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가을 김장의 추억

기사입력 2018-08-31 16:34 기사수정 2018-08-31 16:34

가을이 올 때면 가족과 친척, 이웃들이 함께 모여 정답게 김장 김치를 담갔다. 그것은 온 가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겨울맞이 연례행사이기도 하였다. 김치는 겨우내 가족들의 주요한 식량으로써의 역할뿐만 아니라, 이웃 간 김장 품앗이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데 보탬이 되었다.

우리나라 김장의 역사는 불분명하나 대략 3000년 전부터라고 한다. 이규보의 문집인 ‘동국여지승람’에는 이러한 내용이 나온다. 순무장아찌와 소금 절임에 대하여 잘 설명했는데, 이는 지금도 각종 채소류 절임에 바탕이 되고 있다. 고추가 들어온 이후부터는 고춧가루를 김장에 사용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 맛과 멋을 포함한 풍요로운 묘미를 더해 주는 계기가 됐다.

적게는 한두 달에서 길게는 1년을 먹어야 하는 김장 김치는 그 양이 많아 담그는 것 또한 만만치 않았다. 어린 시절 김장 날이면 무, 배추를 뽑아 나르느라 여간 바빴다. 인자하신 어머니와 정다운 누님들의 솜씨로 김장이 끝나면, 땅을 파고 김치 항아리를 묻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텃밭 한가운데 김치를 묻어 보관했던 그 시절이 사뭇 그리움으로 남는다.

밭농사가 허술할 때면, 어머니는 씀바귀처럼 쓰디쓴 나물만 드시고, 맛있는 김치는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주셨던 기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당시엔 어리석게도 어머니는 쓴 것을 좋아하신다고만 여겼다. 평생을 함께 사시며 김장 김치를 맛있게 담가주실 줄 알았으나, 어느 해 겨울 흰 눈이 소복이 쌓이던 날 홀연히 하나의 푸른 별이 되셨다.

이제 가을이 오면, 머지않아 김장철도 다가온다.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혜안에 감사하며, 김장의 문화와 전통을 잘 이어가야만 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농담조로 아내에게 ‘요리여왕 뚝딱이’란 별명을 지어준 데에는, 항상 부지런한 솜씨로 가족의 수호신처럼 김장을 잊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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