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연구원, 신경염증과 타우 이동 연결하는 ‘FAM84B’ 역할 규명
2023년 65세 이상 치매환자 약 87만 명, 치료 활용 가능성은 후속 검증 필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타우 단백질의 세포 간 이동을 촉진하는 단백질 ‘FAM84B’의 역할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타우는 뇌 신경세포의 구조를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비정상적으로 변해 쌓이면 알츠하이머병 등에서 신경세포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타우가 주변 세포로 퍼지는 과정은 질병 진행과 관련이 있지만, 어떤 요인이 이동을 촉진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과 진행성핵상마비 등 타우 관련 질환 환자의 사후 대뇌피질 조직을 분석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대조군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대뇌피질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비교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환자 유래 조직과 신경세포를 함께 활용해 FAM84B의 변화와 타우 이동의 관계를 살펴본 것이다.
분석 결과 알츠하이머병 등 일부 타우 관련 질환 환자의 뇌조직과 알츠하이머병 환자 유래 신경세포에서 FAM84B의 양이 대조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실험에서는 FAM84B의 발현을 증가시키자 세포 안의 타우는 줄고 세포 밖으로 방출되는 타우는 늘었다. 방출된 타우를 전달받는 주변 세포의 수도 증가했다. 세포 안의 타우 감소가 단백질의 제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 밖 방출과 주변 세포로의 이동에 따른 현상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진은 신경염증과 타우 이동을 연결하는 신호경로도 확인했다.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인터루킨-6(IL-6)와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를 처리했을 때 FAM84B의 발현과 타우 이동이 증가했다.
이 과정에는 세포 내 칼슘 방출을 조절하는 리아노딘 수용체(RYR3) 관련 신호가 관여했다. 주변 세포가 타우를 받아들이는 데는 물질의 세포 내 유입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클라트린 관련 경로도 일부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실험에서 리아노딘 수용체를 억제하는 약물인 단트롤렌을 처리하자 염증 자극에 따른 타우 이동 또는 세포 밖 방출 증가가 완화됐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FAM84B가 신경염증과 병리적 타우 확산을 연결하는 새로운 조절인자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환자 유래 시료 분석과 세포실험을 통해 관련 경로를 확인한 단계다. FAM84B를 조절하거나 단트롤렌을 사용하는 것이 사람의 치매 진행을 늦추거나 인지기능을 개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동물모델을 활용해 실제 타우 병리의 확산, 신경세포 손상, 인지기능과의 관계를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치매는 인구 고령화와 함께 보건의료와 돌봄 부담이 커지는 질환이다.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4’에 따르면 2023년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약 87만 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연령대 인구의 약 9.2%에 해당한다.
치매로 인한 경제적 부담도 크다. 2023년 기준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약 2639만 원으로 추정됐다. 의료비와 약제비 등 직접의료비가 42.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노인장기요양비가 41.8%로 뒤를 이었다. 간병비·교통비 등을 포함한 직접비의료비는 12.6%, 조기 퇴직 등에 따른 생산성 손실비용인 간접비는 3.3%였다.
같은 해 연간 총 국가치매관리비용은 약 22조9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0.95%에 달했다. 이는 병원 진료뿐 아니라 장기요양과 일상 돌봄까지 포함한 비용으로, 치매의 발생과 진행 기전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연구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연구책임자인 조철만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관은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염증이 타우전이에 영향을 주는 과정에 FAM84B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연구성과”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이 경로가 실제 질환 진행에 미치는 영향과 치료 표적으로서의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치매 극복을 위해서는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생물학적 기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체 유래 자원과 줄기세포 기반 연구를 연계해 신경퇴행성 질환의 기전을 규명하고, 후속 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윤광호·박혜연 공동 제1저자와 조철만 교신저자가 수행했으며, 결과는 신경염증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Neuroinflammation’에 지난달 2일 온라인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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