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본사업 첫발…의료 인프라 격차 여전한 과제

입력 2026-03-05 06:00

[먼슬리 이슈] 통합돌봄 3월 27일 시행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농어촌 통합돌봄 시험대

재택의료센터 422곳뿐…농촌은 인력도 병원도 부족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통합돌봄이 3월 27일 마침내 첫발을 뗀다. 시범 사업 단계를 넘어 본사업으로 전환되며 전국 시행에 돌입한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가 ‘커뮤니티 케어’를 처음 제시한 지 8년 만이다.

통합돌봄은 노쇠·장애·질병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이 평소 살아오던 지역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체계다. 시설 수용 중심이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재가 돌봄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살던 곳에서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의료·요양·돌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제도 시행을 앞둔 농어촌 현장에서는 우려와 고민이 먼저 나온다. 의료 인프라와 인력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돌봄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통합돌봄 본사업 앞둔 농어촌 고민 여전

지역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역시 의료 인프라다. 시행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1월 30일 기준)에 229개 시·군·구의 준비 지표(기반 조성, 사업 운영 경험)를 살펴보면, 대전·광주·울산·제주 등 4곳만이 100%를 달성했다. 그 외 지역은 아직 사업 준비가 진행 중인 단계다. 특히 인천과 경북은 준비 지표 달성률이 70%대에 머물렀다.

통합돌봄의 핵심인 의료·요양 연계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노인 통합돌봄의 핵심 서비스인 장기요양 재택의료를 뒷받침할 재택의료센터도 뒤늦게 전국 229개 시·군·구에 전면 설치됐다. 2월 13일 기준 재택의료센터는 422개 의료기관에 불과하다.

방문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 6684개(2월 1일 기준 의원·지방 의료원 등 1977개소, 한의원 4707개소)와 비교하면 6.3%에 불과한 규모다.

특히 농촌 지역은 의료 제공 기관 자체가 부족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농어촌·도서 지역에서는 의료 여건의 한계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현장 부담을 두고 ‘벅차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경남 합천군은 지난달 초 통합돌봄 관련 팀을 꾸렸다. 합천군 관계자는 “방문진료의 경우 보건소에서 담당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참여하는 의사가 없어 어려움이 있다”며 “의료 제공 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17개 시도 통합돌봄 준비현황(1월 30일 기준 시도제출 자료)(보건복지부 통합돌봄 누리집 )
▲17개 시도 통합돌봄 준비현황(1월 30일 기준 시도제출 자료)(보건복지부 통합돌봄 누리집 )
통합돌봄 선도사업에 참여했던 지자체도 의료 인프라의 한계에 대해 공감했다. 경북 의성군은 농촌형 통합돌봄사업의 돌봄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그럼에도 의성군 관계자는 “의사 입장에서는 의원에서 진료하는 게 훨씬 안정적일 수 있다”며 “방문진료는 어느 정도 봉사 정신이 필요하다. 의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돌봄을 이제 준비하는 지역일 경우 제대로 시행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 전국적으로 동시에 추진하다 보니 부랴부랴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북 포항시 관계자도 “장기요양 재택의료의 수요는 많지만, 이를 뒷받침할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공공 의료기관인 포항의료원과 협력을 검토하고 있지만, 도 단위와 시 단위 의료·복지 부서가 달라 협의 과정이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도서 지역인 경북 울릉군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울릉도는 병원과 복지시설 인프라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지역 내 유일한 의료기관이 보건의료원인 만큼 의료원이 재택의료센터를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중앙정부 지침 vs 지자체 의지

통합돌봄을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제도 안착을 위해 좀 더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실행 여부는 결국 지자체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통합돌봄 예산으로 914억 원을 편성했다. 인력은 5346명을 배정했고, 이 가운데 인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인건비 192억 원(2400명 규모)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통합돌봄 중장기 로드맵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장 큰 과제는 예산과 인력”이라며 “인력 예산도 6개월분만 나왔는데 한시적 지원은 지자체의 중장기 계획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충분성 측면에서도 부족하다. 지자체 현장에서는 혼란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가 일정 수준의 예산과 인력을 마련한 만큼 이제부터는 지자체의 의지와 실행력이 관건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통합돌봄 업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관련 법 제정이 이뤄졌고,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재정경제부로부터 예산도 확보했다”며 “이제는 단체장의 관심과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합 돌봄이 본사업으로 전환된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시작한다는 점”이라며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행을 유예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출발한 뒤 현장에서 보완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마다 출발선이 다른 것은 당연한 만큼 정부가 이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강력하게 지원해 공통의 성과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통합돌봄 개요 ※

ㆍ목적 :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위해 의료·요양·돌봄 통합 서비스 제공

ㆍ노인 통합돌봄 주요 서비스

-핵심 서비스 13종(방문진료, 치매안심센터, 정신건강관리사업, 만성질환 관리, 보건소 방문 건강관리, 건강백세 운동교실,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장기요양 재가급여(방문간호, 방문요양, 방문목욕), 주·야간 보호기관 내 단기 보호, 노인 맞춤 돌봄, 응급 안전안심 서비스)

-추가 서비스 5종(치매 주치의, 다제약물 관리, 장기요양 재택의료, 통합재가, 긴급돌봄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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