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수선집이 보이면...

기사입력 2017-10-27 10:30 기사수정 2017-10-27 10:30

며칠 전 미국에서 십 년쯤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살기로 한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그녀가 앞으로 지낼 집을 함께 둘러보는데 동행해 주었다. 몇 군데의 집을 살펴보고 나와서 함께 걷는데 주변에 시장과 골목이 있고 갖가지 풍물스러운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친구가 말한다.

“오옷...역시 한국이 좋아, 저렇게 오밀조밀하고 익사이팅한 것들이 정말 흥미로워~”

지금껏 한국에서 나고 살아온 필자도 그런 구멍가게나 재래시장을 지날때면 괜스레 친근한 맘에 고개를 돌려 들여다보게 되는데 그녀는 얼마나 더 새삼스러울까 싶었다.

그 길을 나오며 또 한 마디 한다.

“나는 내가 사는 동네에 조런 구두 수선집이 있으면 괜히 반갑고 좋아”

필자도 동네 가까운 곳에 구두 수선집이나 옷수선 가게, 방앗간, 김이 무럭무럭 나는 찐빵이나 만두, 그리고 오래된 동네빵집들이 눈에 들어오면 무척 반갑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지금껏 잘 유지시켜온 사람들에게 친근감과 함께 참 고맙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물론 요즘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아직 개발이 덜되고 발전하지 않은 지역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런 동네에 들어서면 저절로 푸근해지고 정감어린 마음이 된다. 복잡다단한 세상에 살다 보니 요즘 더욱 그럴 수 있다.

또한 다행인 것은 언제부터인가 거대 자본에 밀려 몫이 좋지 않은 뒷골목으로 쫓겨났던 동네 빵집들이 하나둘씩 인기를 얻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본다. 표준화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빵맛보다 정직한 재료로 가내 수공업식으로 만들어낸 빵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사라진 것들이 다시 그 자리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반갑고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저 변모해가는 현대사회의 자본의 힘을 꿋꿋이 잘 버텨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오래된 것들의 매력뿐 아니라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에서 따뜻하고 진솔한 이들의 사람 사는 맛을 오래오래 느끼고 싶다. 오랜 해외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에게도 그런 삶의 현장에서 그립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얻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또 나이 탓이라고 넘겨짚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 사람을 정겹게 하고 마음의 여유를 즐길 시간을 주기 때문에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은 듯 반가운 풍경들이다. 특히나 감정이 기우뚱거리고 마음이 어수선할 때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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