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섬’에 갇힌 공무원들

기사입력 2016-10-04 10:45 기사수정 2016-10-06 10:21

▲세종의 새벽녘 (백외섭 동년기자)
▲세종의 새벽녘 (백외섭 동년기자)

정부 부처들이 세종으로 옮겨간 지 5년이 지났다. 행정 능률 저하, 시간과 국고 낭비 등의 비효율성은 예상한 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세종섬’에 갇혀 있는 공무원들의 문제가 제기되더니 급기야는 정치권에서 행정수도를 이전하자는 주장이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세종시, 정부를 반으로 쪼갠 기형적 도시

‘세종시의 저주’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세종특별자치시는 기형적으로 탄생했다. 정부의 최고 수뇌부와 일터는 서울에 남겨둔 채, 몸통만 허허벌판 세종으로 갔다. 공무원들은 국회의 잦은 호출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청사 세종시 이전 후 아직 어린 자녀들을 둔 젊은 공무원들은 가족들과 함께 내려가 거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장년층 공무원들은 혼자 내려가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세종시로 내려간 후 이직을 고려하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고 하니 탈(脫)관료 흐름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목요일만 되면 주말을 서울에서 지내려는 공무원들로 세종청사 전체가 파장 분위기가 된다는 현지 소식도 전해진다. '육지의 섬'이 되어버린 세종시의 괴이한 풍경이다.

국무회의 주재와 장관 집무는 세종시에서

정부 부처의 업무 효율성을 위해 이제는 대통령이 세종시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장관의 직접보고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무릎을 맞대고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들으면 무엇보다 국민과의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장관의 집무는 원칙적으로 세종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각 부처 공무원들을 제대로 지휘하고 사기를 북돋울 수 있다. 물론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세종시에만 눌러앉아 있을 수 없는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공무원들의 기강해이를 탓하기 전에 장관부터 세종시에 상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성과급제’ 문제로 노동현장이 논쟁의 중심에 섰다. 공무원도 능력만 있으면 대기업보다 더 많은 연봉과 파격적인 승진 기회를 보장해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 그러면 유능한 인재의 보신주의 행태가 사라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공무원 숫자를 줄이면서 처우는 개선해 소수 정예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누구나 살고 싶은 명품도시로

이제 와서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을 뒤집을 수는 없다. 세종시 이전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려면 주저앉아 있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장·차관은 서울에, 간부들은 길 위에, 실무자는 세종청사에 떨어져 있는 비효율적인 행정 시스템부터 수정해야 한다.

정부 부처와 국회와의 업무도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국회의 시도 때도 없는 호출에 공무원들이 서울을 오가느라 업무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1급 이상의 정무직 외에는 국회 호출을 엄격하게 금해야 한다. 업무 방식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뜯어고쳐야 한다. 우선 산더미 같은 서류를 없애고 전자문서 유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세종시에는 도시 기반 인프라도 태부족하다. 장년층 공무원들이 주말부부로, 젊은 공무원들이 불안을 느끼면서 거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따라서 유수대학, 종합병원을 서둘러 유치하고 놀이공원, 극장 등 문화시설을 확충해서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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