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막걸리 열풍이 일었던 적이 있다. 유산균이 많아 건강에 좋다는 이유였다. 우리나라 전국은 물론 이웃 일본에 수출 물량 대기도 바빴었다. 여러 기업에서 고급 막걸리를 출시하기 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막걸리 열풍이 많이 식었다.
필자는 주로 막걸리를 마신다. 워낙 막걸리만 고집하기 때문에 회식자리에 참석하면 필자를 위해 막걸리 두 병을 따로 주문해준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6도로 적당히 취하고 숙취도 없는 편이다.
그러나 필자가 선호하는 막걸리는 업소에서 취급하기를 꺼려하는 곳이 많다. 유통기간이 짧아 안 팔리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마시는 생막걸리는 유통기간이 법적으로는 14일이고 상온에서는 5일 정도 놔둬도 괜찮다. 그러나 5일이 지나면 맛이 덜하다. 그래서 바꿔달라고 하면 대부분 출고된 지 얼마 안 되는 막걸리로 바꿔준다. 집에서 마실 때도 한 번 마개를 딴 막걸리는 다음 날 벌써 맛이 달라 버리게 된다. 유통기간이 1년인 막걸리도 있다. 업소에 따라 필자가 마시는 막걸리 대신 이 막걸리를 강권한다. 그러나 맛이 덜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필자가 강하게 원하면 인근 편의점에서 사다 주는 경우도 있다. 그 대신 반드시 다 마셔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래봐야 편의점 가격이 1300원이고 업소 판매 가격이 3000~4000원이다. 조금 남으면 남기고 오지만 많이 남으면 배낭에 넣어오기도 한다.
지방에 가면 서울에서 파는 막걸리가 있을 리 없다. 그 대신 그 지방 막걸리는 있다. 한번은 대구에 내려갔는데 편의점 주인이 “왜 좋은 술 많은데 굳이 막걸리를 찾느냐?”고 물었다. 술의 역사로 볼 때 막걸리는 서민들이 마시는 술이다 맥주는 막걸리보다 고급술이라 생각한다. 막걸리 파는 술집과 맥주 파는 술집은 격도 다르다. 그러니 맥주를 마시라는 것이다.
막걸리를 마시면 배가 부르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맥주도 마찬가지다.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 작은 잔으로 마시며 기름진 안주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막걸리는 안주 없이 마셔도 괜찮다. 밥반찬도 안주가 될 수 있다. 그 어떤 술도 안주까지 감안하면 배부르기는 마찬가지다. 맥주나 막걸리에는 이뇨 성분이 들어 있어 화장실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다 배출된다.
막걸리를 마시고 나면 트림이 자꾸 나서 본인이 느끼기에도 고약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트림이 나는 것은 막걸리에 탄산가스를 넣기 때문인데 청량음료나 맥주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경험상 요즘 막걸리는 트림을 많이 유발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많이 마시면 안 되겠지만, 막걸리는 더운 여름날 소화와 갈증 해소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미네랄 등 다른 술에는 없는 영양 성분도 있다. 막걸리 덕분에 소주 같은 독주도 덜 마시게 되고 막걸리는 굳이 차갑지 않아도 되므로 맥주 같은 찬 음료도 피할 수 있다. 김밥이 서양의 패스트푸드를 상당 부분 대체해 막았듯이 서민의 술 막걸리가 소주와 맥주와 와인시장의 상당 부분을 막은 공로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