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표류기'... 한국에 이런 재미있는 영화도 있었다.

기사입력 2016-07-21 14:55 기사수정 2016-07-21 14:55

▲남자 김씨 역의 정재영. (박종섭 동년기자)
▲남자 김씨 역의 정재영. (박종섭 동년기자)
현대인에게 무인도 표류는 동화나 소설 속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서양처럼 대양을 무대로 활동 할 일도 없거니와 바쁜 일상이 무인도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무인도라는 상상 속의 세계를 꿈꿔 본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곳에 나 혼자 만 있다. 당장 생존이 급선무이니 뭐부터 해야 할까, 우선 확보해야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등, 우리 실 생활에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들로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모험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 TV 프로그램들도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황당한 영화이지만 현대인들의 관심과 긍정을 끌어 모을 만한 영화가 있다. ‘김씨표류기’이다. 이해준 감독이 만들었고 정재영, 정려원이 주연으로 나온다. 둘 다 실명은 정씨이지만, 영화에서는 둘 다 김씨로 나온다.

애인과의 이별, 정리해고, 빚 독촉 등 인생 실패의 가장 빠fms 해결책은 자살일지 모른다. 일시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재영이 분한 남자 김씨는 양복 차림에 한강 다리에서 한강으로 몸을 던진다. 그러나 눈을 떠보니 한강 한 가운데 있는 섬이고 앞뒤로 서울의 휘황한 불빛이 보인다. 서강대교가 지나가는 밤섬이다. 철새의 낙원이라고도 불리며 자연생태 보전지구라서 민간인 출입이 금지 되어있는 곳이다. 거기 혼자 표류되어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유람선에 손을 흔들어 구조를 요청하기도 하고, 휴대폰의 마지막 배터리 여력으로 119에도 연락해보지만,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며 무시된다. 그렇게 구조 요청이 무산되자 무인도에서 혼자 생활하며 살길을 찾는다. 떠 내려온 오리 유람선을 침대 겸 집으로 쓰고 섬에 떠 내려 온 온갖 문명도구들을 활용하며 살아 나간다. 식량은 섬에 지천으로 있는 버섯, 새알, 떠 내려온 물고기, 죽은 새를 구워 먹는다. 물은 그냥 한강물을 마신다. 나중에는 유람선이 지나가면 오히려 몸을 피한다.

한번은 짜파게티 스프가 포장된 채 발견되어 짜장면을 직접 만들어 먹겠다는 목표가 생긴다. 잡풀들의 씨앗으로 가루를 만들어 보려하지만, 점착력이 떨어져 실패한다. 우연히 오리 유람선에 새똥들이 떨어진 것을 보고 새똥에는 소화되지 않은 곡식의 씨앗이 있을 거라고 보고 농사를 짓는다. 자신이 입고 있던 양복은 벗어서 허수아비로 쓴다. 그리하여 드디어 몇 가지 곡식과 옥수수, 당근, 고추 등을 수확하고 대망의 수제 짜장면을 먹을 수 있게 된다.

강 건너 고층 아파트에 사는 젊은 여자가 있다. 정려원이 분한 여자 김씨이다. 얼굴에 화상을 부분적으로 입어 바깥 활동을 안 하는 폐쇄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취미가 방안에서 하는 싸이 월드, 달밤에 달 사진 찍기 등이다. 망원렌즈로 밤섬에 한 남자가 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 표류해 왔을 때는 보래 사장에 'HELP' 라는 글자를 썼고 하는 행동들이 세상을 향해 발광하는 미친 사람으로 보였다. 자꾸 보다 보니 연민의 정이 생겼다. 와인 병에 간단한 글자를 써서 보냈는데 남자 김씨가 보고 모래사장에 글을 써서 답을 한다. 모래사장에 ‘HELLO" 라는 답을 썼다. 이후 ’HOW ARE YOU?" 등 기초적인 영어로 소통을 한다.

어느 날 공익요원들이 밤섬 청소 차 왔다가 김씨를 발견하고 놀란다. 이리저리 도망치지만, 결국 훈련 나온 해병대 군인들에게 잡혀 강가로 버려진다. 멀리 63빌딩이 보이자 거기서 떨어져 죽으려고 버스를 탄다.

이 광경도 여자 김씨가 봤다. 그 길로 달려 나가 김씨와 만나려고 쫒아 간다. 버스 정류장 까지 다 왔으나 버스는 출발하고 포기하려할 즈음, 민방위 훈련 경보가 울리며 버스가 선다. 여자 김씨는 되돌아 버스 쪽으로 가서 남자 김씨를 만난다.

무대가 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있는 밤섬이다. 도심 속의 무인도로 특별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섬이다. 지척에 있으므로 손을 뻗으면 사람들이 사는 세상 속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섬에 숨어 사는 맛이 있을 수 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밤섬을 지나면서 그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다 싶다.

여자 김씨가 중국집에 연락하여 짜장면을 밤섬에 배달시키기도 한다. 고수부지에서도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는 배달문화는 서울의 명물이다. 중국집 배달원이 오리 유람선을 타고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밤섬에 짜장면을 배달 갔으나 남자 김씨는 오히려 거부한다. 자신이 거의 완성해가는 수제 짜장면을 해 먹을 수 있는 날이 가까워 오기 때문이다.

남자 김씨가 밤섬에서 혼자 산 기간은 여름이라 그런대로 살만 했다. 겨울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여름이라도 한강물을 그대로 마시고 독버섯일 수도 있는 버섯을 식량으로 하기에는 물론 무리가 있다.

이 영화는 밤섬을 무대로 했지만, 실제 촬영은 밤섬일부와 충북의 비슷하게 생긴 다른 지역에서 했다고 한다. 서울시에서 영화 촬영을 위하여 밤섬 출입은 허가 했지만, 불을 피워 취식을 하고 숲을 뒤지고 농사짓는 장면은 밤섬에서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에서 싱글거리며 수작을 걸던 정재영이 여기서는 심각한 표정, 원시인처럼 수염이 텁수룩한 표정까지 나온다. 어느 영화에서나 수려한 용모를 자랑하던 정려원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오히려 청순미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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