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 물받이 수리하기

기사입력 2017-09-05 11:18 기사수정 2017-09-05 11:18

한 집에서 10년을 살다 보니 여기저기 고장이 생긴다. 오피스텔이라 시설이나 장치가 크게 고장 날 일은 없지만, 욕실에서 가끔 문제가 생긴다. 지난번에는 변기의 물이 샌다고 아래층에서 항의하는 바람에 변기물받이 장치를 교체했었다. 또 한 번은 샤워 꼭지가 고장 나더니 이번엔 세면대 물받이가 고장 났다. 물받이가 물이 잘 안 빠져 머리카락이 엉겨 붙었나 했다. 전철 불법 판매원에게 산 청소하는 줄자 같이 생긴 기구를 넣어 봤더니 물받이 아래가 통째로 빠져버리는 것이었다. 물받이 아래쪽 고무 박킹이 오래되어 삭아서 빠져버린 것이다. 이런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 난감해진다.

동네 철물점에 들러 수리 교체하는 비용을 물었다. 출장비 2만원에 물받이 팝 업 장치 1만2천원을 불렀다. 필자 혼자 교체가 가능하겠느냐고 묻자 어려울 거라고 했다. 직접 교체하려면 렌치가 필요하다며 1만원을 불렀다. 사람을 불러서 손쉽게 고치고 돈을 줄 것인가, 아니면 필자가 고생 좀 하더라도 직접 고칠 것인가 고민해야 했다.

지난번 샤워기 꼭지 고장 때도 이 철물점에 들러 물어보니 새 샤워기 2만5천원에 출장비 2만원을 불렀었다. 필자가 너무 비싸다며 놀란 표정을 했더니 ‘세상 만만치 않죠!“하며 배짱을 부리는 것이었다. 소득은 있었다. 샤워기 꼭지와 구부러지는 파이프까지 샤워기 전체를 갈아야 하는 줄 알았었다. 그러려면 렌치가 필요하고 접합부분에 물이 새지 않도록 테프론 테이프를 감아줘야 한다. 그러나 샤워기 전체를 갈 필요 없이 샤워기 꼭지만 분리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며칠 고민하다가 다이소에 들렀더니 샤워기 꼭지가 싼 것은 2천 원부터 5천 원짜리면 꽤 고급스러운 것까지 있었다. 일단 2천 원짜리를 사서 교체 했더니 깨끗하게 해결되었다. 내친 김에 5천 원짜리도 사서 바꿔 가며 잘 쓴다. 철물점에 맡겼더라면 4만 5천원이 들 것을 단돈 2천원에 해결한 것이다. 5천 원짜리 고급형은 수고했다며 필자가 필자에게 준 보너스이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세면대 물받이 교체 수리는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선진국에서는 배관공이 가장 돈을 잘 번다는데 필자가 배관공 소질이 있는지도 체험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수리 교체 작업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아침마다 바쁘게 나갈 일이 있고 밤늦게 귀가하니 매일 교체 작업을 미루기만 했다. 과연 성공적으로 고쳐질지도 미지수였다.

드디어 디데이! 작정을 하고 욕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꼼꼼하게 설명서를 읽어보고 물받이 교체 작업을 했다. 세면대 불받이에 스테인레스처럼 보이는 은색 동그란 물 받침은 세면대에 고정되어 잇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잡아 당기면 그냥 빠진다. 인터넷에 보니 이것을 ‘팝 업’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전에 나온 팝 업 장치는 수도꼭지 옆에 길게 올라온 것을 잡아당기면 물이 세면대에 담겨지고 누르면 물이 빠지는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새로 나온 팝 업 장치는 그런 장치가 필요 없이 팝 업 가운데를 누르면 바로 잠거지고 한 번 더 누르면 가운데 부분이 올라오면서 물이 빠지는 원터치 방식이었다. 그러므로 수도꼭지 옆에 붙어 있던 개폐장치는 필요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명색이 남자이고 건설회사 출신이다. 비록 사무직이었으나 배관을 담당하는 동료들 작업광경을 어깨 너머로 본 것이 ‘서당 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는 말과 함께 와 닿았다. 세면대 수리 교체작업을 성공적으로 하고 나니 기분이 우쭐해졌다. 배관공 자격증이나 도전해볼까 하는 교만함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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