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6

“아들·딸보다 영탁이 좋아요” 6070 영탁 팬클럽을 만나다

입력 2026-11-06 06:00

[행복의 조건] 좋아하는 것에 진심인 어른들 : 팬 덕후형

우리의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열정을 쏟으며 즐거움을 찾은 이들이 있다. 바로 ‘덕질’에 빠진 사람들이다. ‘덕질’이란 좋아하는 대상에 깊이 빠져드는 활동을 말한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어덕행덕(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덕질의 형태는 가수나 운동선수를 응원하는 팬 활동부터 수집, 운동·여행 명소를 찾아다니는 ‘도장 깨기’까지 다양하다.

▲영탁 팬클럽 소모임 ‘영탁쓰 찐사랑’ 운영진. (왼쪽 위부터) 부방장 김복자, 부방장 정명희, 방장 배용자, 통신부장 임경애, 고문 박찬분 씨. (원본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한 생성형 AI 이미지)
▲영탁 팬클럽 소모임 ‘영탁쓰 찐사랑’ 운영진. (왼쪽 위부터) 부방장 김복자, 부방장 정명희, 방장 배용자, 통신부장 임경애, 고문 박찬분 씨. (원본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한 생성형 AI 이미지)

중장년층 사이에서 트로트 가수의 인기가 뜨겁다. 특히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통해 주목받은 임영웅, 영탁 등은 열성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팬들은 무엇 때문에 가수에게 열광하고, 팬 활동으로 어떤 행복을 느낄까.

그 답을 찾고자 영탁 팬클럽 ‘영탁 앤 블루스’의 소모임 ‘영탁쓰 찐사랑’의 운영진을 만났다. 방장 배용자(닉네임 ‘블루진’), 부방장 김복자(닉네임 ‘홍매 소나무’), 부방장 정명희(닉네임 ‘도장탁’), 통신부장 임경애(닉네임 ‘지혜탁’), 고문 박찬분(닉네임 ‘사대박’) 5인이다. 영탁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뭉친 이들은 어느덧 7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는 팬을 넘어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동반자가 됐다.

▲(왼쪽부터) 방장 배용자 씨와 부방장 김복자 씨.
▲(왼쪽부터) 방장 배용자 씨와 부방장 김복자 씨.

“마음 속 No.1 영탁”

영탁에게 빠진 계기를 묻자 다섯 명의 팬은 저마다 그의 매력을 이야기하느라 바빴다. 그중에서도 한목소리로 꼽은 매력은 바로 ‘인성’이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경연 당시 탈락한 후배들을 챙기는 영탁의 모습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뛰어난 가창력은 물론 작사·작곡과 프로듀싱 능력까지 갖췄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영탁을 향한 애정은 자녀들의 질투를 살 정도다. 부방장 정명희 씨도 마찬가지다. 딸이 가끔 “엄마, 내가 좋아? 영탁이 좋아?”라고 묻는다는 그는 “그러면 ‘네가 더 좋지만 너는 엄마랑 놀아주지 않잖아. 영탁이는 TV를 틀면 나오고 공연장에 가면 만날 수 있는데’라고 답해요”라며 웃었다. 이어 이들 사이에서는 “마음속 1위는 영탁, 2위는 손주, 3위는 자녀”라는 농담이 오갔다. 이내 소녀들처럼 까르르 웃음꽃을 피웠다.

▲(왼쪽부터) 부방장 정명희 씨, 고문 박찬분 씨.
▲(왼쪽부터) 부방장 정명희 씨, 고문 박찬분 씨.

영탁쓰 찐사랑 소모임에서는 영탁의 방송 출연과 공연, 각종 행사 등 활동 소식을 공유하며 함께 응원에 나선다. 다섯 명의 운영진이 사는 곳은 수원, 양산, 대전 등 제각각이지만 영탁이 있는 곳이라면 먼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의 나이대는 비슷하다. 영탁쓰 찐사랑 자체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이다. 처음에는 50대 이상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40대까지 문을 넓혔다. 모임의 최고 연장자는 1949년생인 고문 박찬분 씨다. 박 씨는 “제가 나이에 비해서는 건강한 편이다. 두 다리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라며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콘서트에 갔다가 우연히 영탁쓰 찐사랑을 알게 됐어요. 나이가 많은 저를 편견 없이 받아줘서 고마워요. 한번은 회원들과 함께 ‘TAK SHOW’ 시사회에 간 적이 있어요. 대전에서 새벽같이 꽃다발을 준비해 갔는데, 원칙상 영탁 님에게 전달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이가 많아서)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오늘 꼭 주고 가야 한다’고 큰 소리로 말했죠. 결국 꽃다발은 못 줬지만 영탁 님이 저를 안아줬어요.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요. 제 인생에 잊지 못할 순간입니다.”(박찬분)

박 씨의 이야기에 다른 회원들은 “언니처럼 젊고 열정적인 사람이 없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라는 말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큰언니를 향한 애정과 존경을 드러냈다.

영탁쓰 찐사랑은 기부와 나눔에도 적극적인 모임이다. 어려운 이웃이나 재난 지역에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영탁의 모교인 안동고등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학생들을 위한 벤치 네 개를 설치하기도 했다. 회원들은 교직원과 학생들의 반응에 보람을 느꼈고, 학교에 전시된 영탁의 사진과 등신대를 보며 뿌듯했다고 전했다.

“저희가 기부와 나눔을 하는 것도 영탁 님의 영향이 커요. 팬은 가수를 닮아간다고 하잖아요. 저희도 영탁 님처럼 좋은 일을 하고 싶었죠. 회원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꾸준히 기부해왔어요. 좋은 일을 함께하다 보니 회원들끼리 더 단합하고 끈끈해지는 것 같아요.”(김복자)

▲방장 배용자 씨 자택. 방 한편을 ‘영탁룸’처럼 꾸며놓았다.
▲방장 배용자 씨 자택. 방 한편을 ‘영탁룸’처럼 꾸며놓았다.

영탁 덕분에 찾은 삶의 활력

이날 인터뷰가 진행된 곳은 방장 배용자 씨의 자택이다. 방 하나는 아예 ‘영탁 룸’이다. 아들이 쓰던 방을 영탁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브로마이드와 등신대, 사진, 굿즈 등으로 채워진 방 안은 온통 영탁 팬클럽을 상징하는 파란빛이다. 배 씨는 자녀들이 독립한 뒤 찾아온 빈둥지증후군도 영탁을 응원하며 달랠 수 있었다.

“삼남매를 키웠는데, 자녀들이 모두 결혼하고 나니 우울증 같은 게 오더라고요. 그래도 영탁 님이 있어서 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영탁 님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웃게 되고, 속상한 마음도 훌훌 털어버리게 됐죠. 영탁 님과 관련된 추억을 소중히 모으다 보니 파란색 방이 됐네요. 지금 열 살 된 손주는 어렸을 때 영탁 님이 진짜 삼촌인 줄 알았다니까요.”(배용자)

다섯 명의 팬은 팬클럽 활동을 하나의 ‘취미 생활’이라고 표현했다.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면서 여행도 하고,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다는 장점이 따른다. 그래서 이들은 동년배 시니어들에게 팬 활동을 추천한다.

부방장 김복자 씨는 “무엇보다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점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배용자 씨는 김복자 씨를 가리키며 “우리 모임이 운영되는 데 부방장님의 역할이 커요. 전생에 우리는 부부였을 것 같아요”라며 애정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팬 활동에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느냐는 시선도 있다. 콘서트와 앨범 구매 등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회원은 과거 골프를 즐겼을 때보다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든다고 했다. 박찬분 씨는 “콘서트 한 번 가려면 돈이 적게 드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을 얻어요. 한 번 다녀오면 일주일은 그냥 행복하죠”라고 말했다.

공연이 열리는 지역에서 소비하며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도 팬 활동의 또 다른 의미다. 현지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을 이용하며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에 활력을 더한다. 실제로 회원들은 산불 피해 지역을 방문했을 때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되고자 물 한 통도 따로 챙기지 않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가수가 생기면서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다섯 명의 팬은 영탁을 응원하며 웃을 일이 많아지고, 삶에 활력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통신부장 임경애 씨는 “팬 활동을 하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졌어요. 주변에서도 인상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라며 자신의 변화를 전했다. 실제로 인터뷰 초반 차분했던 임 씨는 영탁 이야기가 나오자 환한 미소를 보였다.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온 다섯 명의 여성. 이제는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며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았다. 배용자 씨와 김복자 씨, 임경애 씨에게는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세 사람의 손주가 모두 2024년 1월에 태어난 것이다. 이들은 손주들이 일곱 살이 되면 함께 영탁 콘서트에 가기로 약속했다. 세 할머니가 손주들의 손을 잡고 나란히 공연장을 찾을 날이 벌써 기대된다.

“엄마의 마음으로 바라는 게 하나 있어요. 영탁 님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거예요. 영탁 님, 꼭 결혼하세요!”(‘영탁쓰 찐사랑’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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