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이렇게 참는다] 남편 땜에 화난 이야기, 품으며 산다.

기사입력 2016-07-04 17:38 기사수정 2016-07-08 15:46

▲남편을 무조건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적당히 타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경숙 동년기자)
▲남편을 무조건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적당히 타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경숙 동년기자)
결혼식에서 말한다. '이 결혼을 통하여 이제 몸과 마음이 한 몸이니 머리카락이 파뿌리가 되도록 서로 사랑하며 살라’고. 그러나 사람들은 사랑하기보다는 싸우며 파뿌리가 되기도 한다. 부부는 한 몸이 되어 자식을 낳고 연대감을 가지며 가족을 보살피고 양육의 의무를 나눈다. 이러는 사이 사랑으로 몸과 마음과 영혼이 한 몸 인줄 알고 일을 벌이면 알 듯 모르겠고 모르는 듯 알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하겠는가.

결혼 초 시집에서 함께 살았다. 필자는 막내 며느리였고 근처에 시누 두 사람이 살았다. 필자는 남편과 7년의 열애 끝에 결혼을 했고 시어머니는 늘 몸이 안 좋았다. 형제가 10명 이었다. 기본적으로 시부모님을 좋아했다. 시아버님의 근면한 모습과 시어머니의 후덕한 부분이 좋았다. 남편을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했고 온화한 가정의 분위기를 만드시는 분에 안도했다.

그런데 신혼이었지만 남편은 함께 저녁을 먹기 힘들 정도로 귀가 시간이 늦었다. 필자는 종일 시부모님의 손님과 시누들의 접대로 쉴 새 없이 차를 타고 과일을 깎고 식사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가사 도우미도 있었지만 안방에서 들려오는 ‘아기야’ 소리에 언제라도 튀어나갈 준비를 하고 지냈다. 손님이 많은 날은 방문객이 20여명 일 때도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귀가하자 오늘은 다리가 아파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벌떡 일어나더니 엄마에게 가서 따지겠다고 했다.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렸다. 필자가 원하는 것은 한 마디였다. “수고했구나.”

남편이 첫 월급을 가져오는 날이었다. 내미는 봉투가 뜯겨 있었다. 명세표를 보니 돈이 비었다. 순간 필자는 “혼자 벌은 것이니 혼자 쓰든지 다 채우라”고 했다. 미리 시부모 용돈과 자신이 쓸 것을 빼고 남은 금액이라 얼마 되지 않았다. 화를 내어 고쳐졌고 그 후 필자는 살림을 도맡아하기 시작했다. 제할 것도 필자가 했다.

남편은 회식이다 접대다 많은 출장으로 얼굴 보기 힘들었다. 그러다 필자보다 먼저 귀가하면 벼락이 떨어졌다. 육아와 살림과 일을 하는 필자는 늘 종종거리며 다녔다. 동등한 관계를 원하면 대책 없이 하는 말이 있었다.“힘들면 하지 마.“ “남자랑 여자랑 같니?" 그리곤 슬며시 다리 안마를 해줄까 물어오곤 했다.

바꿀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날선 요구보다 포기를 익히게 된다. 부부싸움이 ‘칼로 물베기’라고 하는 이유는 처음 사랑했던 순간의 떨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든 참아낼 수 있으며 오히려 배려를 즐길 수 있게 되기까지 한다. 엄마들이 많은 세월 남편도 품고 자식도 품고 친척도 품고 품으며 살은 과정을 이제 나도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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