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를 지키려던 한 사람의 마음이
세계적인 건축과 예술을 품은 자연 미술관으로 자라났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사유원(思惟園)은 대구시 군위군 팔공산 자락 70만㎡에 펼쳐진 거대한 자연 미술관이다. 겉모습은 수목원이나 정원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완전히 달라진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알바로 시자를 비롯해 승효상, 최욱, 박창렬 등 세계적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들이 산세의 흐름을 따라 겸손하게 놓여 있다. 올해는 ‘갤러리 곡신’과 야외 공연장 ‘심포니 6’까지 문을 열며 자연과 건축,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공간으로 거듭났다.
사유원의 시작은 단순했다. 일본으로 팔려갈 위기에 처한 모과나무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당시 TC 태창을 이끌던 유재성 회장은 300년 된 모과나무 네 그루를 후한 값에 사들였다. 이후 땅을 매입해 나무를 돌보고 모과나무를 계속 들여와 지금의 108그루가 모인 풍설기천년(風雪幾千年)을 조성했다. 한 사람의 의지에서 시작된 그 뜻은 세월의 바람과 눈·비를 견뎌낸 모과나무처럼 단단히 자라 사유원이라는 이름의 공간으로 뿌리내렸다.
이곳에서 건물은 풍경 속에 숨어 있고 풍경이 주인공이다. 계절이 작품이 되고, 바람과 새소리가 음악이 되며, 하루의 빛이 바뀔 때마다 다른 전시가 열린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계곡의 물소리, 나뭇잎의 그림자, 바람의 흔들림이 하나의 예술로 다가온다.
사유원은 수목원이자 미술관이며, 동시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사색하는 장소’다. 입장객은 하루 350명으로 제한하며,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한번 다녀오면 다시 찾게 되는 곳. 그 아름다움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비움과 여백으로 완성된다. 고요 속에서 마음을 내려놓으면 사유원이 조용히 나를 위로한다.
“그 평범한 일상이 당신의 특별한 인생입니다.”

풍설기천년(風雪幾千年)
조경 - 정영선, 박승진
사유원의 대표 명소인 모과나무 숲이다. 팔공산의 정기를 받아 세월을 견뎌온 모과나무 108그루는 사유원의 설립자가 지켜내고 정성으로 키워냈다. 봄에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노랗게 익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장관을 이룬다.

소대(巢䑓)
건축 - 알바로 시자
피사의 사탑처럼 살짝 기울어진 20.5m 높이의 탑이자 전망대로, 사유원의 멀고 가까운 전망을 동서남북으로 모두 볼 수 있다.

내심낙원(內心樂園)
건축 - 알바로 시자 / 서예 - 웨이량
사유원 설립자 유재성 회장의 장인 김익진과 그와 우정을 나눈 찰스 메우스 신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경당이다. 해방 무렵 김익진은 물려받은 재산을 소작농에게 나눠주고 대구에서 청빈하게 살며 일생을 가톨릭 신앙에 바쳤다. 경당은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으며, 내부는 작고 고요하다.

소요헌(逍遙軒)
건축, 예술 작품 - 알바로 시자
마드리드에 피카소의 ‘임신한 여인’과 ‘게르니카’를 전시하기 위해 구상했던 가상 프로젝트를 알바로 시자가 사유원에 구현한 공간이다. 피카소의 작품 대신 알바로 시자의 조각들을 설치한 이곳은 한국전쟁의 격전지였던 땅 위에 생명과 죽음의 순환이 새긴 공간이다. 생의 공간에는 알이, 사의 공간에는 하늘로 솟은 조형물이 있다.

사담(思潭)
건축 - 승효상
물의 정원 사담. 깊은 계곡의 풍치, 수생식물과 비단잉어가 있는 연못, 마주하는 느티나무 숲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레스토랑 몽몽미방이 자리해 점심과 저녁 시간 특급 호텔 출신 셰프가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사유원 방문 정보
시간 09:00~17:00(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사유원(대구시 군위군 부계면 치산효령로 1150)
관람 요금 평일 성인 5만 원, 주말·공휴일 성인 6만 9000원
사담 다이닝(몽몽미방) 12월 스페셜 런치(평일 14만 원, 주말·공휴일 15만 5200원, 관람료 포함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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