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장모, 요즘 장모

기사입력 2016-11-01 11:11 기사수정 2016-11-01 11:11

“장모 사랑은 사위”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이 말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해왔다. 가족관계에서도 이성을 대할 때는 요상한 매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추당추보다 맵다는 시집살이 전통이 살아 있을 때도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에 대한 멋진 이야기들은 흔했다.

그런 필자가 미국에서 만난 사위들이 장모를 꺼리고 고깝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꼭 장모같이 말하네.” “장모 아니랄까봐.” “장모도 아니면서 왜 그래?” 하는 말들도 듣곤 했다. 어느 날 필자와의 거래에서 만족하지 못하자 손님은 “장모같이 눈속임하려고 하지 마”라고 말했다 사회적 언어가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레이디퍼스트 문화를 만들어낸 사회이고 남녀동등의 정서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만나게 된 색다른 의식이라 호기심이 생겼고 관찰하고 싶었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여권신장으로 도장지처럼 뻗어난 장모의 이기적인 행위들이 만들어낸 사회 언어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간식이 다양하지 않았다. 공산품이 아닌 엄마표 간식이라 다 건강식이었다. 기껏해야 철따라 삶은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이다. 지금은 먹지 않는 배추 뿌리도 먹었다. 필자는 군것질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도 단맛은 별로이고 짜고 신맛을 좋아하다 보니 군것질을 잘 안 한다. 어렸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도 간혹 아주 드물게 간식을 먹으면 어머니는 필자를 닦달했다 그러면 필자는 심통을 부렸다. “엄마는 왜 남의 아들 걱정만 하셔요? 남의 아들 등골 빼먹을까봐 딸이 군것질 조금 하는 것도 못하게 하시네요. 남의 아들이 일 많이 해서 엄마 딸한테 먹을 거 많이 사주라고 하면 되지” 하며 반박했던 기억이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의 군것질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영양보충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필자가 군것질을 좋아하면 결혼해서 혹시라도 시어머니에게 구박을 받을까봐 미리 훈련 차원에서 잔소리를 하셨던 것이다. 군것질 좋아하는 며느리 좋아할 시어머니는 없다는 판단도 있었을 테고 가정을 이루었을 때 가정경제에 미칠 좋지 않은 영향도 생각했으리라. 어쨌거나 절제와 근검의 모범은 내 딸부터 보여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치관은 분명했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듣는다. 어느 해의 제주도에서는 결혼한 쌍의 반수가 이혼을 했다고 했다. 가정의 위기가 심상찮다. 요즘은 시집가는 딸에게 친정 부모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너를 위한 문은 활짝 열어둘게. 언제라도 환영한다.” 이혼에 한몫하는 사람도 장모란다. 딸은 절대로 자기처럼 살게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엄마들도 많다. “내가 어떻게 길렀는데, 내 딸이 부당한 대접받고 고생하면서 살게 할 수 없다.” 이런 계산이 이혼을 고민하는 딸들에게 결단력을 준다. 하늘처럼 믿음이 가는 부모의 힘을 느끼는데 뭐가 무서우랴. 남편이야 등골이 빠지든 말든 누려야 할 것은 누려야겠다는 것이 삶의 기본이다. 이 시대야말로 아들딸 구별하지 말고 “배우자 등골 빼먹지 말라”는 부모의 교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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