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현장을 가다-①전남 장흥군] 좋은 콩·깨끗한 물·맑은 공기가 빚어낸 천혜의 식품 '된장'

기사입력 2014-04-16 07:09 기사수정 2014-04-16 19:02

장흥 마을 기업 (주)장흥식품 천정자 대표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가는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귀농·귀촌인 통계를 보면,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는 3만2424가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2년에 비해 20% 정도 늘어난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귀농·귀촌인구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도시의 경쟁에 지친 사람들은 시골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꿈꾼다. 그러나 시골 생활은 결코 낙원이 아니다. 낙후된 의료시설과 허술한 치안 속에서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도시에 있을 때보다 경제적으로 덜 풍족한 생활은 필연적이다. 원주민의 텃세도 결코 우습게 넘길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도시보다 더욱 힘겨운 삶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 시골인지도 모른다. 시니어 전문 미디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전국의 귀농귀촌 현장을 돌아보며 성공적인 귀농에 이르는 길은 무엇인지 그 방안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본다.<편집자주>>

▲전남 장흥군에 위치한 장흥식품 된장 연구소의 전경. 양용비 기자 dragonfly@

전남 장흥군 안양면 기산마을. 예로부터 산세가 좋고 물이 좋은 곳이다. 좋은 물 덕에 이 마을은 예로부터 전통발효차 ‘청태전’으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차 향으로 그윽했던 마을에 최근 구수한 된장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마을 기업 (주)장흥식품의 천정자 대표가 이사 오면서부터다.

젊은 시절 교편을 잡기도 했던 천대표가 된장의 매력에 빠진 건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서였다. 그녀는 “1988년 담석증 치료차 동경대학병원 입원 중이었다. 당시 2차 세계대전과 일본 히로시마 원자 폭격 시기에 다친 환자 중 여럿이 아침·저녁 된장국을 장복한 결과, 건강하게 살아남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할머니 때부터 된장이 맛있기로 유명했던 터라 집에서 소중하게 다루던 된장의 기억을 더듬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며 된장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숙성중인 된장 장독대의 모습. 양용비 기자 dragonfly@

본래 충남 서산에 있던 천대표의 된장 연구소는 부근에 제철소가 들어서게 되면서 장흥으로 터를 옮겼다. ‘된장은 좋은 공기가 있는 곳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이 강했던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짐을 싸 물 좋고 공기 좋은 장흥행을 택했다. 천대표는 “좋은 콩·깨끗한 물·맑은 공기 이 세 가지 궁합이 맞아야 제대로 된 된장이 나온다.

“자연이 아름답고 물이 좋은 이곳 장흥에서 더 좋은 된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장흥에서의 생활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그는 “이곳에 내려오니 해당 관청에서도 ‘어떻게 도와드릴까요?’하고 먼저 손을 내밀고, 보건소에 가면 무상으로 치료도 해 주고 있음을 알고 나니 ‘아, 우리나라가 정말 복지국가구나’하는 걸 새삼 느끼고 산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천대표의 된장은 재료부터 남다르다. 콩은 마을 주민과 계약 재배한 유기농 콩만을 사용한다. 물은 마을 뒤 사자산에서 나오는 천연 암반수를 사용하는데, 이는 예부터 마을 주민이 제사 음식 등 특별한 음식에만 사용하던 물이다. 소금은 5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만을 사용한다. 지역 특산품인 표고버섯을 넣는 것도 특징이다. 만드는 방법도 전통 방식 그대로 장작을 사용해 무쇠솥에 콩을 삶는다. 메주는 황토방에서 띄워 건조장에 매달아 자연 건조한다. 조상이 만들던 방법 그대로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손으로 처리한다.

▲전통 방식 그대로 장작을 사용해 불을 때는 무쇠솥. 양용비 기자 dragonfly@

이러한 고집과 정성이 만들어 낸 장흥 된장은 2만 5000원(1kg)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의 반응은 뜨겁다고 한다. 천대표는 “말도 안 되는 물질을 첨가해 엉터리로 만드는 장에 비하면 당연히 가격대가 비쌀 수는 있지만 그래도 5년째 이 가격을 유지 하고 있다”며 “얼마 전 텔레비전을 보니 몸에 해로운 물질을 마구 첨가해 장을 만드는 것을 봤는데 참 못할 짓이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를 보고 된장을 체험하고 사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며 장흥 된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장흥에서의 만족스러운 생활과 더불어, 그녀는 최근 장흥의 특산물인 황칠을 접목해 황칠 된장·고추장 등을 개발해내며 한방 연구소로부터 대장염에 효과가 있다는 인증을 받는 등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기도 했다. 거듭되는 발전 속에서도 아직 된장에 대한 연구를 멈출 수 없다는 그녀는 “발효식품인 된장은 정말 신기하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의 산물인 된장의 맥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승 발전시켜 세계화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장흥 된장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천정자 대표. 양용비 기자 dragonfly@

된장을 향한 열정과 애정으로 무장한 ‘된장 전도사’ 천대표의 앞으로의 계획은 남다르다.

“조상의 지혜가 담긴 된장을 국민 전체의 보급에 힘쓸 생각입니다. 된장 체험과 교육을 통해 우리 조상의 지혜로운 발효식품인 장류 문화를 알리는 매 순간 보람을 느끼지요”

이어 “우리나라가 된장의 원조국가임을 알리고 발효식품의 우수성을 세계화시키기 위해 인삼공사 같은 회사를 만들고 대학에 된장과(장류식품과)를 개설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특별취재팀=김지호-양용비-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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