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인생] "색소폰만큼 신중년에게 좋은게 있을까요?" - 색소폰 선생님 박종근(76)씨

기사입력 2014-05-23 09:13 기사수정 2014-05-23 09:13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이러한 시대에 76세가 청춘이라는 사람이 있다. 부산 동구에서 색소폰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박종근(76)씨다. 박씨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건강까지 함께 다질 수 있는 악기가 색소폰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박씨의 아카데미에 유독 머리가 흰 신중년들이 많다.

박씨는 76세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탱탱한 얼굴에 주름살도 없다. 일주일에 5일씩 아카데미에서 여는 빡빡한 연주 지도 일정을 소화해 낼 정도로 체력 또한 젊은이 부럽지 않다.

그는 요즘 ‘색소폰 건강론’을 전파하느라 여념이 없다. 색소폰이 심폐기능 강화에 좋다는 것이다. 또 복식 호흡을 사용하기 때문에 건강을 다질 수 있다고 말한다. 치매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연주를 제대로 하려면 박자와 음정을 정확히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색소폰을 제대로 불 줄 아는 사람이 치매에 걸린 경우를 거의 본 적 없다고 귀띔했다.

1∼2년 정도 색소폰 연습에 매진하면 웬만한 가요는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연주할 수 있다고 박씨는 말했다.

물론 색소폰을 전문가 수준으로 다루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박씨의 경우 20여년 전에 일본 도쿄에서 가라오케 편곡자로 일하면서 일본 색소폰의 한 대가로부터 4년간이나 전수를 받았다.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무조건 크게 불려고만 해요. 그것은 문제가 있어요. 세게 불면 숨이 가빠 오히려 힘들고 어렵다는 편견을 갖게 돼요. 그것은 음악이 아니라 귀만 시끄럽게 하는 ‘소음’일 뿐이죠.”

박씨가 색소폰 잘 부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가늘게 숨을 내 불어서 ‘작지만 꼭 필요한 만큼’의 소리만 낼 수 있으면 훌륭한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색소폰과 함께 한지 어느덧 60년. 6·25 전쟁이 터지자 의사인 아버지만 고향 평안남도에 남고 나머지 가족들은 남쪽으로 피난을 왔다. 경북 청도에 정착한 박씨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시절부터 트럼펫을 불며 음악에 빠져들었다. 고교시절 음악 동아리에서 색소폰과 인연을 맺은 뒤 발군의 실력 때문에 군에서도 악단을 이끌었고 모 방송사 악단장 자리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군 시절 만난 아내가 바다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해 부산에 정착하게 됐다는 박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제자들을 키워낼 생각이다. 작곡까지 공부한 그는 지금까지 40여권의 색소폰 교재를 썼다.

"지하철을 타 보면 멍하니 앉아 있는 노인들이 정말 많아요. 그들은 너무 외롭고 친구가 그리워서 몰려다니는 겁니다. 그분들이 색소폰이든 뭐든 배우는데 시간을 투자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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