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창구에 비친 인간상

기사입력 2016-07-19 14:39 기사수정 2016-07-19 14:39

서비스업에서는 업주의 실수로 인한 손해배상은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세심하게 일하고 그 일에 대하여 철두철미한 기능을 연마하였더라도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리고 다른 일에도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일 과정에서 상호작용하여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경우가 있다. 특히 세탁업은 패브릭과 염료가 주제인 옷을 세탁하는 일이다. 세탁과정이 드리이클리닝이니까 화학용매에 의한 떼빼기다. 당연히 예민한 화학반응이 있다.

패션계가 해마다 다른 패션을 유행시킴으로 살아남는 사업이니 패션을 뒷받침하는 패브릭도 해마다 다른 제품이 나오고 옷감의 색상도 과학발달에 따르니 무척 다양하여 세탁과정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반응에 대하여 전부 대처할 수가 없다. 아무리 잘 알고 조심하더라도 옷을 손상하게 하는 경우는 발생한다.

뿐 아니라 옷은 많은 손님들이 가져 온 옷을 색깔별 옷감의 질별로 분리하여 세탁한다. 프레스과정에서는 하나하나 개별손질 한다. 마무리 된 옷들은 다시 손님이 가져 온 옷별로 포장하여야 하니 세탁물은 해쳐 집합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옷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해 전 버지니아 주의 한국인 세탁소에 흑인 판사가 옷을 맡겼다가 바지 잃어버렸다고 바지는 슈트의 일부이니 양복 한 벌 값으로 10만 불을 요구하였다는 뉴스가 CNN에 보도된 기억이 있다. 결국 그 판사는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기에 재임용에서 탈락되었다는 보도까지 나왔었다.

세탁소를 할 때 내 실수로 배상을 한 경우가 여러 건인데 인상에 남는 것이 유대인 손님과의 거래다. 셔스가 세탁과정에서 찢어졌다 확실한 실수라 손님이 원하는 대로 배상하리라 하고 손님에게 얼마를 요구하느냐 물었다 손님대답이 “$40에 사서 2년 사용했으니 평균셔스 수명은 4년이다. 반은 사용하였고 반만 주면 되겠다 20불이면 충분하다” 내가 생각하여도 적절한 요구라 얼른 현금으로 지불하였다. 보통은 전액을 요구하는데 페어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여자 손님은 세탁물에 특별한 얼룩이 있고 그 얼룩이 세탁으로 빠지지 않았다. 한 번 더 세탁 할 기회를 준다. 다시 한 세탁에서도 얼룩이 빠지지않으면 다른 가게로 가져간다. 물론 세탁비는 지불하지 않는다. 얼룩이 빠졌으면 행복해 한다. 다른 가게에서도 그 얼룩이 빠지지않으면 다시 필자의 가게로 온다. “다른 가게에서도 빠지지 않았으니 이 얼룩은 세탁으로 빠질 수 없는 얼룩이 분명하다. 내가 저번에 지불하지 않은 세탁비를 주려고 왔다“고 세탁비를 지불한다.

좋은 동네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였지만 역시 물건을 잃어버리면 그 경우의 배상은 엄청나게 요구한다 증거물이 없으니 무조건 고급이고 생산 중단된 특별한 옷이라는데는 아연해진다. 손님이 얼토당토 않는 돈을 요구하면 필자도 거액의 배상이 부당하다 싶으니 비상수단을 동원하여 옷을 찾는다 찾아보면 하나같이 낡아빠진 옷이거나 싸구려 옷이다 너무 엉뚱한 돈을 요구한 게 약간의 양심을 자극하는지 무안스럽다는 표정으로 “ 이건 내 아내가 혹은 남편이 한 생일 선물이라 나에게는 정서적인 가치가 아주 높아.” 라는 변명을 한다. 무척 편리하고 좋은 변명이다. 개인의 정서적인 가치라는데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오래된 옷이라 나의 오랜 친구가 되었거든? 하는 말로 필자의 입을 막기도 한다.

손님과 업자와의 관계가 언제나 대립의 관계이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실수를 인정하고 배상하겠다고 하여도 “ 옷이란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이 아니다 언젠가는 수명이 끝나게 마련인데 지금이 그 때다” 라고 배상을 거부하는 손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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