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손주 돌보기

기사입력 2018-08-20 14:29 기사수정 2018-08-20 14:29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시설과 카페의 기능을 함게 갖춘 키즈카페(박혜경 동년기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시설과 카페의 기능을 함게 갖춘 키즈카페(박혜경 동년기자)

백십 년 만의 무더위라고 하는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이다. 한여름이니 아이들도 방학을 맞았다. 유치원생인 손녀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자도 일주일간 집에서 쉬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 전업주부였던 며느리가 직장에 나가고 있다. 다행히 아침에 큰아이를 유치원 통원버스에 태우고 작은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낸 후 출근하고 아이들 끝나는 시간 전인 4시에 퇴근하는 직장이라 무리 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이제 문제가 생겼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 미술 하는 날과 발레 하는 날만 유치원에서 손녀를 픽업하여 학원에 보내는 임무를 갖고 있었는데 이제 방학을 맞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안 가는 아이들을 며느리가 퇴근해 올 때까지 돌봐야만 하게 되었다.

물론 예쁜 손녀 손자를 매일 볼 수 있는 건 행복하지만, 시니어가 된 이후 내 일정도 만만치 않게 바빠서 걱정이었다.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 손녀 손자 봐주는 일이므로 다른 일정은 당분간 모두 보류되었다.

생각해 보니 여태까지 아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제 어미가 알아서 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예뻐하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제 방학 일주일 동안 먹이고 씻기는 일이 다 내 차례가 되어서 난감했다. 아들이 어릴 땐 좋은 음식만 먹인다고 요리 연구도 꽤 했는데 너무 오랫동안 아기들을 위한 음식을 해보지 않아 서툴렀고 먹지 않으려는 작은아이 밥 먹이는 일도 큰 난관이었다.

두 아이 돌보기가 매우 힘들 거라는 며느리의 조언대로 아침 식사 후에 키즈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키즈카페의 실상을 알고 나는 좀 놀랐다. 우리 어릴 땐 방학이 되면 골목길에 친구들이 모여서 소꿉놀이도 하고 술래잡기 등을 하며 하루를 보냈는데 요즘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키즈카페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모 백화점 키즈카페에 갔다. 요 녀석들은 이전에도 와봤는지 무척 신났고 즐거워했다. 먼저 입장료는 한 시간에 8.000원이고 십분 초과마다 1.000원씩 추가된다고 한다. 보통 아이들이 두세 시간은 뛰어노니 두 아이의 놀이 비용이 꽤 나갔다.

물론 쾌적한 환경에 퍼즐이나 블록 등 장난감도 구비되어있고 볼 풀이나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으므로 아이들도 좋아하고 엄마에게도 휴식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뛰어놀던 내 어릴 적과는 매우 다른 놀이문화다. 점심을 사 먹이고 아이스크림까지 먹은 후 집에 돌아오는 과정이 며칠 계속되었다.

온종일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힘에 부치니 역시 나이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래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 손자이니 기쁜 마음으로 돌보지만 이렇게 방학 동안 봐줄 사람 없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어찌하는지 걱정스러워 며느리에게 물었더니 다 방법은 있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방학이라도 선생님들이 순번을 정해 맞벌이 자녀를 위해 출근하는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천만다행이라는 생각과 이런 복지제도를 정부 차원에서 잘 운영해서 걱정 없이 아기들을 낳아 기를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돌 봐줄 사람 없는 맞벌이 가정 아이들도 안심하고 유치원에서 보호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월요일부터 닷새 동안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이런 북새통을 며느리는 매일 겪고 있을 테니 참 대견하고 고맙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오롯이 내 것이었던 아이들과의 시간이 행복했다. 이제 방학이 끝나 아이들도 일상으로 돌아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반갑게 만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아기들을 생각하니 즐거워서 미소가 계속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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