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친정 언니(77세)가 침대에서 양말을 신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크게 다쳤다. 새벽잠에서 깨자마자 넘어진 채로 꼼짝 못 하는 언니를 본 형부는 당황해서 “어떡하지!”란 소리만 연거푸 했다. 언니가 “얼른 119를 부르라”고 형부에게 말을 해서 삼성의료원 응급실로 갔다고 한다. 검사 결과 ‘대퇴부 골절’이었다.
사고 다음 날, 언니는 부러진 뼈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았고 병상에서 꼼짝 못 하고 일주일을 보냈다. 며칠이 지나자 삼성의료원 측은 하루빨리 퇴원하라고 통보했다. 수술하고 실밥도 뽑지 않은 상태였던 언니는 병원에 좀 더 있으며 물리치료를 받기를 받기 원했다. 결국, 병원 요구대로 퇴원 절차를 밟았다. 당장 혼자서는 대소변처리를 못 해 집 근처 요양병원으로 재입원했다. 요양병원 4인실은 너무 좁았다. 말 그대로 옴치고 뛸 수도 없는 작은 방이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앉을만한 의자도 여의치 않아 별 이야기도 못 나누고 집으로 왔다. 요양병원에서는 하루에 20분 정도 물리치료를 해준다고 하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우선 언니는 방이 좁아 답답해 못 참겠다고 했다. 차라리 퇴원하고 집에서 요양보호사를 부르는 게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고 요양보호사를 부르려면 요양등급이 필요하다. 적어도 3등급은 받아야 혜택이 주어지는데 수술 후 3개월은 지나야 한다. 현재 언니는 퇴원해 집으로 왔고 요양보호사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다행히 언니 부부는 교사로 은퇴하여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노인복지 정책의 허점이 보여 씁쓸하다.
장기요양보험 혜택이 주어지면 요양보호사 부담 금액에서 20%만 내면 된다. 요즘 노인 부부 대부분은 자녀와 떨어져 산다. 그리고 직장 생활하는 자녀들에게 경제적, 물리적으로 도움받기란 미안하고 쉽지 않은 일이다. 수술 직후 요양보호사 도움이 절실한데 한참이 지나야 혜택이 주어지는 게 이해 가지 않는다.
최근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늘어나지만 제대로 된 환경을 갖춘 곳을 찾기란 어렵다. 좋다고 알려진 강남 구립 ‘행복 요양병원’은 비교적 저렴하고 시설이 좋지만, 자리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 고령화 시대에 쾌적한 요양병원이 앞으로 많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요양보호사 관련 정책도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