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다운사이징을 하는 이유, 해야만 하는 이유

입력 2026-03-05 09:26

[어디서 살고 싶은가]


퇴직을 앞둔 직장인에게 “노후 생활비를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라고 질문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국민연금과 퇴직금이다. 이 둘만 가지고 노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은퇴자는 많지 않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68만 원 정도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20년 넘는 수급자만 따로 추려내면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112만 원으로 늘어나지만, 여전히 최소 생활비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개인이 노후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 생활비는 월 136만 원, 부부는 월 217만 원이다. 하지만 적정 노후 생활비는 개인 월 192만 원, 부부 월 297만 원이다.

연금에 퇴직금을 더하면 상황이 조금 낫지만 퇴직자들이 연금을 받기 전에 퇴직금을 소진해버린다. 법정 정년은 60세이나 그 전에 은퇴하는 사람이 많고, 연금은 63~65세가 돼야 받을 수 있어 소득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퇴직금을 제외하면 남는 것은 살고 있는 집 한 채뿐이다. 긴 은퇴 생활 기간을 버티려면 거주 주택을 줄여 생활비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젊을 때는 소득을 모아 자산을 축적해야 하지만, 은퇴 후에는 축적된 자산을 다시 소득으로 만들어야 한다.


‘딴 지붕 한 가족’ 시대 등장

▲그래픽=이은숙 기자
▲그래픽=이은숙 기자

은퇴 후 주택을 다운사이징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가족과 가구 구조의 변화다. 은퇴를 앞둔 직장인이라면 은퇴 후 자녀와 한 지붕 아래서 얼굴 맞대고 살고 있을지 상상해보자.

통계청이 2021년 실시한 사회조사에서 고령자에게 자녀와 함께 사느냐고 물었더니, 응답자 10명 중 3명(27.2%)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향후 자녀와 같이 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4명 중 3명(75.7%)이 ‘따로 살고 싶다’고 했다.

2022년 방영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이 가구 회사 사장에게 내년도 사업 목표를 묻자, 사장은 “출산율, 혼인 가구 비율이 매년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어 영업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러자 회장은 “사람 머리 수는 줄어도 1인 가구 수는 늘어난다. 집집마다 겨우 팔던 소파를 방방마다 1개씩 팔아먹는 세상이 온다”고 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5년까지 전체 가구 수는 788만 가구가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1~2인 가구였다. 같은 기간 1인 가구는 590만, 2인 가구는 385만이나 늘어난 반면, 3인 이상 가구는 187만 가구가 줄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25년은 어떨까. 통계청은 2026년부터 2050년 사이에도 122만 가구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 가구는 561만 가구 증가하는 반면, 64세 이하 가구는 439만 가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1인 가구만 놓고 보면 65세 이상은 259만 가구 늘고, 64세 이하는 102만 가구 줄어든다. 2인 가구도 비슷하게 65세 이상은 259만 가구 증가하는 반면, 64세 이하는 86만 가구 감소할 전망이다.

자녀와 떨어져 사는 고령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집 안의 ‘빈방’을 어떻게 활용할지 역시 새로운 과제이다. 자녀와 함께 살 때는 방이 서너 개 필요했지만, 홀로 또는 부부 둘이 살아갈 때도 같은 구조가 꼭 필요할까.


주택 다운사이징 차액을 노후 생활비로 활용

▲그래픽=이은숙 기자
▲그래픽=이은숙 기자

집값이 오르면 자산이 늘어난 것 같지만 당장 손에 쥔 현금이 부족해 오히려 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다. 특히 은퇴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매달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집값이 오를수록 재산세 부담도 늘어난다. 퇴직하면 건강보험도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 산정이 달라진다. 지역가입자는 소득은 물론 재산에도 건강보험료가 매겨진다. 주택 다운사이징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다. 은퇴 전후로 주택 다운사이징을 고민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여러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주택을 줄여 마련한 자금을 노후 생활비로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보유하던 종전 주택을 매도하고, 더 낮은 가격의 주택을 새로 취득한 경우 그 차액을 연금계좌에 추가 납입할 수 있다. 대상은 부부 중 1명 이상이 60세 이상이면서 부부 합산 1주택자이고, 종전 주택의 기준시가가 12억 원 이하인 경우다.

연금계좌 가입자는 원래 연간 최대 18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데, 여기에 더해 주택 다운사이징으로 마련한 자금 중 최대 1억 원까지 추가 납입이 가능하다. 주택 매각 차액을 일반 금융상품에 투자할 경우 이자나 배당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반면 해당 자금을 연금계좌에 넣어 연금 형태로 수령하면, 운용수익에 대해 3.3~5.5%의 낮은 연금소득세율이 적용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자와 배당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분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연금소득 역시 연 1500만 원을 초과하면 전액 종합과세 대상이 되지만, 연금계좌 가입자는 누진세율(6.6~49.5%) 대신 16.5%의 단일세율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현재로서는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개인연금 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주택 다운사이징은 단순히 집을 줄이는 선택이 아니라,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노후 재정을 재설계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래픽=이은숙 기자
▲그래픽=이은숙 기자


거주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 받을까?

주택연금은 고령자가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다. 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가 만 55세 이상이고,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이 12억 원 이하라면 가입할 수 있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주택금융공사에 신청하면 주택금융공사가 금융기관에 보증서를 발급하고, 은행이 이를 바탕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연금 수령 방식은 일정 기간 연금을 받는 ‘확정기간 방식’과 본인과 배우자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는 ‘종신지급 방식’으로 나뉜다. 확정기간 방식은 10년, 15년, 20년, 25년, 30년 중 선택할 수 있다.

종신지급 방식에서 연금액은 담보 주택의 가격과 가입자의 나이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가입자 나이가 많을수록 월 지급액은 늘어난다. 이때 주택 가격은 공시가격이 아니라 시가 기준이다. 가입자 나이는 부부 중 나이가 적은 사람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거주 중인 주택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 담보 제공 방식에는 ‘저당권 방식’과 ‘신탁 방식’이 있다. 저당권 방식은 담보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등록면허세와 지방교육세 등 초기 비용이 발생한다.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신탁 방식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신탁 방식은 주택 소유자가 주택을 주택금융공사에 신탁해 소유권을 이전하고, 그 대가로 월 지급금을 받는 구조다. 근저당 설정이 없어 초기 비용 부담이 적다.

신탁 방식은 절차상 편의성도 크다. 저당권 방식에서는 주택 소유자가 먼저 사망할 경우, 배우자가 계속 연금을 받으려면 담보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해야 한다. 공동 상속인인 자녀가 이에 반대하면 연금 지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반면 신탁 방식은 가입자가 사망하면 별도 절차 없이 배우자에게 연금이 자동 승계된다.

임대 가능 여부에서도 차이가 있다. 원칙적으로 주택연금 가입자는 담보 주택 거주가 원칙이다. 입원·요양시설 입소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주택금융공사의 승인을 받아 주민등록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 이때 저당권 방식은 보증금 없는 월세만 허용되고, 신탁 방식은 보증금 임대도 가능하다. 주택연금 가입자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하면 상속인은 주택연금을 정산해야 한다. 가입 기간에 지급된 연금과 이자, 수수료를 상환하면 계약은 종료된다. 상속인이 현금으로 상환할 수도 있고, 담보로 제공된 주택을 처분해 상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주택 처분은 상속인이 직접 진행하거나 주택금융공사에 위임할 수 있다.

▲그래픽=이은숙 기자
▲그래픽=이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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