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나만의 아지트 대공개] 7살이 되어가는 나의 방

기사입력 2016-09-02 13:20 기사수정 2016-09-02 13:20

▲어머니와 함께 사는 아지트, 내 방. (육미승 동년기자)
▲어머니와 함께 사는 아지트, 내 방. (육미승 동년기자)
이 방과 처음 만나 건 7년 전이 2010년. 누구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어머니가 혼자 있는 집에 다녀가는 기분보다는 적적함을 나누며 살아가는 게 나을 거 같다는 생각에, 여러 번 이 얘기 저 얘기 나눈 뒤에 쉽지는 않겠지만 이해해가며 살아보자는 의견일치를 보게 봤다. 어느 누구도 주위에서 잘 하는 일이라고 칭찬이나 격려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옛날 어렸을 때처럼 모녀 간이니 적당히 그렇게 지내면 되겠지 하며 일용품과 옷가지들이 섞인 이삿짐이 오던 날 축하(?)주로 짠! 까지 해가며 가지가지 옛날을 회상하는 얘기들을 펼쳐가며 슬픔+희망을 나누며 편하게 보냈다.

서울에 볼 일 있는 날에는 ‘늦을라, 어서 가라’는 재촉에 내가 내 아들 출근시킬 때와 같으려니 여겨 가볍게 외출하곤 했다. 마음과 말과 행동에 전연 다른 것들이 복선으로 깔려 있다는 걸 전연 모르고 지낸 거다. 나이든 어머니 마음엔 전연 다른 기대와 받고저하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한 덜렁이 딸이 나중, 나중에 여동생에게 전해 듣고서야 가슴도 아프고 섭섭해지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꼬여갔다. 할 때 이 작은 방이 나의 기를 조금씩 살려줬다. 기가 막히게 날 보호해주고,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주었고 일들을 조리 있게 착착 진행시켜주는 고마운 마음의 쉼터 아지트가 되어 줬다. 속상한 일들이 차츰 사라졌다.

집에 있는 날, 이 방에 들어와서 내내 글을 쓰던가, 편지 쓰고 책 읽고 전화도 편하게 걸고 받을 수 있는 곳. 무슨 일을 해도 내게 화를 내거나 내게 불만을 표시해 주지 않는 비밀 아지트였다. 마음대로 웃고, 그리고 싶은 그림도 열심히 그릴 수 있는 방. 특히 모녀가 몇 시간이라도 두런두런 싫증 안 날 만큼 대화의 꽃도 피우지만 내가 이 방에 있는 한 어머니도 본인이 하고픈 일들을 맘껏 할 수 있게 된 자유가 주어진 게 공로상 깜이다. 서로가 오로지 본인만의 시간을 즐기고 누구의 간섭 없이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는 건 귀중한 거다. 어머니가 부르면 아쉽지만 벌떡 또 식사 때는 즉시 나간다. 이제는 어머니 얼굴 눈썹 날리는 것만 봐도 마음의 행로를 알게끔 숙련되었다고나 할까? 그야말로 잽싸게 요 방으로 들어와서 어머님 심사를 안 건드리고 내 일을 기쁨과 행복함에 휩싸여서 할 수 있게 된 거다. 작지만 큰 행복을 마음껏 누리게 해 주는 나만의 비결을 자꾸자꾸 개발하게 해 준다. 맛있는 게 있거나 즐거운 소식이 있을 때는 어머니랑 시간을 나누면서 즐긴다. 어머니가 피곤해 한다거나 별로 얘기가 하기 싫은 눈치면 얼른 주무시도록 모든 것을 대강 준비하며 섣불리 신경 거슬리는 행동일랑 감추고 얼른 이 방으로 피신한다. 심호흡 명상법으로 안쓰러운 마음에 공연한 얘기 꺼내 좋았던 감정 흩트리는 일이나 서로 감정 상하는 일 없도록 배려하고, 귀찮아도 웃는 얼굴과 눈에 힘 빼고 목소리는 언제나 상냥하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걸 이 방이 되 뇌이게 해줬다. 모녀관계의 지혜를 쌓는 공부도 인터넷을 찾아보며 남의 글을 읽으며 내 글도 쓰며...엄청 많이 도와준다. 이 방은 나를 고품질의 모녀관계 유지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시니어의 바른 생활과 앞선 건강한 시니어로서의 태도와 겸손을 배우고 깨우쳐 주는 방이다. 7년 전의 마음가짐을 이 방이 이렇게 발전시키고 있는 거다. 7살이면 초등학생이 되는 나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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