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를 위한 쉬운 정비사업 투자 가이드

입력 2026-02-27 07:00

[부동산 노트] 내 자산 ‘새 옷’ 입히기

살던 곳이 변한다는 두려움, 새로운 기회를 잡고 싶지만 정보가 없는 답답함. 대한민국 시니어들이 마주한 부동산 자산운용의 현주소다. 평생 일궈온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더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황금 거위’로 만들기 위해선 복잡해 보이는 정비사업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 웬만한 지역과 아파트는 부동산 정책의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정비사업 지역과 물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쉽고 정확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가이드를 준비했다.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사례 1

서울 마포구의 김철수 씨

김철수(68,‧가명) 씨는 30년 넘게 살아온 낡은 단독주택 한 채가 전 재산이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 데다, 여기저기 고칠 곳투성이지만, 정이 들어 떠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동네에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개발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늘었다. “새 아파트를 받게 해주겠다”는데, 덜컥 동의했다가 나중에 감당 못 할 큰돈(추가분담금)을 내야 하는 건 아닌지, 공사 기간에는 어디서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사례 2

경기도 분당의 이영희 씨

교직에서 은퇴 후 연금과 약간의 목돈이 있는 이영희(65,‧가명) 씨는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부동산 투자를 고민 중이다. 은행 이자는 너무 낮은 데다 주식은 불안하고 자신이 없다. 주변에서 “요즘은 ‘모아타운’이나 ‘신통기획’이 대세”라며 투자를 권하지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혹여나 잘못된 정보에 속아 소중한 노후 자금을 잃을까 봐 두렵기도 해서 선뜻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연이은 정책에 달라진 부동산 트렌드

우리가 낡은 옷을 수선해 몸에 맞게 입을지, 아니면 맞춤 정장을 새로 해 입을지 결정하듯 노후화된 주거지도 상태와 규모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새 옷’을 입는다. 이것이 바로 정비사업인데, 헷갈리는 5가지 핵심 용어와 개념을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재건축 : 튼튼한 뼈대에 새집 짓기

재건축은 주로 낡은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한다. 도로나 공원 같은 주변 기반 시설은 괜찮은데, 우리 아파트 건물 자체가 너무 낡았을 때 하는 사업이다. 기존 아파트를 허물고 그 자리에 새 아파트를 짓는다. 시니어가 투자를 가늠하는 포인트는 현재 살고 있는 낡은 아파트의 입지가 좋아 새 아파트로 변신했을 때의 자산가치 상승과 까다로운 규제로 인한 느린 진행 속도를 비교해야 한다.


재개발 : 동네 전체 판 새로 짜기

재개발은 낡은 단독주택, 빌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소방차도 들어오기 힘든 좁은 골목이 많은 동네를 상상하면 된다. 동네의 낡은 건물뿐 아니라 도로, 상하수도, 공원 등 동네의 기반 시설 전체를 완전히 새로 만드는 대규모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시니어의 투자 포인트는 주거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만, 사업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자가 많아 재건축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는 점이다.


신통기획 : 서울시가 돕는 급행열차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으로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인허가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오래 걸리니, 서울시가 초기 단계부터 개입해 가이드라인을 주고 절차를 빠르게 통합해서 처리해주는 방식이다.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시간이 돈’인 시니어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지만, 서울시의 공공성 요구(임대주택 비율 등)를 맞춰야 하는 측면도 있다.


모아타운 : 소규모 정비의 어벤저스

모아타운은 빌라촌 등 낡은 저층 주거지에서 소규모로 진행하는 정비사업들을 여럿 ‘모아서’ 하나의 대단지 아파트처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개별적으로 진행하면 주차장이나 공원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지역의 대안으로, 재개발보다는 빠르면서 나홀로 아파트보다는 나은 주거 환경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적극 장려하는 방식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 : 우리끼리 빠르게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방이 도로로 둘러싸인 작은 구역(가로구역) 안에서 진행하는 아주 작은 규모의 재건축이다. 기존 도로는 그대로 두고 낡은 주택들만 새 아파트로 바꾸는 것으로 절차가 매우 간략하다. 사업 기간은 보통 3~5년으로,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점이 투자 포인트다. 하지만 규모가 작아 대단지 프리미엄이나 획기적인 주변 환경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소액으로 투자하기에는 적합할 수 있다.


(그래픽 유영현 기자)
(그래픽 유영현 기자)


시니어 전략, 수익률보다 안정성

은퇴 후의 투자는 대박보다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 가지 유형과 상황에 따른 투자 및 운용 전략을 살펴보도록 하자.


실거주형 : 몸테크는 No, 완성된 가치

현재 거주 환경이 열악해 이사를 원하거나, 자금 여력이 충분한 시니어의 경우 사업 초기 단계(조합설립 이전)의 낡은 빌라에 들어가 10년 이상 고생하는 ‘몸테크’를 권하지 않는다. 건강을 해칠 수 있어서다. 일반적인 투자의 관점으로는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 이후처럼 사업이 7부 능선을 넘은 확실한 곳을 매수하는 것이 좋다. 일단 입주 시기가 가시권에 들어와 불확실성이 낮기 때문이다.


안정형 : 모아타운·가로주택 노려라

소액의 여유자금으로 너무 길지 않은 기간 내에 성과를 보고 싶다면? 서울시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 모아타운 선정 예정지나 역세권 가로주택정비사업 구역의 빌라를 전세 끼고 매수(갭투자)하는 방식이 있다. 대규모 재개발보다 투자금이 적게 들고 사업 속도가 빠르며, 새 아파트가 되면 월세 수익으로 전환해 노후 연금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증여·상속형 : 자녀 위한 가치 투자

당장의 수익보다는 자녀에게 우량 자산을 물려주고 싶다면, 지금은 아주 낡았지만 입지가 워낙 좋아(강남권, 한강변 등) 언젠가는 반드시 개발할 수밖에 없는 지역의 지분을 미리 사둔다. 기준시가가 낮을 때 증여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고, 먼 미래에 자녀가 새 아파트를 받게 된다. 긴 호흡이 필요한 전략이다.


(그래픽 유영현 기자)
(그래픽 유영현 기자)


황금 거위가 애물단지? 네 가지 함정

정비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수도 있지만, 노후를 힘겹게 만드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정비사업 투자나 자산운용 리스크를 꼭 알고 진행해야 한다.

첫째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는 사업 지연 리스크다. “3년 안에 입주한다”는 말만 믿어서는 안 된다. 정비사업은 조합원 간 갈등, 인허가 문제, 시공사와의 분쟁 등으로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70세에 투자했는데 85세에 입주한다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본인의 연령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사업 속도가 확실한 곳을 골라야 한다.

둘째는 공포의 ‘추가분담금’ 폭탄(비용 증가 리스크)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수억 원의 추가분담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은퇴자에게 감당하기 힘든 분담금은 재앙이기 때문에, 자금 계획을 세울 때 예상 분담금보다 최소 30~50% 이상의 여유자금을 반드시 확보해두어야 한다.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세 번째 리스크는 섣부른 ‘딱지’ 투자의 위험성(현금청산 리스크)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은 투기 세력을 막기 위해 ‘권리산정기준일’을 정해두는데 이 날짜 이후에 지어진 신축 빌라를 사거나 지분을 쪼갠 물건을 사면, 나중에 새 아파트 입주권(딱지)을 받지 못한 채 현금으로 청산당하고 쫓겨날 수 있다. 보통 재건축 사업은 조합설립인가 전에 투자하는 것이 좋고, 재개발 지역은 관리처분인가 전에 투자하는 것이 현금청산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반드시 해당 구역의 권리산정기준일을 확인하고, 전문 중개사나 구청을 통해 입주권이 나오는 물건인지 재차 확인해야 한다.

넷째는 “무조건 된다”는 감언이설(사기 및 과장 광고 리스크)이다. 특히 은퇴자금을 노리는 기획부동산이나 무허가 컨설팅 업체의 감언이설을 조심해야 하는데 “동의율 80% 달성 임박”, “확정 수익률 보장” 같은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정보는 해당 구청의 정비사업 관련 부서나 ‘정비사업 정보몽땅(서울시 운영 사이트)’ 등 공신력 있는 채널을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

정비사업은 복잡하고 위험 요소도 많지만, 낡아가는 도심에서 새 주거지를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에 그 가치는 여전히 빛난다. 정비사업 방식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재정 상황과 투자 목적에 맞는 전략을 세우되, 주의 사항을 꼼꼼히 체크한다면 모든 시니어의 노후 인생을 위한 든든한 자산관리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망설여지는 점이 있거나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불안감을 느껴 주저한다면 무리해서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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