 노화를 막을 순 없지만, 최대한 미루고 행복하게 잘 살다가 존엄을 지키며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웰에이징(Well-aging)을 통한 성공 노화(successful aging)가 최근 노화의 기본 명제다. 나이가 들면 신체 구성비가 바뀐다. 70세가 되면 20대에 비해 수분, 근육량, 무기질은 감소하고 지방은 2배 이상 증가한다. 지방 분포도 마찬가지다. 피하지방은 줄고 복부 내장지방은 늘어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질환도 늘게 되는데 개인의 건강 상태나 체질에 따라 노화의 과정이 빨리 오거나 늦게 올 순 있지만 하나도 없이 피해 가기란 쉽지 않다. 또 어느 순간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완치된다는 기대도 거의 할 수 없게 되고, 늦추고 완화하는 것이 현실적 목표가 된다. 진짜 늙어가는 것이다. 노화로 인해 심벽은 두꺼워지며 심방과 심실도 조금씩 커지는 등 문제가 생기면 고혈압, 심부전, 허혈성 심질환,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혈압, 비만, 당뇨병 같은 질환을 이미 앓고 있는 경우라면 만성질환 자체가 심장에 영향을 끼쳐 만성 심부전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울러 나이가 들면 뇌신경 세포 수와 무게가 10% 정도 감소하고 뇌실이 커지게 되는데 결국 뇌혈관질환과 치매, 우울증, 섬망, 파킨슨병과 같은 다양한 신경계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천식·만성 폐기종·폐렴·폐암 등 폐질환, 골다공증·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 신장 및 비뇨기계 질환 등 만성질환이 노년기 건강을 위협한다. 노인질환은 서서히 발생해 만성으로 진행한다. 따라서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와 기능 회복을 병행하고, 만성질환으로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노인은 장기적인 치료 계획과 재활치료를 통해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국내 사망 원인의 약 80%를 암, 순환기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차지한다. 노인은 여기에 치매, 퇴행성관절염 등이 사망 원인으로 추가되고 삶의 질을 낮추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모든 만성질환이 반드시 사망에까지 이르는 것은 아니다. 만성질환을 앓고도 오랜 시간 건강하게 생존하는 예도 많다. 조기에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진단해 꾸준히 관리하고 균형 잡힌 식사와 질환별 맞춤 운동을 통해 근육 감소를 늦춘다면 만성질환이 있더라도 삶의 질이 낮아지거나 조기 사망에 이르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장수식단이란 것이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비단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보니 지중해식뿐 아니라 저나트륨의 대쉬식(DASH,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등 다양한 식단과 레시피가 가정의 식탁에 오르내린다. 최근 국내 한 연구진은 한식이 체중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다이어트와 노년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쌀밥 중심으로 탄수화물의 비율이 높은 식단이 단백질과 지방 등 영양 함량이 높은 식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염증 수치가 더 낮게 나왔다며 한식 식단의 건강함에 주목했다. 한식이 건강식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한식의 기본 구성에 있다. 밥, 국(탕·찌개 등의 국물 요리)과 함께 다양하게 올라오는 반찬이 영양의 균형을 맞추고 김치, 나물, 쌈 등 채소 요리가 많은 것도 건강 요소로 꼽힌다. 또 튀기거나 볶는 대신 들기름이나 참기름에 무치고 삶아내는 조리법, 고기나 육류가 주메뉴가 아닌 반찬에 포함돼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섭취가 적다는 점 등도 건강 요소다. 여기에 김치를 비롯해 된장, 간장, 고추장 등 발효음식이 소화를 돕고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된장이나 간장을 주로 사용하는 한식 조리법은 나트륨 수치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 여기에 지중해식이나 대쉬식의 장점인 통곡물 섭취, 몸에 유익한 성분의 기름 사용, 저염 레시피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 연구에서의 쌀밥 한식은 물에 말은 밥에 김치 한 조각 올려 먹는 밥상이 아닌, 다양한 반찬이 고루 올려진 노동과 정성의 밥상임을 기억해야 한다. 젊을 때 하는 운동은 건강은 물론 근육을 재배치해 아름다운 라인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 높다. 하지만 노년의 운동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이른바 ‘생존 근육’을 만드는 과정이다. 뼈나 관절을 감싸 외부의 충격에서 보호하고 심혈관의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근육은 나이가 들수록 유실되고 근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운동의 강도보다는 횟수다. 근육을 수축·이완하는 스트레칭, 의자에서 일어났다 앉기, 운동밴드나 1㎏ 정도의 무게로 버티고 들기 등을 12~20회 정도 하면서 점차 횟수를 늘린다. 중량을 늘리거나 강도를 높이고 반복 횟수를 줄이면 노인에게는 특별한 이점 없이 부상 위험만 증가한다. 순간의 강도보다 횟수를 늘려 차곡차곡 쌓기를 권한다.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트레칭에 대한 근육의 저항이 가장 적어지는 운동 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치 감각이 손상된 노인이 아닌 대부분의 노인에게는 유연성과 근력 운동이 균형 운동보다 낙상 예방 효과가 더 크다. 이러한 운동 역시 특정 질환자의 경우 전문의, 물리치료사,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아 운동량이나 시간, 운동하는 법 등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특히 겨울에는 야외 운동을 자제하고 모자를 쓰거나 발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을 권한다. “50세 이후의 운명은 스스로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노화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인정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안정적인 일상과 금연, 적절한 음주, 규칙적인 운동, 본인에게 맞는 체중 조절 등을 유지한다면 삶의 질이 높은 노년을 맞을 수 있다.
- 2024-09-12 0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