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평)당 분양가 최대 6000만원(한국감정원). 100평형 임대료는 보증금 25억원에 월세 429만원.
연예인을 비롯해 사회 지도층, 재벌 자녀 등 부유층들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남산 인근 '한남 더 힐' 아파트에 '전(錢)의 전쟁'이 한창이다.
정부(국토교통부)까지 나서 중재에 나섰지만 분양가를 더 받으려는 건설사와 더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소유하려는 세입자 간 싸움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감정평가업계의 밥그릇 싸움까지 겹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한남더힐 민간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을 위한 감정평가 적정성 여부를 감정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양측 감정평가서 모두 ‘부적정’으로 판정했다.
옛 단국대학교 부지에 지은 한남더힐은 지하 2층, 지상 2~12층, 32개동, 6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및 연립주택이다. 2008년 5월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고 2009년 2월 분양, 2011년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분양전환은 지난해 7월부터 추진 중이다. 시행사는 한스자람, 시공사는 금호산업이다.
한남더힐은 평균 임대보증금이 3.3㎡당 2350만원에 달하는 등 고급 주거지로서 서울 신흥 부촌의 상징처럼 여겨져왔다.
최고 임대료가 전용 332㎡ 기준 보증금 25억2070만원에 월임대료는 429만원에 달한다.
이러한 한남더힐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분양전환이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7월 이후부터다.
시행사측은 미래새한·대한법인을 평가법인으로 선정, 600가구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했고, 입주자측은 이에 맞서 나라·제일법인을 감정평가법인으로 선정해 각각 감정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양측의 감정평가액 격차는 최대 3배 가까이나 났다. 가장 평형이 큰 전용 332㎡의 경우 입주자측에서 의뢰한 업체 평가금액이 3.3㎡당 2904만원 이었다면 시행사측이 의뢰한 업체 평가금액은 3.3㎡당 7944만원이었다.
이를 한채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입주자측은 29억2160만원, 시행사측은 79억9214만원으로 무려 50억원 차이나 난다.
국토부는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고 입주자측에서 진정을 제기하자 감정원에 의뢰해 올해 1월부터 타당성 조사를 벌였고, 감정원은 양측 모두 부적정하다고 결론내렸다.
감정원은 감정평가법인들이 주된 평가 방법으로 채택한 거래사례 비교법에서 사례 선정이나 시점 수정(사례로 택한 부동산의 거래 당시 가격을 현 시점의 가격으로 환산하는 일), 품등 비교(조망·위치 등 아파트의 품질을 결정하는 조건들을 비교하는 일) 등에서 대부분 미흡했다고 판정했다.
다시 말해 세입자 측 평가법인은 너무 싸게, 시행사 측 법인은 너무 비싸게 평가액을 산정했다는 것이다.
총 600가구에 대한 평가총액은 세입자 측의 경우 1조1699억원, 시행사 측은 이보다 2배 넘게 높은 2조5512억원으로 산출했다. 감정원은 양측의 중간가격에 해당하는 1조6800억∼1조9800억원을 적정가격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국토부 중재안에 대해 감정평가업계를 대표하는 한국감정평가협회와 입주민측 모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