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의 心冶데이트] 16세 연상 남편과의 추억으로 먹고사는 아름다운 미망인 고은아

기사입력 2017-01-20 13:06 기사수정 2017-01-20 13:06

72세에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이 또 있을까? 연보라색 머릿결이 눈부신 고은아는 지금도 매력 발산 중이다. 여성의 미를 탐닉할 줄 아는 뭇 남성들이라면 그녀를 보는 순간 심장이 몇 초간이라도 멈출 수밖에 없으리라. 고은아와 띠동갑(46년, 58년 개띠)인 한량 이봉규도 사무실(서울극장 7층)에서 그녀를 만난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 겸 행복한나눔 이사장(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 겸 행복한나눔 이사장(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고은아의 우아하고 기품 있는 아름다움에 놀란 표정을 감추기 급급했다. 필자의 이런 속내를 들킬까봐 재빨리 질문했다. “머리는 염색하신 겁니까? 연보라색 머리 색깔이 너무 잘 어울리십니다.”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염색은 전혀 하지 않고 그냥 컬러린스를 사용하는데, 남대문 시장에 가면 살 수 있다”고 나름 비법을 공개한다. 머리를 감을 때 컬러린스로 행구기만 하면 된다는 것. 그러면 사람에 따라 갈색이나 짙은 회색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녀는 신비하게도 연보라색으로 나온다니 머릿결마저도 축복받은 미인이다. 지금도 매력을 발산 중인데 하물며 꽃다운 22세 그녀를 사로잡아 결혼에 골인한 곽정환 감독은 최고의 행운아다. 나이도 16세나 많고 결혼했던 경력이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2013년 하늘나라로 먼저 간 곽정환 감독 일생일대 최고의 성공 작품은 고은아와의 결혼일 것이다. 지금도 남편과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먹고산다는 그녀의 세세한 증언으로 미루어볼 때 고인 생전에 부부 금실이 얼마나 좋았을지 대충 짐작이 간다. 곽 감독은 친한 후배 김기덕 감독(1934년생, 대표작 <5인의 해병>의 결혼식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는 대학생 고은아를 처음 본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때부터 곽 감독은 결혼 시나리오를 썼을 것이다. 그 후 자신이 대표로 있던 ‘합동영화사’의 작품에 여주인공으로 그녀를 발탁하고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합동영화사 사무실에서 개런티 협상을 할 때 그녀의 태도가 불만이었던 영화사 측 고위층은 당시 신인이었던 고은아에게 고성을 지르면서 면박을 주었다고 한다. 신인인 주제에 너무 터무니없이 비싼 개런티를 불렀기 때문이다. 그때는 매니저 없이 배우가 직접 협상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녀는 배우를 천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배우생활도 하기 싫어 이판사판으로 높게 불렀다고 한다. 그때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아저씨가 들어오더니 “그냥 고은아가 달라는 대로 줘!”라며 방금 전 자신을 윽박지른 남자에게 명령을 하더라는 것. 알고 보니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은 전무였고 문 열고 나중에 들어온 사람은 사장 곽정환이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키다리 아저씨의 보살핌은 계속되었고 어느새 고은아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곽 감독의 다음 작전이 펼쳐진 것은 그 무렵. 느닷없이 고은아의 집을 방문해 어머니에게 “따님과 결혼하겠습니다”라고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이다.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 겸 행복한나눔 이사장(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 겸 행복한나눔 이사장(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얼핏 봐도 나이가 많은 중년 신사가 느닷없이 찾아와 22세밖에 안 된 딸과 결혼하겠다고 하니 어머니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멍하게 있던 어머니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 거야?” 딸이 진정으로 이 남자와 결혼하기를 원하는지, 둘 사이가 어디까지인지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고은아는 한참을 고민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어머니와 그 사람 둘 다 상처를 받지 않을까. 결국 그녀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할게요!”라고 대답했다. 고은아의 지혜롭고 영특한 대답에 어머니는 금쪽같은 딸의 결혼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곽정환이 이미 수차례 프러포즈한 것을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툭하면 밤샘 촬영을 해대는 고된 생활에 지쳐서 집에 들어와 잠자리에 누우면 어김없이 곽정환에게 전화가 왔다. 화술이 좋았던 곽정환은 그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고 고은아는 듣다가 그만 피곤해서 잠이 들곤 했다. 그런데 한참을 자다가 깨도 수화기 속에서 그의 음성이 계속 들렸다. 그럴 때면 비몽사몽간에 추임새처럼 “네~”를 연발하다가 또 잠이 들곤 했다. 당시 통화를 하면서 곽정환이 결혼하자고 여러 번 한 말을 그녀가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잠결에 “네”라고 했는데, 곽 감독이 이를 프러포즈에 응한 것으로 알고 정식 허락을 받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갔던 것.

결국 그의 진심에 하늘도 감동한 듯 첫 대면에 어머니의 마음까지 녹였다. 고은아의 어머니는 경기여고를 졸업한, 당시로서는 엘리트 신여성이었다. 이런 어머니였기에 딸의 사랑을 존중해주고 16세나 나이가 많고 재취자리인 결혼을 흔쾌히 허락하지 않았을까? 결국 어머니의 판단은 옳았고 부부는 행복하게 살았다. “부부 금실이 좋을수록 한쪽이 먼저 가면 남은 사람은 금방 새살림을 차린다”는 어설픈 구전을 믿고 도발 질문을 던졌다. “100세 시대이고 아직도 아름다우시니까 다른 멋진 남성분과 제2의 인생을 살아도 되지 않나?”라고 따지듯 물으니, “남편은 여러 역할자로서 이미 제2, 제3, 제4의 인생을 살게 해주었다. 때로는 오빠로서, 때로는 친구로서, 낮에는 직장 상사로서, 밤에는 연인으로서 매순간 버라이어티하게 행복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이성으로부터의 사랑은 필요치 않다”고 힘주어 말한다.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 겸 행복한나눔 이사장(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 겸 행복한나눔 이사장(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인터뷰하면서 그녀 사무실 벽면을 보니 각종 감사패와 트로피가 가득하다. 그동안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것을 여러 단체에서 알아준 결과다. 2003년부터 생명창고(현 행복한나눔) 대표로 활동하면서 기독교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 데 앞장서 왔다. 또한 파키스탄, 북한, 인도, 아프리카 등 해외 긴급구호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정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전부 하나님의 간섭이었다고 그녀는 고백한다. 아버지가 기도하다가 돌아가셨고, 아버지만큼 독실한 신자인 어머니를 둔 모태신앙인 고은아. 그러나 대체로 모태신앙인이 부모 따라 마지못해 교회에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그랬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와 언니들의 성화에 못 이겨 기도원에 따라갔다. 그때 고은아는 대낮에 산속에서 벌어지는 기도원의 일련의 행태를 보고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실망감에 기도원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런데 그 순간 목사님이 반말로 “너 왜 가니?”라고 소리쳤다. 그녀는 당시 꽤 유명한 영화배우였기에 “나를 몰라보는 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하고 의아해했다. 그녀는 이런 사람에게 자신의 머리를 내주고 기도를 받을 수가 없어 기분 나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몇 분이 흐른 뒤 어머니와 언니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할 수 없이 기도를 받았다. 그런데 그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번개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아! 내가 교만했구나! 내 인생 전체가 교만으로 얼룩졌구나!” 그러고는 처절한 반성과 함께 참회의 기도를 올렸다. “앞으로 저의 ‘인기’라는 것을 하나님께 바칩니다.” 그녀의 맹세에 하나님께서 응답해주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몇 달 후 기독교방송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받자마자 직감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시작한 방송이 공개신앙고백 프로그램 <새롭게 하소서>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6년 정도 그 방송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충무로 영화계와는 멀어지게 되었다.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 겸 행복한나눔 이사장(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 겸 행복한나눔 이사장(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지금은 남편의 유업인 서울극장 대표와 행복한나눔 이사장으로서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몇 달 전부터는 첼로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72세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발산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그녀의 인생이 신앙과 봉사로 다져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의 본명은 이경희인데 영화계에 들어오면서 예명을 고은아로 지어준 분이 “일생을 내가 지어준 이름대로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단다. ‘고은 아이’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앞으로도 그녀의 인생은 곱고 아이처럼 순수할 것이다.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와 이봉규 시사평론가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와 이봉규 시사평론가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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