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 공지를 없애자

기사입력 2016-07-12 15:58 기사수정 2016-07-12 15:58

▲결혼식 풍경. (강신영 동년기자)
▲결혼식 풍경. (강신영 동년기자)
새로운 단체를 만들면 반드시 거론되는 것이 경조사 문제이다. 경조사를 중시하는 사람도 있고, 임박한 경조사에 대비해서 일부러 모임에 나오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경조사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필자의 경우에도 많을 때는 한 달에 경조사 비용으로 연금 수입의 절반이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결혼식 성수기인 봄 가을철이면 예외 없이 청첩장이 날아든다. 청구서인 셈이다.

결혼, 사망 등 경조사 외에도 요즘은 2세들의 백일, 돌도 있고, 해외에 여행가는 경우 용돈도 줘야 한다. 노인들의 경우 7순, 8순, 9순 잔치도 있고, 큰 수술이나 입원의 경우 돈으로 인사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빈손으로 갈 없는 출판기념회나 전시회도 있다.

요즘은 좀 가까운 사람은 10만원, 대충 체면 상 가 주는 경우는 5만원을 낸다. 그 기준이 애매해서 5만원을 봉투에 담기는 뒷골이 당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 봉투에 10만원을 담는다. 가까운 친척의 경우는 몇 십만 원 단위이다.

물론 경조사에 참석함으로써 지인들 만나는 재미와 결혼식에서는 덕분에 괜찮은 식사를 하는 재미도 있다.

일본의 시니어 대표 작가 소노 아야코도 그의 책에서 노인이 되면 경조사에 일일이 가지 말라고 충고한다. 경조사에 무리해서 갔다가 다칠 수도 있고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신세를 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다른 노인 관련 책에서도 경조사 참석은 줄이라고 권고한다.

‘나이에 밀리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 라는 책을 쓴 가와기타 요시노리도 같은 의견을 냈다. 인색함과 검약의 정의에서 “자신에게 냉정한 것을 검약이라 하고, 타인에게 냉정한 것을 인색이라 한다.”라는 글에서 경조사에 안 가는 것이 검약인지 인색인지 망설이게 한다

시니어들은 대부분 현직에서 물러나 연금수입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라거나 빠듯한데 예정에 없던 경조사비를 지출하려면 고통이 크다. 체면 때문에 실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이다.

가끔 경조사비를 사절한다는 부고나 결혼식도 있다. 고마운 일이다. 사회 지도층 사람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 일부러 시간 내서 와주는 사람들에게 경조사비를 안 받는 것이 맞다. 그러나 대부분 서민들은 경조사를 치르는 경우 목돈이 들어가니 품앗이로 조금씩 십시일반으로 돕는 것이다.

시니어들의 나이라면 부모 상도 아직 남아 있는 사람도 종종 있다. 그 나이에 부모상이라면 천수를 다한 호상이다. 2세들이 아직 출가 전인 경우도 있다.

자녀들 결혼식장에 왔던 사람들이 경조사 연락을 해왔을 때는 가주는 것이 당연하다. 거기까지만 해야 한다. 받았는데 입을 닦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

사회생활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의 경조사까지 다 챙기기에는 무리이다. 서로 그 사정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모임을 결성할 때 ‘경조사는 공지하지 않는다’는 회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도 암암리에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안 갈 수가 없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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