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동포 여성 A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한국에 와서 살고 있었다. 그러다 한국인 B를 만나 2001년 혼인했다. 하지만 이들은 12년이 지난 2013년 10월 협의이혼을 했다. A는 협의이혼 한 달 전에 ‘협의이혼하고 위자료를 포기하며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 이에 따라 남편 B가 모든 재산을 차지했다.
그런데 그 뒤 A는 B를 상대로 “내 아들을 B가 폭행해 이혼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위협을 당해 각서를 써 줄 수밖에 없었다”며 재산분할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B는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협의한 것 역시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에 해당해 유효하다”고 주장하면서 A의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B를 상대로 한 A의 재산분할 청구는 인용될까.
재산분할 제도는 민법 제839조의 2에 규정된 것으로, 혼인생활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 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에 발생한다. 이혼 전에는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므2049, 2056 참조)
따라서 재산분할 청구권이 구체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산분할 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하는 경우 이는 ‘재산분할의 포기 약정’이 아니라 ‘재산분할 청구권의 사전 포기’에 해당하여 무효다.
단, 이혼이 임박한 시점에 재산분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 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대법원은 “두 사람이 협력해 형성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해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고, A에게 재산분할 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며 “A가 비록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 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 재산분할 청구권의 사전 포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위 사례에서 A가 B에게 ‘협의이혼하고 위자료를 포기하며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주었으나, 재산분할을 포기하는 내용은 재산분할 청구권의 사전 포기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A는 B를 상대로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
재산분할 청구권의 포기가 항상 무효가 아님을 주의하여야 한다. 즉 이혼이 임박한 시점에서 재산분할에 대한 진지한 논의 끝에 작성된 재산분할 포기 의사표시는 유효하다. 재산분할 청구권의 포기 각서가 유효하려면 세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즉, 이혼이 임박한 시점에 진지하게 논의된 과정에서 작성되어야 하고 그 내용이 합리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