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우정을 깨어버린 이유

기사입력 2019-01-07 10:03 기사수정 2019-01-07 10:03

50년이나 이어온 동네 친구 4명의 우정이 깨졌다. 일단 나 먼저 단톡방에서 탈퇴하고 개인적으로 절교 선언을 했다. 문제의 발단은 A와 B의 아내들끼리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오래 된 사이인데 오랜만에 만나 스트레스도 풀 겸 하고 싶은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던 중 A의 아내가 월세 집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늘 말쑥한 외모에 승용차도 타고 다녀서 전혀 그런 눈치를 못 챘다. 거슬러 생각해보니 차를 두고 전철로 출퇴근하니 좋더라, 해외여행은 돈이 너무 든다 하며 브레이크를 걸던 일들이 있었다. 형편이 어려워서 그랬던 모양이다.

B는 성격이 직선적이고 급한 편이다. 친구들이 만난 자리에서 “너 월세 산다는데 무슨 얘기냐?“라고 물은 것이다. 자존심 센 A는 부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대답도 못하고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왜 여러 사람 있는 데서 큰 소리로 꼭 그렇게 물어야 했는지 의문을 가졌다. B는 청력이 안 좋아 목소리가 늘 큰 편이다. 그래서 그날도 큰 소리로 말했다.

얼마 전 미국에 사는 친구 C가 왔다 갔다. 이번에는 얼마 못 살 것 같다는 등 행동이 좀 달라 보였다. 어릴 때 봤던 A의 형제들도 함께 불러 저녁식사를 대접하는가 하면, A와 B 부부를 불러 함께 식사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2월 미국 여행에 나는 빼고 두 부부만 초청한 것이다. 새로 산 벤츠가 5인승이라 나까지 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A의 아내가 옛날 얘기를 하던 중 내가 가면 자기가 빠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B가 들을 때는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며칠 후 B가 할 얘기가 있다며 나를 따로 불러 C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두 친구를 유언집행자로 지정할 테니 그런 줄 알라고 했다는 것이다.

친구 A가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친구 B가 내게 얘기를 다 했다고 털어놨다는 것이다. 혼자 마음의 정리는 하고 나갔다. 미국에 사는 친구 C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내가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었다. 차분하게 자초지종을 얘기하는 A와 긴 시간을 얘기하다 보니 섭섭하지만, 나만 빠지면 되는 일이었다. A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다 보니 여러 일들이 자꾸 틀어진다며 양해를 구했다. B가 내게 C의 이야기를 전하지만 않았어도 그냥 넘어갈 일이었다며 원망했다. 그러고는 그동안 계속 충돌했던 일들에 짜증을 내며 B와 절교의 뜻을 내비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단톡방에서 나간다는 말을 남기고 빠졌다. 미국 사는 C의 이름을 보는 순간 더 이상 같이 말을 섞기 싫었기 때문이다. 얘기가 잘됐다고 안심하고 돌아가던 친구 A도 이참에 다 깨버리자며 단톡방을 나갔다. 내년에 C가 다시 한국에 오면, 나는 그를 안 볼 작정이다. A와 B도 같이는 안 만날 것이다. 50년 친구들이 대혼란 속에 휘말린 것이다.

이쯤 살다 보면 친숙함에서 오는 피로감에 싫증이 나는 모양이다. 최근 들어 오래된 친구들끼리 결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고 한다. 호르몬 변화로 성격도 변하고 건강도 안 좋아지니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이유도 있다. 나이 들면 용서와 화해를 해야 한다는데 실제로는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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