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인터뷰]“나누고 감사하면 함께 행복해져요”-손욱 전 농심회장

기사입력 2014-02-04 10:19 기사수정 2014-02-04 16:59

손욱 행복나눔 215 회장의 새로운 인생, 그리고 도전

손욱 「행복나눔 215」 회장은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975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SDI 사장, 삼성종합기술원장, 삼성인력개발원장 등을 역임하고 농심에서 회장을 지낸, 장르의 점프를 거침없이 하면서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한 그 자체로 혁신적인 인물이다.

이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1945년 생으로 어느덧 칠순의 나이지만 오히려 경영을 할 때보다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 회장을 가장 강하게 이끌고 있는 것은 바로 '감사의 힘'이다. 그리고 감사의 힘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제 손 회장이 말하는 새로운 인생에의 도전과 그가 발견한 세상을 바꾸는 힘의 지혜를 들어본다.

인터넷에서 손욱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직책에 대한 명칭이 ‘전 농심 회장’이다. 강연과 관련된 내용에서는 ‘손욱 교수’로 불린다. 현재 맡고 있는 것은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라는 직책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손욱이란 이름은 현재 시점에서도 회장이기도 하다. 바로 그 자신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행복나눔125’의 회장이라는 역할 덕분이다.

“요즘 행복하게 삽니다”

루이보이차와 마주한 손 회장은 요즘 근황을 묻는 질문에 바로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삼성 고속 성장의 역사를 바로 현장에서 지켜봤던 삼성맨이었으며 이물질 파동으로 위기에 처했던 농심을 안정시키고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기업 혁신을 뚝심 있게 추진했던 경영인은 길고도 무거웠던 자리에서 물러나 있는 현재를 행복하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에서 은퇴하면 2~3년 정도 적응기간을 가지고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때 듣는 말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말이에요. 그래서 저도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생각을 했어요. 살아오면서 잘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손 회장은 원래 기계공학을 전공했던 엔지니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자연스럽게 기술직을 떠나서 전략, 기획, 경영을 하게 됐다. 그 이후 손 회장의 커리어는 다양한 변화와 조직 내 역할의 점프로 이뤄져 있다.

“삼성이란 조직은 밖에서 보면 딱딱해 보이지만 자율경영이란 측면에서 맡기면 뭐든지 할 수 있게끔 해주는 그런 문화가 있었어요. 자기가 알아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마인드였죠. 반 평생을 함께 한 삼성을 나와서 가게 된 농심도 그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행복한 일터 만들기와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그 덕분인지 계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한 회사가 연 10%대의 성장을 이루게 됐습니다.”

◆두 번째 인생의 거의 모든 것, 행복 전도사로 올인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완전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던 손 회장은 어느 날 들르게 된 환경 사업소에서 강력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직원이 열 명 조금 넘는 사업소의 사장과 직원들 모두가 행복하게 일을 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건 사장이 항상 품고 있는 ‘감사’의 마음이었다.

“그곳 사장님은 한시도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있었어요. 직원들의 가족들에게는 그런 외지까지 와줘서 함께 있어줘서 감사하고, 일 특성상 큰 트럭이 오가는 환경이 됐는데도 불평이 없는 이웃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감사하고. 그런 것이 조직을 즐거운 일터로 만들고 있었죠. 저는 그때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칭찬이 아니라 감사가 답이라는 걸 알았어요. 은퇴하면 이걸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죠.”

내가 행복하면 가정이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하면 일터가 행복하고, 일터가 행복하면 사회가 행복하고, 사회가 행복하면 내가 행복하다는 극히 단순한 이치였다.

농심에서 시행했던 조직문화였던 ‘착한 일’, ‘독서 토론’. 거기에 ‘감사’를 더하여 잘 어우러지면 사회운동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 손 회장이 자신의 90%를 바치고 있다고 말하는 ‘행복나눔 125’ 운동의 모체였다.

‘행복나눔 125’ 운동의 방법은 간결하다. 첫째, 1주일에 한 번은 착한 일을 한다. 둘 때, 한 달에 2권의 좋은 책을 읽는다. 셋째, 하루에 5개의 감사 일기를 쓴다. 그래서 ‘125’다.

‘행복나눔 125’ 운동은 손 회장 두 번째 인생의 매우 좋은 주제가 됐다. 손 회장은 이를 포스코ICT에 도입할 수 있었다. 포스데이터와 포스콘을 하나로 합쳐 만든 포스코ICT는 서로 다른 조직 문화를 가진 두 기업이 합쳐져 갈등이 있던 터였고 당시 포스코ICT의 CEO였던 허남석 사장은 해법을 찾는 중이었다. 손 회장은 허 사장을 설득하여 행복나눔 125 운동을 포스코ICT 조직에 도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직원 몰입도 조사의 꾸준한 상승세와 함께 조직 문화 성공 사례의 대표적인 성과로 인정 받았고 마침내 포스코 전 그룹으로 운동이 확산됐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대림 그룹, 광양시, 서울시 공무원 노조, 병원과 육사까지 행복나눔 125 운동을 받아들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사명감

손 회장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선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 교수의 입장에서, 손 회장은 한국형 리더십과 기술경영의 전파에 대해서도 여전히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한국형 리더십 연구회를 하는 이유는 서양 리더십을 연구하다 보니 너무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게 있어요. 우리는 우리 정서에 맞는 리더십이 있습니다. 그런 한국형 리더십을 젊은이들에게 잘 전파를 하면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기술경영의 전파에는 손 회장 개인의 경험이 녹아 들어가 있다.

“제가 성장을 한 건 다 배워서 가능했던 겁니다. 지금 청년들에게 제가 가진 지식을 전수해준다면 내가 20년 걸렸던 걸 5년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손 회장은 말로 그치지 않고 이미 10여 권의 저서를 출간하여 기술경영의 전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다. 행복나눔, 한국형 리더십 교육을 위한 교수 역할, 기술경영의 전파를 위한 저술 활동. 손 회장이 보내고 있는 두 번째 삶을 상징하는 주제들은 개인이나 작은 커뮤니티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녔다.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우며 실현 가능하면서도 강력할 수 있는, 어쩌면 많은 이들이 놓쳐 버리고 있는 그런 지점이었다.

◆실수와 교훈이 보다 발전하는 자신을 만든다

손 회장에게 인생을 살면서 후회한 일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손 회장은 잠깐 생각한 후 거침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세웠다.

“잘못한 것도 많죠. 하지만 그 잘못한 것에 대해 오래 생각하지 않아요. 인간은 신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잘못한 것들이 있으면 배우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회복탄력성이란 게 있잖습니까? 무슨 일을 겪었을 때 이것은 나에게 큰 교훈이 되리라는 마음가짐인 겁니다.”

감사와 나눔이 습관이 되면 행복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손 회장은 노후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자신이 알고 쌓아 온 것들을 나누고 기부하면 기쁨이 저절로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감사가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밝혔다. ‘나는 감사한 게 없는 데 이런 일이 생기면 감사할 거야’라는 감사. 이것은 ‘만약에’ 감사다. 그리고 두 번째는 ‘뭐였기 '때문에’라고 하는 ‘때문에’ 감사다. 마지막 세 번째는 어려움, 시련, 과오를 겪었을 때 나오는 감사다. 이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라고 부를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세 번째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감사를 계속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세 번째도 가능해진다는 게 손 회장의 말이었다.

“우리나라는 불신사회입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선행을 하면서, 감사를 하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손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보였던 건 ‘그동안 겪고 쌓아온 지혜와 노하우를 다른 사람을 위해 알려야겠다’라는 의지, 바로 사명감이었다.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도전을 상상하는 이는 많지만 실천하는 이는 많지 않다. 손 회장이 마주한 새로운 인생이 만들 세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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