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살린 작은 녹색 식물

기사입력 2017-10-14 12:25 기사수정 2017-10-14 12:25

▲살아난 연한 녹색의 이파리(박혜경 동년기자)
▲살아난 연한 녹색의 이파리(박혜경 동년기자)
얼마 전에 미리 시어머니 산소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추석 차례를 지내고 출발을 해서 늦기도 했지만 추석 당일이라 그랬는지 어머님 계신 메모리얼 파크 입구 훨씬 전부터 차들이 막혀 꼼짝을 못하는 상황이라 날도 더운데 몇 시간이나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올해엔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어머니를 모신 곳은 분당의 메모리얼 파크인데 이곳은 유명 연예인의 묘소도 있어 평일이어도 갈 때마다 수많은 화환과 생전에 팬이었던 분들인 추모객들로 붐비는 것도 보았다.

규모도 엄청나게 크고 주변 산세가 정말 깨끗하고 청량한 곳이다.

한편 생각해 보면 언젠가 문제 제기가 되었듯이 우리나라에서 묘지로 쓰이는 땅이 너무 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이곳 우리가 준비한 묘안에는 앞으로 우리 대 뿐 아니라 우리 자손들까지도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그런 말이 참 생소하고 싫었지만 우리 남편은 무척 안심되고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자기가 죽은 후 들어갈 곳이 있다는 게 편안한 마음이 들어서 너무 좋다는 것이다.

많은 묘가 단정하게 일렬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묘에는 작은 시누이가 엄마 생각을 하고 자주 와서 돌보고 꽃이나 화환을 예쁘게 장식도 해 놓아서 아주 깔끔했다.

햇볕이 좀 따갑긴 했어도 무더운 여름 날씨가 아니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늘 하나 없는 곳이라 데리고 간 어린 손주들이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늘은 새파랗고 쨍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투명한 유리잔 같다. 그 속에 솜사탕 같은 모습의 하얀 뭉게구름이 풍성하고 높게 그려져 있는 듯 아름답다.

잔디 속에서 방아깨비 같은 곤충을 잡아 아기에게 보여주니 무서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신기한 듯 저도 잡아보겠다고 조그마한 손가락을 뻗어 보인다.

준비해 간 제기 위에 과일과 음식을 담고 시부모님을 추모했다.

오늘은 시동생 가족과 우리 가족만 왔다. 장손인 우리 아들을 비롯해 작은 집의 두 조카도 멋지게 장성해서 든든하고 보기에 참 좋다.

그런데 남편이 묘소 주변을 다듬다가 언젠가 작은 시누이가 갖다놓았다는 작은 화분 속의 식물을 발견하고는 손보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도 그 화초는 이미 죽어서 갈색 이파리가 축 늘어져 있었는데 그 속에서 무언가를 파내는 것이었다.

종이에 살며시 싸고는 비닐봉지에 넣었다. 무엇을 하려는 건지 필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필자는 원래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고 잘 키워 본 적도 없다.

그런데 남편은 화초나 난 키우는 걸 좋아해서 우리 집도 한편에 작은 꽃밭을 갖고 있다.

처음엔 한편의 그 꽃밭도 싫었지만 어느 날 남편의 보살핌 속에 아주 귀한 난 꽃을 보게 되어서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맘속으로는 고마운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종이에 싸서 가져온 작은 식물을 처음엔 작은 유리 잔에 물을 채워 담아 놓았다.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쓸데없는 풀 인 줄 알았는데 이 삼 일 후엔 또 작은 화분에 옮겼다. 그러고는 “이것 좀 봐, 예쁘지?”하고 보여줬다.

아, 다 죽은 풀 인 줄 알았는데 작은 뿌리를 내리고 연한 이파리가 살아서 오뚝 서 있는 모습이다.

작은 생명이라도 돌보고 살려낸 남편의 마음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지며 들여다보는 내 마음도 함께 따뜻해짐을 느낀다.

하찮은 풀뿌리로 죽어가던 식물이 연둣빛 예쁜 화초로 화분에 담긴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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