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한지 한 일주일 되었을 가였을 때, 혼자 집안 청소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외국에 가서 제일 겁나고 무서운 게 전화 벨 울리는 것이다. 영어는 그래도 배웠다는 게 있어서 그런지 덤벙거리지만 말고 침착하게 잘 듣고 있으면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단어의 뜻이라도 알 수 있어 짧은 대답 장도는 무난했다. 그러나 일어는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고 상대방이 일어로 말하는데 내 입은 왜 영어로 대답을 하는가 말이다!? 내 영어에 상대방이 놀라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되고 서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끊게 되었다. 끊고 나면 후회막급이었고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대답하도록 나 자신에게 타이르면서 지냈고 전화벨이 울리면 우선 마음을 가다듬고 혼자 ‘모시모시(여보세요)’를 연습하곤 했다. 그런데 그날 또 전화벨이 울린 것이다. 마음속으로 천천히 그리고 잘 들어 보자하며 천천히 여보세요? 했다. 목소리가 귀에 익은 2학년 아들 담임이었다. 우선 아침 인사를 서로 주고받았다. 선생님께서 오늘 방과 후에 학교에 한 번 오시라는 말씀이었다. 그 후로는 침착함을 십분 발휘해서 절대 당황하지 않고 상대방 말을 잘 들으면서 전화도 제법 받을 수 있는 내가 되어갔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매일 친구들하고 와서 게임을 하면서 즐겁게 놀고 4시만 되면 모두가 인사를 급하게 하고는 정확하게 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로 아마도 남의 집에 가서 놀다가 4시가 되면 집에 오도록 가정교육을 받는가 보다며 편하게 생각 했다. 하나같이 친절하고 예의를 깍듯이 지키는 아이들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한 사람처럼 그렇게 인사도 똑같이 하고 시간도 꼭 같은 시간에 정확하게 전부 일어서서 인사하고 가는지 놀랍기만 했다.
오후에 학교에 가서 교실을 찾아 갔다. 담임 성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반갑게 맞아주며 앉으라고 권했다. 다른 게 아니라 일주일 학교생활 하는 걸 눈여겨보았더니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며 머리가 좋고 이해력이 빠르다고 칭찬을 했다. 내 언어 실력이 무슨 말씀이냐고 선생님 덕분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만 겨우 했다. 선생님은 오히려 문제없이 결석 지각없이 학교에 잘 와 줘서 고맙다 했다. 성생님께서는 우리 애와의 언어 소통을 위해 한일사전을 직접 사 가지고 찾아가며 단어의 의미를 가르쳐 주며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감동했다. 오늘 계속 설명을 했는데 이 말을 아직도 정확하게 모르는 거 같다며 국어 책을 꺼내서 보이길 레 문맥을 보니 어떤 의미인지 나는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선생님께 걱정 말라고 집에 가서 우리 애한테 잘 설명해 주겠다고 하니 고맙다며 몇 번이나 인사를 한다. 그리고 첫날 사회시간에 배운 걸 바로 시험을 봤는데 우리 애가 혼자 100점을 맞았다며 놀라워하는 것이었다. 그 시험지를 꺼내 보여 주었다. 시내버스의 구조와 이름들을 적는 거였는데 전부 답이 맞게 적혀 있었다. 집에 와서 아까 선생님께서 가르치는데 몰랐던 뜻도 알려 주려고 책을 가져 오라하니 엄청 연필로 선생님이 고생한 것이 역력했다. 동그라미가 수없이 그려져 있었다. 뜻을 말하자 아하아~ 하며 그렇게 쉬운 걸 몰랐다니 하며 기뻐하는 얼굴이다. 2학년 애가 저러니 4학년 애는 보통 고생이 아닐 텐데 싶은 마음에 측은해졌지만 조용히 보고만 있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엄마한테 도움을 청하라 해도 괜찮다며 얼굴에는 별 표정을 짓지 않았다. 4학년 선생님은 우리 애 보고 네가 하고 싶은 공부만 하라고 한단다. 그래서 자긴 그리기를 좋아하니까 그리기 공부를 하고 있다며 걱정 말라고 만 했다. 2학년 담임은 모든 것을 열심히 가르치려 애를 썼지만 4학년 담임은 고학년의 시작이라는 시점에서 겪는 방대한 학습 자료를 전부 가르치는 게 힘겹고, 그걸 습득하게 하기에는 불쌍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배려만 준 것이었다. 성생님의 성격상 전연 다른 가르침의 자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