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고향이 같은 후배가 올 추석부터는 고향에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부모님 돌아가시고 큰형님 내외분이 고향을 지키고 있는데 이 분들이 연로하시어 찾아오는 동생들을 맞이하기가 힘이 든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큰형님 직계 가족으로 고향을 찾아오는 아들 딸 손자손녀들만 해도 10여명이나 되는데 동생들 가족까지 다 맞이하기가 벅차다고 큰 형님이 오지 말라고 했다며 이제는 못가겠다고 합니다.
나의 경우도 명절날 내 아들내외와 손자들이 오고 딸 내외와 외손자들도 우리 집으로 옵니다. 이런 식구들을 다 데리고 멀지는 않지만 같은 서울에 사는 형님네 집에 가기는 너무 많아 지금까지는 두세 명 추려서 데리고 갔습니다. 며느리는 곧 친정집에도 가야하는데 내가 큰집에 가서 오지 않으니 친정집에 빨리 가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계속됩니다. 우리 집은 명절분위기도 덜 나고 손자손녀들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부재를 어리둥절해 합니다.
내가 형님네 집에 차례 지내러 가지 않으면 부모님께 불효를 하는 것 같아 집에 있어도 좌불안석이 될 것 같습니다. 또 내가 가서 형님을 대신해서 어른으로서 조카들에게 훈계해야할 일도 있습니다. 내가 가야 동생 빽(?) 믿고 형님내외분이 어깨를 으쓱할 일도 있습니다. 자식들 하고는 세대차이가 나서 말 못할 이야기를 동시대를 사는 형제끼리는 나누기도 합니다.
가족의 범위를 좁혀서 생각하려는 젊은 세대와 전통적으로 지켜오던 형제와 사촌까지 유지하려는 나이든 세대와의 생각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좀 진지하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명절날 한 가족을 이루고 있는 가장이 어떤 방법으로 조상님 차례 모시러 큰집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 좀 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