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건축 조형물들을 둘러 본 감상

기사입력 2016-07-18 18:38 기사수정 2016-07-18 18:38

▲포스코 앞 아마벨 조형물. (강신영 동년기자)
▲포스코 앞 아마벨 조형물. (강신영 동년기자)

서초역에서부터 교대-강남-역삼-선릉-삼성- 봉은사역까지 테헤란로를 따라 걸으며 건축 조형물들을 유심히 보며 걸었다. 우리나라 건축법 상 대형건축물이 연 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이면 총 건축비의 1%를 미술품이나 조형물을 설치하게 되어 있다. 실제로 작가 손에 얼마의 돈이 들어가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덕분에 그 방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제법 돈벌이가 되는 셈이다.

서초역에서 법조단지 안쪽 고등검찰청 쪽으로 들어 가 봤으나 건물도 서울역 앞 대우빌딩만하고 정원도 넓은데 조형물은 하나 안 보였다. 정부 건물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면 그럴싸한 조형물이 있어야 한다.

교대역부터 고만고만한 조형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기하학적인 조형물이라 제목을 보고나서야 작가가 의도하는 것을 그나마 약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였다. 제목도 대부분 ‘희망’, ‘행복’, ‘탄생’, ‘관계’, ‘환희’ 등 밝은 주제였는데 조형물마다 이미지가 겹치는 것이 많았다. 건물의 특징과 연결지을만한 것도 찾기 힘들었다. 심지어 ‘무제’도 많았다.

역삼역 근처의 국기원은 우리나라 태권도의 본산이라고 할 정도로 의미 있는 곳이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포함되었다는 기념비 외에는 태권도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없었다.

그나마 포스코 건물은 유명한 아마벨 조형물이 그나마 철을 만드는 회사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다. 포스코는 그래도 건물 앞뒤로 조형물들을 많이 설치한 편이다. 돌로 만든 조형물도 있고 뭔지 뜻도 모르지만 쇠로 만든 조형물도 정원에 심어 놓았다. 성의껏 돈을 들인 느낌이다.

삼성역부터 코엑스 쪽으로는 그나마 조형물들도 많고 카메라에 담을만한 가치가 있는 조형물들도 많은 편이었다. 여기 와보면 포스코 건물 주변 것을 제외하고는 별로 기억에 남지도 않았다.

외국에 가보면, 유럽 중에도 특히 독일에 가보면 작은 동네라도 조형물들이 많다. 종교적인 영향을 받아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이 많지만, 역사적인 인물들도 많다. 문화계 사람들 동상도 많다. 모양도 우리나라 동상처럼 우뚝 선 모습이 아니라 다양한 자세를 하고 있다. 실제 있었던 사람이 아닌 재미있는 형상의 조각품들도 많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동네의 명물이 되고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대형 건물 앞에 있는 조형물을 지칭하며 그 앞에서 보자고 할 조형물이 과연 몇이나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포스코 앞의 아마벨 조형물 앞에서 보자고 했다면 말이 된다. 그런데 그 정도로 기억에 남을만한, 많은 사람들이 바로 알아 들을 수 있는 조형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작가나 이해할 만한 기이한 모양의 조형물들은 이제 그만 세웠으면 좋겠다. 공간만 차지하고 볼품도 없다. 제목이나 작가 명을 표시한 표지판도 떨어져 나간 데가 많다. 그만큼 준공 허가 후에는 관심을 못 끄는 것이다. 그 정도면 낭비이다.

걸으면서 봤으므로 건물 내에 어떤 미술품이 있는지 못 봤을 수도 있다. 미술품은 밖에 내 놓을 수 없는 작품들도 있을 것이다. 조형물들은 대부분 건물 밖에 설치하지만 안에 설치한 경우도 더러 있다. 포스코 1층에 설치한 원통형 수족관은 미술품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좋은 느낌을 받았다. 아름다운 산호와 각양각색의 살아 있는 물고기가 유영하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선한 느낌을 준다.

조형물 들은 대중을 의식하고 만들어야 한다. 작가만 아는 기이한 형태의 기하학적 작품은 용도에 맞지 않는다. 취향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옆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조형물이 좋다. 잠실 롯데백화점 옆의 ‘너구리 상’이 사람들이 잘 아는 랜드 마크가 되어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거리는 일반 대중들이 지나다니며 보는 것이므로 미술대전에나 맞는 예술성 위주로 하면 안 된다. 바로 알아 볼 수 있는 수준의 사람 실물 형태의 조형물들이 더 친숙하게 와 닿는다. ‘무제’라는 제목은 작가도 무슨 의도로 만들었는지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거나 보는 사람들에 따라 알아서 해석하라는 뜻의 무성의한 조형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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