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기를 쓰고 가야 할까?

기사입력 2017-12-12 16:04 기사수정 2017-12-12 16:04

요즘은 음악회에 갈 기회가 많다.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지인이 있어 초대권이 수시로 생긴다. 그 외에도 여기저기서 주는 초대권이 꽤 있다. 지금까지는 음악회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다녔다. 특히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지인이 초대하는 자리에는 더 열심히 다녔다. 특석 초대권 한 장은 15만~20만 원이나 한다. 그렇게 10년 넘게 다니는 바람에 이제는 제법 음악회가 친숙해졌다. 특히 오페라, 뮤지컬 등의 스토리는 거의 꿰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성악가들이 나오는 음악회에서는 대개 귀에 익숙한 곡을 들을 수 있다. 그럴 때면 으레 같이 다니는 일행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혼자 다니게 됐다. 그들에게 왜 안 가느냐고 물으니 재미가 없단다.

음악회에 다녀오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몇십 명이나 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각각의 악기로 수많은 시간을 같이 연습해 내는 소리는 소위 귀를 호강시키는 귀한 자리다. 유명한 오페라는 스토리가 있으니 감상의 재미도 있다. 그런데 최근 다녀온 음악회는 음악 전문가들이나 즐길 수 있는 수준의 레퍼토리였다. 대중적인 레퍼토리는 하나도 없어서 지루했다. 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필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음악회였다. 감상하는 느낌이 없으니 오케스트라 연주도 소음처럼 들렸다.

음악회도 파티처럼 마음을 들뜨게 만들어야 한다. 우선 가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초대권 가격이 말해주듯이 고급문화를 즐기러 간다는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그다음엔 같이 가는 사람들끼리 유대감이 있어야 한다. 음악회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공연에 대한 후일담이라도 나눠야 공연에 대한 감흥도 있고 재미도 있다. 그런데 혼자 갔다가 혼자 오는 음악회 또는 그다지 가깝지 않은 사람들과 가는 음악회는 뒤풀이 없이 헤어진다.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자괴감, 어렵게 시간 내서 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만 하는 다른 스케줄 등을 생각하면 굳이 음악회에 만사 제치고 갈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밤 8시에 시작해 10시가 넘어야 끝나는 공연을 보고 부랴부랴 집에 오면 자정이 다 된 시간이다. 이해가 되는 음악회였다면 꿀잠이 올 정도로 만족스럽다. 그러나 전문가들이나 감상해야 할 수준의 순수 음악 연주회라면 지루하고 스트레스만 쌓인다.

한동안은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초대권을 여러 장 받아 주변 사람들을 불렀다. 필자가 원하는 만큼 초대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초대한 사람들이 제시간에 오지 않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무료초대권이다 보니 가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시간이 다 되어가는 데도 도착을 하지 않으면 기다리는 사람은 식은땀이 난다. 또 참석한다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초대권을 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무료초대권이지만 초대권을 준 사람에게 필자가 빚을 지는 셈이다. 그다음부터는 믿을 사람은 필자밖에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그래서 혼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필자도 앞으로는 어려운 순수 음악 연주회는 가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상이 안 되어 힐링이 아닌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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